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김광수의 치아시크릿] 임플란트 만능주의가 위험한 이유

기사승인 2024.03.22  21:11:19

공유
default_news_ad2

- 2024년 3월호 66p

【건강다이제스트 | 예방치과 전문가 김광수 원장】

직장 구강검진을 하다 보면 치아가 대량으로 결손 된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노인이라면 몰라도 젊은 사람도 그런 경우가 흔하다. 

“아니 왜 이렇게 치아가 많이 없어지셨어요?” 

그러면 대개는 “싹 빼고 임플란트 해 넣으려고요.”라는 반응이 온다. 

도대체 이건 무슨 현상인가? 전에 보지 못하던 현상이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치아를 많이 뽑을까?

 

 

과거에는 환자건 의사건 치아를 뽑지 않고 하나라도 치료해서 살리려고 애를 썼다. 치과의사들도 충치를 때우고, 신경치료를 하고, 그런 다음 치관이 파괴될까 봐 인조치관(소위 크라운)을 해서 씌워주는 일이 진료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치과의사가 하는 일은 대부분 망가진 치아를 살리는 일이었다. 심지어 뿌리만 남은 치아라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따위를 공부하고 노력했다. 뿌리 끝에 고름이 잡혀서 거의 빼야 할 치아도 빼지 않고 어떻게 잇몸 부위로 배농을 시키고 환부를 적출해서 살리느냐를 가지고 실력 있는 의사라고 뽐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회사원, 노동자들의 구강을 검진해 보면 어찌된 일인지 치료 중인 치아나 신경치료를 하는 치아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말할 것도 없이 요즘 치과에서는 많은 경우 치아를 살리려는 노력보다는 그냥 발치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손쉽게 발치를 하면서 내세우는 이유는 “이제 임플란트가 발달했으니까.”이다. 그리고 “임플란트도 많이 싸졌으니까 힘들게 살릴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또 “치료해 봐야 얼마 못 간다.”라고도 한다. 물론 변명이다. 

 

치과의사가 임플란트를 선호하는 이유

대부분의 병이 그렇듯이, 치료하고 나서 그 치아를 얼마나 오래 쓸지는 지내봐야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의사는 최대한 그 치아를 오래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도 치료해 봐야 얼마 못 쓰니까 뺀다는 것은 일단 성실한 의사, 성실한 진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임플란트가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무리 잘 만든 임플란트라고 해도 자기 치아만은 못 하다. 과거에는 임플란트를 심어서 5년 이상 가면 성공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10년 이상 가면 성공이라고 한다. 40세에 임플란트를 했다면 동일한 치아에 80세까지 임플란트를 네 번이나 다시 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10년 후에 임플란트가 빠지면 대개 그 자리에 다시 임플란트를 심어서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치조골인 잇몸뼈가 녹아버려서 더 이상 임플란트를 심을 수 없게 된다. 즉, “임플란트를 심으면 된다.”가 아니라 임플란트라는 것도 대개는 한 자리에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답은 자명하다. 가능한 자기 치아를 살려서 5년이든, 10년이든, 20년이든 더 써야 하는 것이다. 너무나도 자명한 이야기를 이렇게 구구히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렇다면 치과의사들은 왜 살릴 수 있는 치아를 다 뽑을까? 돈 때문인 경우가 많다. 치료해서 살리려면 힘만 들고, 돈도 못 벌고, 그보다는 오히려 발치하고 임플란트로 수입을 올리는 것이 한결 쉽다. 

물론 나도 힘들게 치료를 했는데 치아를 오래 못 쓰게 된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는 힘들게 치료한 나도 입장이 곤란해지고, 환자도 불만일 수 있다. 열심히 수십 번씩 신경치료를 한 후 금니를 60만 원이나 들여서 씌웠는데 실패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신경치료를 하지 않고 그냥 쑥쑥 뽑고 임플란트를 하면 의사도 환자도 많이 편할 수 있다. 

요즘 의사들이 신경치료를 잘 안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람들의 입 안을 보면 알 수 있다. 건강 검진 시 구강을 보면 신경치료 중인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 반면에 임플란트 치료 중인 사람은 너무 많다. 살릴 수 있는 치아를 요즘 치과의사들이 많이 뽑는다는 얘기를 이렇게 구구절절해야 하는 나도 참 딱하다. 그런데 이런 얘기는 개원의로서는 누워서 침 뱉기이다. 나도 개원의로 평생 먹고 살았으니까. 

 

환자들의 자세는? 

나는 환자들에게 늘 강조한다. “치아를 살려준다는 치과를 찾아가세요.”

요즘 사람들은 의사를 불신하는 환자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다니는 치과를 바꾸면 안 된다.”며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를 중시하는 착한 환자들도 많다. 

그럼에도 나는 “치과를 세 군데는 다녀서 검사를 받고 의사 얘기를 들어보시라.”고 권한다. 정작 환자가 의사를 못 믿게 만든 것은 의사들 자신 때문이다. 말하자면 과잉진료 때문이고, 상업성 진료 때문이다. 

이런 말을 대놓고 하는 것은 사실 괴로운 일이다. “너도 치과의사이면서 이렇게 동료 혹은 후배 치과의사를 비판하고 치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공격해도 되느냐?”는 항의를 받을 때도 있다. 

또 “너도 30년 동안 개원가에서 치과의사로 밥 벌어 먹고 살면서 동료 개원의들의 협동과 협조로 살아왔으면서 이제 은퇴했다고 자기가 먹던 우물물에 이렇게 분탕질을 쳐도 되는가.”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는 많이 괴롭다. 만약 내가 치과의사가 아니라면, 혹은 치과의사라도 교수나 보건소 등 공직에 있었다면 개원의들의 치부를 밝히는 일에 조금은 더 자유로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치과계의 치부까지 드러내면서 비판하는 것은 지금 치과계의 상업화가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나서서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당신은 지금 은퇴했다고 후배 치과의사들을 이토록 모욕해도 되는가?”라는 질책에서 나는 별로 떳떳하지 못하다. 그래도 비록 내가 배반자가 되더라도 이런 얘기를 묻어두기보다는 밝히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환부를 도려내면 새 살이 차오를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김광수 원장은 예방치과 전문가로 수십 년 동안 활동한 치과의사다. 지금은 30년간 해온 개인병원을 은퇴하고 2022년부터는 건강검진 치과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펴낸 바 있다.

김광수 원장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