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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희망가] 대장암 수술 후 21년 유승배 씨 장기생존의 비결

기사승인 2022.08.09  21: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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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심을 줄이면 몸이 안 아픕니다”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2001년 10월 대장암 수술을 했다. 45세에. 대장암 2기에서 3기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했다. 암 진단 후 10일 만에 초고속으로 수술을 했고, 직장 10cm를 잘라냈다.

수술 후 항암치료는 1차만 했다. 면역수치가 낮아서 중단했다.

방사선 치료는 3개월간 했다. 이것으로 병원 치료는 끝이 났다.

그 후로 3개월에 한 번, 6개월에 한 번, 1년에 한 번, 2년에 한 번 정기검진만 했다.

그렇게 살아온 지 어느덧 21년!

대장암 수술 후 재발도 전이도 없이 21년간 장기 생존의 주인공이 됐다.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 사는 유승배 씨(66세)가 그 주인공이다. 억세게 운 좋은 행운남 유승배 씨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봤다. 
 

 

‘1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1인을 위해’

가업을 이어 김 양식을 하고 김 가공업을 하던 유승배 씨가 신용협동조합 설립에 뛰어들었던 이유다. ‘1인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1인을 위하는’ 신용협동조합의 취지야말로 인생을 걸 만한 일이라 여겼다. 유승배 씨는 “이보다 멋진 글귀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고 말한다.

1993년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 신용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서른일곱 젊은 나이에 자본금 5천만 원으로 신용협동조합을 창립했다.

그렇게 시작한 신용협동조합이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숱한 땀과 열정이 필요했다. 유승배 씨는 “가정도 내팽개치고 신협의 기반을 닦기 위해 절치부심했다.”고 말한다. 이른 아침부터 새벽 한두 시까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만났다. 술도 사고 밥도 샀다.

그렇게 산 지 7년쯤 지났을 때였다. 신협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한시름 놓고 있을 때였다.

2001년 10월 어느 날 병원에 갈 일이 생겼다. 동네 지인이 병원에 간다기에 운전기사 겸 동행하게 됐다. 유승배 씨는 “만약 그 일이 없었더라면… 지금도 아찔한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병원에 간 김에 내과에서 검사를 했다. 마음에 걸리는 증상도 있었다. 설사를 자주 하고 대변에서 피가 섞여 나올 때가 있었다.

유승배 씨는 “내과에서 상담 후 의사가 항문으로 손가락을 넣어 검사를 했는데 뜻 모를 말을 했다.”고 말한다. “틀림없어” “틀림없어”라고. 그러면서 한 말은 “뭔가 만져진다.”면서 “정밀검사를 하라.”고 했다.

일주일 후 병원을 다시 찾았던 이유다. CT도 찍고 내시경도 했다. 3일 후 결과가 나왔다. 대장암이라고 했다. 대장암 2기에서 3기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직장 바로 위 10cm 부위에 암이 생겼다고 했다.

유승배 씨는 “대장암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제 죽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말한다. 큰 형님이 대장암으로 돌아가신 가족력까지 있었다.

마흔다섯에 대장암? 걱정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은 나이였다. 유승배 씨는 “아직 어린 초등생, 유치원생 두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더라.”고 말한다.

 

대장암 진단 후 10일 만에 수술 

유승배 씨는 “항문에 손가락을 넣은 지 10일 만에 대장암 수술을 했다.”고 말한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수술을 했다. 수술 후에는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도 했다. 다만 항암치료는 1차밖에 못했다. 면역수치가 너무 낮아서 중단했다. 방사선 치료는 3개월간 했다.

유승배 씨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서늘한 냉기가 흐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영지버섯을 달여 먹고 홍삼엑기스도 먹으면서 살고자 몸부림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래도 운이 좋았던 걸까? 방사선 치료를 끝으로 병원 치료는 끝이 났다. 그 후로는 정기 체크만 했다. 그 과정에서 종종 용종이 발견돼 떼어내기는 했다. 2~3년 터울로 서너 차례 그런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장장 21년이 흘렀다. 대장암 수술 후 재발도 전이도 없이. 유승배 씨가 억세게 운 좋은 사람으로 불리는 이유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장기 생존의 주인공이 됐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었던 걸까?

유승배 씨는 “대장암 수술 후 기존의 생활과 180도 달라진 삶을 살았던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한다.

 

▲ 대장암 수술 후 21년째 장기 생존하고 있는 유승배 씨는 1993년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 신용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지역 발전에 앞장서온 주인공이다.

 

암 수술 후 살기 위해 했던 것들

대장암 수술 후 21년간 장기 생존자인 유승배 씨는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어떻게 살았을까?’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해 유승배 씨가 밝힌 것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담배도 끊고 술도 끊었다. 생사를 위협하는 암이라는 적수 앞에서 담배를 끊는 것도 술을 끊는 것도 바로 됐다.

둘째, 날마다 산으로 들로 약초를 캐러 다녔다. 운동 삼아 그렇게 했다. 질경이, 씀바귀, 두릅나무순을 캐기도 하고 따기도 했다. 열정을 쏟아 부었던 신협 일도 그만두고 날마다 들로 산으로 향했다.

셋째, 냉한 체질을 개선했다. 평소 배가 냉했던 것이 대장암을 만든 씨앗 같았다. 손발도 찬 편이었다. 냉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또다시 암이 생길 것만 같았다.

그래서다. 체질을 개선시키는 한약을 먹었다. 찬 음식도 안 먹었다. 냉수도 안 마셨다. 밀가루, 돼지고기도 금했다.

쌀밥 대신 찹쌀현미밥을 먹기 시작했다. 채소 종류도 씀바귀, 민들레, 머위, 가시오가피 잎 등 쓴맛 나는 식품을 즐겨 먹었다. 집 앞 텃밭에 심어 놓고 즐겨 먹었다. 지금도 집 앞 텃밭에서 다양한 쓴맛 채소를 직접 길러 먹는다. 이런 생활 덕분인지 지금도 손발은 후끈후끈 뜨겁다.

넷째, 완벽주의를 버렸다. ‘오늘은 제대로 살았나?’ ‘잘한 일은 무엇이고 못한 일은 무엇인가?’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까지 세우느라 늘 12시 이전에는 잔 적이 거의 없었다. 그날 일어난 일을 스캔하고 내일 계획을 세워야 잠자리에 들던 사람이었다.

이런 생활을 청산했다. 오늘 일은 오늘로 끝내고 내일 일은 내일 하는 식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안 되는 일은 그냥 포기했다.

다섯째, 욕심을 내려놓았다. 명예욕도 내려놓고 돈 욕심도 버렸다. 출세만이 성공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많이 가진 것만이 성공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욕심을 내려놓으면서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유승배 씨는 “대장암 수술 후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은 평범하게 살면 몸이 안 아프다는 거였다.”며 “2022년 6월 현재도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한다.

 

▲ 유승배 씨는 대장암 진단을 받으면서 알게 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시와 에세이로 엮은 <대장암 극복기>를 펴내기도 했다. 삽화까지 직접 그려 남다른 재주를 선보였다.

 

2022년 6월 유승배 씨는?

2022년 6월 만난 유승배 씨는 충남 서천 바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고 했다. 현재 그는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 있는 선도리 갯벌체험마을 사무장 일을 맡고 있다.

2021년 세계 유네스코 자연유산에도 등재된 선도리 갯벌체험마을은 유승배 씨의 땀과 열정이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95년 선도리 갯벌체험마을을 만든 주역이 바로 그다.

어패류가 풍부한 선도리는 외지인의 발길이 잦았다. 그러면서 생활쓰레기가 바다를 뒤덮었다. 청년회를 결성해 주차장을 만들고 화장실도 만들고 세면장도 만들었다. 선도리 갯벌체험마을의 시작이었다. 국내 최초로 갯벌체험마을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유승배 씨는 “세계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된 선도리 갯벌체험마을은 그 규모도 전국 최대이고, 역사도 제일 오래되면서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라며 “이를 지키고 보호하는 데 일조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 대장암을 극복한 유승배 씨는 국내 최대 갯벌체험마을인 선도리 갯벌체험마을을 만든 주역 중 한 사람이고, 지금도 사무장을 맡아 변함없는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선도리 갯벌체험마을 대표이사까지 했던 그가 지금은 사무장 일을 하면서 변함없는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강은 괜찮을까?

유승배 씨는 “2년마다 위·장 내시경을 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유승배 씨는 그 비결로 “욕심 부리지 않는 삶, 오늘 하루를 활기차게 사는 삶, 돈은 안 생겨도 성취감을 좇는 삶, 안 되는 일은 그냥 포기하는 삶을 살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암 환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하나다. 욕심 내려놓기다. 그래야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치유의 기적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허미숙 기자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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