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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수술 잘 권하지 않는 척추 명의! 삼성창원병원 신경외과 어환 교수

기사승인 2023.01.12  10: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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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한 허리로 편한 인생 살고 싶다면 과잉 치료 경계하세요!”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사진 | 삼성창원병원 제공】

우리는 허리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의 권유대로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는다. 새삼스럽게 당연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좀 불편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삼성창원병원 신경외과 어환 교수는 그동안 다수의 언론과 저서를 통해 척추질환에 대한 과잉 검사와 과잉 수술의 폐해를 경고해 온 의사다. 이런 행보에 걸맞게 환자들 사이에서는 수술을 잘 안 해 주는 의사로 통한다. 

2020년에는 <허리디스크 수술 없이 낫기>라는 책을, 최근에는 <편한 허리 편한 인생>이라는 책을 펴내 척추질환 과잉 치료가 만연한 현실에 일침을 가하고, 4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어환 교수에게 편한 허리로 편한 인생을 사는 비결을 들어봤다. 
 

 

서울에서 창원까지 환자원정대 

1994년 삼성서울병원 개원 멤버이며 삼성서울병원 척추센터장,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성균관대학교 의무부총장을 지낸 어환 교수는 2018년 8월 말 삼성서울병원에서 정년퇴임하고 삼성창원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역은 바뀌었지만 환자의 신뢰는 굳건했다. 새로 진료를 시작하자마자 다음 해까지 진료 예약이 꽉 찼으며 어환 교수를 찾아 수도권에서 창원까지 진료 원정을 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어환 교수를 향한 환자의 신뢰도는 칭찬 후기가 아닌 진료 후기 정도만 검색해 봐도 알 수 있다. 어환 교수가 수술하자고 했다는 환자의 반응에 다른 환자는 하나같이 “어환 교수가 수술하자고 하는 거면 대한민국 어떤 병원을 가도 수술이 필요하다고 할 거다.”라고 답한다. 

실제로 어환 교수는 수술을 잘 권하지 않는다. 가장 안타까운 순간도 부적절한 수술을 받고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를 마주하는 일이다. 어환 교수는 “수술을 잘 권하지 않는다는 것은 꼭 필요한 수술만 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환자도 수술이 아닌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의 가능성과 각 치료의 장단점 및 후유증 또는 합병증 발생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알아본 후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척추 수술뿐 아니라 척추 시술도 신중해야 한다. 간혹 척추 시술을 너무 쉽게 생각해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충동구매를 하듯이 당일 시술을 받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시술도 수술의 일종이다. 반드시 효과, 후유증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 어환 교수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없었던 증상마저 생기면 그 치료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른 수술에 비해 척추 수술은 유난히 논란이 많다. 의사가 척추 수술을 권하면 잘 따져봐야 하는 불편한 현실은 척추를 치료하는 전문의사가 많아지면서부터 시작됐다. 어환 교수는 “예전보다 척추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을 내기 위해 불필요한 시술 및 수술을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척추질환 중에서 가장 흔한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과 척추관협착증은 증상에 따라 수술이 아닌 보존적 치료로 충분히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환자의 인식이 개선되고 척추 전문의들의 자정 노력을 통해 불필요한 수술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어환 교수에게 찾아와 “다른 병원에서 수술하라고 했는데 해도 되느냐?”고 묻는 환자의 대부분은 수술이 필요 없는 상태다.

 

▲어환 교수는 오래전부터 척추질환의 과잉 검사와 과잉 치료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최선의 치료는 최소의 치료!

어환 교수는 몸을 최대한 자연 그대로 유지하면서 살도록 치료해 주는 게 본인을 포함한 의사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최선의 치료는 수술을 안 하고 보존적 치료를 받으며 관리하며 사는 것이다. 수술이 꼭 필요하다면 최소의 수술이 원칙이다.

척추질환은 대부분 통증 때문에 괴롭다.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수술을 받는 것도 통증이 잡힐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어환 교수는 “허리에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복잡해서 외과적으로 통증이 치료되는 부분은 아주 극소수”라며 “보통 통증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닌 통증의 강도를 어느 정도 줄이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마비, 다리의 운동능력 저하, 대소변 장애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증상이 동반되지 않은 허리 통증이라면 대부분 수술이 불필요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납득되더라도 확실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로 계속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암담함을 느낄 수 있다.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퇴행성 변화 때문에 생기는 질병이다. 이런 퇴행성 척추 질환의 통증은 계속되지 않는다. 추간판탈출증의 80% 이상은 자연 회복이 되고 척추관협착증은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면 통증이 결국 호전된다.

어환 교수는 “통증이 심할 때만 약을 먹는 등 최소한의 척추 치료로 아픈 시기를 넘기면서 지내는 편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허리 통증 걱정 없이 백세 시대를 살려면 척추의 노화를 늦추는 건강한 습관도 필수다. 어떻게 지내야 우리 몸의 기둥인 척추를 더욱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오래 앉아 있는 습관으로 병드는 허리!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허리가 아프다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 어환 교수는 “척추질환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스마트폰의 장시간 사용 등으로 갈수록 척추 건강이 더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 예상된다.”고 우려한다.
척추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건강 습관은 걷지 않고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다. 바닥에 오래 앉아 있으면 더 최악이다. 허리 추간판과 척추뼈의 퇴행성 변화가 심해지고 추간판의 섬유륜이 잘 찢어져 심한 허리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어환 교수는 건강한 척추를 유지하려면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집, 직장, 학교에서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에 큰 무리를 준다. 1시간마다 의자에서 일어나 5분이라도 허리를 쭉 펴거나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앉아야 한다. 어환 교수는 “만약 장시간 회의, 수업 등으로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허리를 좌우 또는 앞뒤로 움직이고 엉덩이의 무게 중심을 좌우로 옮기는 등 최대한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걷기 운동은 척추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운동이다. 단, 지나치면 몸에 무리를 준다. 허리 통증을 빨리 해결하려고 2~3시간씩 걷는 사람이 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운동량이 같다고 과시하는 사람도 있다. 어환 교수는 “60대 이상은 운동을 서서히 줄여갈 나이”라며 “척추질환이 있다면 저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고 높은 강도의 운동은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이 들수록, 더구나 기저질환이 있다면 지나친 운동 욕심은 금물이다.     

 

의료과오, 의료분쟁 0건의 비결

어환 교수는 신경외과 전문의로 40년간 일하면서 의료과오, 의료분쟁이 단 한 건도 생기지 않았다. 수술을 잘 안 해주는 의사임과 동시에 수술 안 한 환자도 끝까지 책임지는 의사라서 가능한 결과다. 수술은 안 해도 일정한 기간을 두고 추적 관찰은 계속한다.

삼성창원병원으로 온 뒤에는 활동 반경이 더 넓어졌다. 3년 전에는 유튜브에 어환이라는 채널을 개설했다. 후배 의사나 환자가 참고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척수 종양 수술, 척추관협착증 재수술 등 어렵거나 드문 수술 케이스 영상을 주로 올리고 있다. 

<허리디스크 수술 없이 낫기><편한 허리 편한 인생>을 펴내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의 과잉 수술의 폐해를 경고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한 데 이어 조만간 목디스크와 후종인대골화증 관련 책도 쓸 예정이다.

어환 교수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도 어떤 수술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지 잘 모르거나 잘못된 치료를 받은 후에 후회하고 고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자신에게 맞는 올바른 치료법을 찾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부적절한 치료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는 목적을 두고 두 권의 책을 썼다.”고 말한다. 

첫 수술은 평생의 척추 건강을 좌우한다. 완벽한 해답은 찾지 못할지라도 합리적인 의문은 품어야 한다. 만약 척추 수술이나 시술을 권유받았다면 물음표가 확실한 느낌표가 될 때까지 묻고 답을 찾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어환 교수가 쓴 책 제목처럼 편한 허리와 함께 편한 인생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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