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0월호 10p
【건강다이제스트 | 비에비스나무병원 민영일 대표원장】
오랫동안 변비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 중에는 ‘이러다가 혹시 대장암에 걸리는 것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변비로 오랫동안 고생하면 과연 대장암이 잘 생길까요? 이에 관해 이야기해봅니다.
스웨덴의 한 연구진이 2022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적어도 2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변비약을 사용하고 6개월 전까지 사용한 경력이 있는 4만 1천여 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해 보았는데 대장암이 일반인에 비하여 더 생기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변비로 오랫동안 고생했다고 해서 대장암이 더 잘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갑자기 이전에 없던 변비가 나타나고, 점점 심해지며, 변비약을 복용하면 갑자기 많은 대변을 보게 되는 현상이 생긴다면 이럴 때는 대장암의 증상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대장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소장에서 대장으로 들어온 내용물에서 약 500cc 정도의 물을 흡수해서 마지막에 직장에 약 100cc의 물만 들어 있는 굳은 대변으로 모았다가 많아지면 하루에 한 번씩 모아진 대변을 배출하는 역할입니다.
그런데 대변이 배출될 때 그 길목에 혹이 있어서 내강이 좁아지면 대변이 아래로 잘 내려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그 혹이 일반 용종이 아니라 암일 경우 대장 벽을 침범해서 장 내강이 좁아지거나 암 덩이가 너무 커져서 대변이 통과를 잘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대변의 걸쭉한 정도에 따라서 대변의 통과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대변이 묽다면 내강이 좁아도 잘 빠져나오지만, 대변이 굳을수록 내강이 좁으면 빠져나오기 어렵게 됩니다.
특히 하행 결장에 암이 생기거나 S상 결장에 암이 생겨서 그 덩어리가 커지면 대변의 통과가 어려워져서 변비가 나타나게 되고, 점점 심해지면 암 덩이 위쪽으로 많은 대변이 쌓이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 변비약을 써서 변을 묽게 만들면 좁아진 내강에 고였던 많은 대변이 한꺼번에 많이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갑자기 이전에 없던 변비가 나타나고, 점점 심해지며, 변비약을 복용하면 갑자기 많은 대변을 보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대장암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한국인들에게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는 병이 흔합니다. 대개 변비와 설사가 주기적으로 나타나며, 그 증상이 6개월 이상 오래가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런 경우 암과 구별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꼭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장 내시경을 통해 증상이 없는 암이나 암의 씨앗이 되는 용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장암은 점막에 용종이 생겨서 이것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그 속에서 암이 생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해서 이런 용종을 제거하면 대장암은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음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민영일 대표원장은 국내 최초로 전자 내시경을 시술하고 전파한 주인공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 서울아산병원 검진센터 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비에비스나무병원에서 위장관질환, 복통, 염증성 장질환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민영일 원장 kunkang198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