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호 66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영희 교수】
TV만 틀면 나온다. 이 채널을 봐도 나오고 저 채널을 봐도 나온다. 유명 배우가 나와 유쾌, 상쾌, 통쾌함을 외치고, 유명 개그맨이 자연스러운 장 리듬을 찾아준다고도 한다. TV 속 변비약 광고 이야기다. 꽉 막힌 변비로 고통 받고 있다면 충분히 혹할 만한 광고 카피다. 광고 속 연예인의 환한 표정처럼 해당 변비약을 먹으면 시원하게 변을 볼 것 같다.
과연 약국에서 간편하게 살 수 있는 변비약으로 변비가 해결될까? 효과가 있다면 계속 먹어도 될까? 그 답을 자세히 알아본다.
국민병 된 변비
변비란 변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고 변을 볼 때 불편한 증상이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 변을 보는 횟수가 일주일에 3회 미만이거나, 변이 너무 딱딱해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줘야 하거나, 아무리 힘을 줘도 변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오래되면 변비라고 한다.
변비가 생기면 신경 쓰이는 게 한둘이 아니다. 입맛이 없어질 수 있고, 소화가 안 되기도 하며, 딱딱한 변으로 인해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등의 항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변비로 인해 복부팽만, 복통 등이 생겨서 잠을 잘 자지 못 한다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소화기 증상 중의 하나가 변비이며,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의하면 변비의 유병률은 16.5%이다. 나이가 들수록 변비가 더 잘 생기고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흔하다.
우리나라 국민의 엄청난 유산균 사랑만 봐도 변비가 매우 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초에 1통씩 팔린 1초 유산균이 나올 정도로 유산균은 오랜 기간 대히트 중인 건강식품이다. 유산균을 먹는 이유는 대부분 변비에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유산균을 먹어도 변비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면 효과가 더 직방일 것 같은 변비약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때 먹는 변비약은 병원에서 처방을 받기보다는 약국에서 사는 경우가 흔하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영희 교수는 “병원에서 처방받는 변비약은 독하고, 약국이나 한의원에서 사는 것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변비가 오래됐다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적절한 약을 처방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약국에서 파는 변비약은 어떤 약?
변비약은 감기약만큼 친숙한 약이다. 수도꼭지처럼 TV만 틀면 변비약 광고가 나온다. 약국에 가면 쉽게 살 수도 있다. 요즘 TV 광고를 많이 해서 익숙한 변비약인 메이킨, 둘코락스는 자극성 완하제다. 자극성 완하제는 대장 내에서 수분 및 전해질 흡수를 억제하고 대장의 근육신경총을 자극해 장운동을 촉진하는 약이다.
최영희 교수는 “자극성 완하제는 효과가 빠르다는 장점은 있지만 장시간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거나 변비를 악화시킬 수도 있어서 부피 형성 완하제나 삼투성 완하제에 충분한 효과가 없을 때 단기간만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한다.
약국에서 살 수 있는 부피 형성 완하제에는 아기오과립, 무타실산 등이 있으며, 말 그대로 대변의 부피를 늘려 배출이 잘 되게 하는 약이다. 약 속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가 수분을 흡수해서 대변의 양을 늘려준다. 삼투성 하제는 장 속의 수분을 높여 변을 무르게 하는 약이며 마그밀, 듀라칸이지시럽 등이 있다.
변비, 약보다 생활습관 개선이 먼저
배변 횟수가 줄어들고 변이 딱딱하게 굳어서 배변이 불편하면 약으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변비를 유발하는 습관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식사량이 너무 적거나 신체 활동량이 줄어들면 대변의 양이 줄어들고, 장운동이 잘되지 않아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최근에 먹는 약이 바뀌거나 추가되지 않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약 때문에 변비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영희 교수는 “생활습관을 바꿔보고도 충분한 효과가 없다면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함께 부피 형성 완하제를 복용해 보고 그래도 큰 효과가 없다면 삼투성 완하제를 복용할 수 있는데 이때는 의사와 상의 후에 약물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변비일 때 약 복용보다 먼저 실천하길 추천하는 생활습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한다.
채소, 과일, 해조류, 잡곡 등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특히 과일을 먹을 때는 껍질까지 먹으면 좋다. 과일 껍질에는 불용성, 비발효성 식이섬유가 포함되어 있는데 대변의 부피를 늘리고 가스는 적게 나오는 효과가 있다.
단, 갑자기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복부팽만, 복통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둘째,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피한다.
육류에는 식이섬유가 거의 없고 지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지방은 변의 이동을 느리게 만들어 대장에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으므로 고기로만 배를 채우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하고 싶다면 굳이 육류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콩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이나 생선 등으로 육류의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다.
셋째, 물을 많이 마신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변이 부드러워지고 빠르게 대장을 통과하게 된다. 땀을 흘렸다면 평소보다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
넷째, 활동량과 운동량을 늘린다.
가만히 누워 있거나 계속 앉아 있으면 장의 운동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장의 운동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빠르게 걷기, 달리기 등을 비롯해 전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쉬는 시간에는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가벼운 산책이라도 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섯째, 규칙적인 식사를 하되 충분한 양을 먹는다.
규칙적인 식사를 하면 배변 주기도 일정해지기 쉽다. 또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 너무 적으면 장에서 만들어지는 변의 양이 적어서 배변 횟수가 줄어든다. 다이어트를 하면 변비가 잘 생기는 것도 음식을 적게 먹기 때문이다. 변비와 살찌는 게 동시에 걱정된다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 위주로 먹는 양을 늘린다.
매일 꼭 변을 봐야 한다는 당신에게…
잘 먹고, 잘 싸는 것은 건강의 기본이다. 그래서 매일 변을 보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사람이 있다. 최영희 교수는 “배변은 그때그때 컨디션이나 생활방식, 식이, 심리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으로 불규칙할 수 있다.”며 “매일 변을 보지 않는다고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신호가 오지 않는 데도 과도하게 오랜 시간 힘을 주는 습관은 오히려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5분 이내에 안 나오면 다음을 기약하는 게 낫다.
또한 변비약을 먹었다가 설사를 하면 바로 설사약을 먹는 등 단기간에 반대 기능을 하는 약을 번갈아 가며 먹는 것도 좋지 않다. 변비를 포함해 대부분의 기능성 질환은 약을 먹는다고 해서 하루 이틀 만에 바로 좋아지지 않는다. 우리 몸은 서서히 균형을 맞추면서 회복되므로 약에만 의지하지 말고 생활습관도 함께 바꾸면서 몸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최영희 교수는 인천성모병원에서 소화기종양 치료내시경(위암, 대장암), 내시경 초음파, 변비/설사, 위·식도역류질환, 식도운동질환, 소화성궤양, 과민성대장증후군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