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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 명의의 진료실] TV만 틀면 나오는 '관절 영양제' 정말 효과 있나?

기사승인 2024.09.30  10: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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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9월호 142p

【글 | 동의의료원 슬관절센터장 송무호 박사】 

요즘 관절 영양제 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것 같다. TV만 틀면 나온다. 드라마 PPL 상품으로도 여기저기 나온다. 정말 관절 영양제를 먹으면 관절에 효과가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환자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관절 영양제’에 대한 필자의 지견을 소개한다. 
 

 

MSM의 핵심 성분은 황(黃, sulfur)!

그동안 무수히 많은 건강기능식품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해 왔다. 한때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친이 관절에 좋은 영양제라는 열풍이 불어 제약회사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렸으나 요즘은 찾는 이가 별로 없다. 왜냐하면 광고와는 달리 실제적으로 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영양제, 보충제, 건강기능식품은 통상 같은 의미로 쓰인다.)

또 새로운 게 나왔다. 요즘 관절에 가장 인기 있는 건강기능식품 성분은 MSM(Methyl-Sulfonyl-Methane)이다. ‘식이 유황’으로 알려져 있다. 유황의 종류 중 화산지대의 유황 또는 화약, 성냥의 원료인 무기황은 인체에 해로워 먹을 수 없지만 식물이나 동물에 든 유기황은 먹을 수 있다. 

MSM은 유기황이지만, 새롭게 발견된 특별한 성분은 아니다. 1979년 미국 화학자인 Dr. Herschler가 MSM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후 미 연방정부로부터 특허를 획득했는데 이때 사용 목적은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손톱을 강화하고, 피를 묽게 하는 용도였다. 

이후 스트레스 해소, 통증 완화, 기생충 감염 치료, 에너지 증진, 신진대사 촉진, 혈액순환 증진, 상처 치유 개선 등 거의 만병통치 수준의 성분이라 주장했지만 과학적인 근거는 미미했다. 

2003년 MSM이 관절염에도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오늘날까지 많은 논쟁 속에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황이란 무엇인가?

황은 인체에서 칼슘, 인 다음으로 많이 존재하는 흔한 미네랄이다. 단백질의 재료인 20가지 아미노산 중 메티오닌(methionine)과 시스테인(cysteine)에 황이 들어있다. 

메티오닌은 거의 모든 체내 단백질의 기본 구성 요소라 뼈, 인대, 근육, 피부, 손발톱, 머리카락 등 인체의 많은 부분에 포함되어 있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시스테인은 간에서 스스로 생산되어 각종 중요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비필수 아미노산이다. 

아미노산 몇 개가 결합하여 생체 기능에 관여하는 최소 단위를 펩타이드(Peptide)라 하고, 여러 개의 펩타이드가 연결된 형태를 단백질이라 부른다.

우리 몸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인 글루타치온(glutathione)은 시스테인, 글루탐산, 글리신의 세 가지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펩타이드로 간에서 주로 생산된다.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나 시스테인은 우리 몸에 저장이 안 되기에 하루 필요량 이상 초과 섭취 시 소변으로 자동 배출되지만, 일부는 글루타치온 형태로 저장된다. 

황은 글루타치온뿐만 아니라 티아민(thiamin)이나 비오틴(biotin) 같은 비타민에도 들어있다. 
그렇다면 황과 관절 연골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연골은 연골세포(chondrocytes)와 기질(matrix)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질을 구성하는 주성분은 콜라겐(collagen)과 프로테오글리칸(proteoglycans)이다. 콜라겐은 아교질이라고 하는데 끈적끈적한 성질을 가진 물질이란 뜻으로 연골에서 가장 많은(60%) 단백질 형태다. 콜라겐은 아미노산이 50개 이상 결합한 ‘고분자 단백질’로 많은 펩타이드로 얽힌 단단한 그물망 구조를 형성하여 조직에 장력과 전단력에 대한 저항력을 제공한다. 프로테오글리칸은 중심 단백질(core protein)과 글리코사미노글리칸 사슬(glycosaminoglycan chain)이 결합된 매우 복잡한 필라멘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연골세포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고 탄력이 뛰어나 연골에 가해지는 압력을 이기는 역할을 한다. 프로테오글리칸을 구성하는 글리코사미노글리칸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콘드로이친 황산염(chondroitin sulfate), 케라틴 황산염(keratin sulfate) 등 이름에도 나와 있듯이 황이 포함된 물질이다. 

따라서 황은 연골 조직을 구성하는 성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황은 어떤 식품에 들어있나? 

황이 포함된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은 고기, 생선, 유제품 등의 동물성 식품뿐만 아니라 콩, 견과류, 곡류 등의 식물성 식품에도 들어 있어, 우리는 이미 먹고 있던 식품을 통해 황을 적절히 공급받고 있다. 

황을 특별히 많이 함유한 대표적인 식품은 마늘, 고추, 양파다. 한식의 주재료인 이들 식품의 매운 맛과 향은 황의 영향이다. 따라서 김치를 자주 먹는 한국인들은 황이 결핍될 일이 사실상 없다. 이처럼 황은 일상적인 식품을 통해서 충분히 섭취하고 있기에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사람에게 별도의 보충제는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황이 포함된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입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고, 장내세균이 황을 분해하여 황화수소(hydrogen sulfide: 달걀 썩는 냄새가 특징)를 생산해 설사를 유발하거나 장염의 원인이 된다.  

 

황은 어떤 기능을 하나? 

황은 항염증 및 항산화 작용이 있다. 황을 약으로 만든 MSM을 섭취하면 항염증 효과로 관절염 통증이 약간 경감된다는 보고는 있으나 임상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

우리는 이미 글루코사민(glucosamine sulfate), 콘드로이친(chondroitin sulfate) 등 황이 포함된 건강기능식품들이 별 효과가 없음을 알고 있는데, 그 물질에 포함된 미세 성분인 황을 따로 떼어 섭취한들 무슨 효과가 있을까?

한때 콜라겐을 먹으면 피부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콜라겐이 풍부한 돼지 껍데기 식당이 유행하기도 했고, 건강기능식품 형태의 콜라겐 제품들도 많이 팔렸다. 이런 콜라겐 제품들이 내세우는 원리는 간단하다. 콜라겐을 섭취하면 피부의 콜라겐이 증가하니까 피부 탄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영양학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왜? 

콜라겐은 콜라겐 그 자체로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우리 몸의 소화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장에서 영양분을 흡수할 때 모든 영양분은 흡수 가능한 형태로 잘게 쪼개져야 한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지방은 지방산으로 분해된 후 흡수된다.

콜라겐도 마찬가지다. ‘고분자 단백질’인 콜라겐은 그대로 흡수될 수 없고, 아미노산으로 잘게 쪼개진 후에야 흡수될 수 있다. 즉 콜라겐을 먹는다고 피부 콜라겐이 증가하는 게 아니고, 단백질을 좀 더 공급한다는 의미 외에 별다른 의미는 없다. 

단백질이 분해되고 합성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이를 이해하려면 ‘아미노산 풀(pool)’의 개념을 조금 알 필요가 있다.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 속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흡수되어 인체의 여러 수요처(뼈, 근육, 인대, 피부, 손발톱, 머리카락, 호르몬, 항체, 적혈구 등)로 보내진다. 그리고 수요처의 조직세포에서는 아미노산으로 각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든다. 

아미노산은 간에서 대사되고 혈액을 통해 공급되는데, 수요처에서 사용되기 전까지 간과 혈액에 들어있는 아미노산을 총칭하는 개념이 ‘아미노산 풀’이다(그림 1 참고). 

 

▲ [그림 1] 간과 혈액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을 총칭하는 아미노산 풀

 

인체는 용량이 한정되어 있는 ‘아미노산 풀’ 크기보다 더 많은 아미노산을 저장할 수는 없기에 하루 필요량 이상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아미노산 풀은 넘친다. 초과된 아미노산 중 일부는 포도당으로 전환되기도 하고, 일부는 지방으로 저장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초과된 아미노산은 간에서 암모니아, 요산, 요소 형태로 대사되어 소변으로 배설된다. 

콜라겐도 결국 단백질 조각이라 아미노산으로 미세하게 분해된 후 아미노산 풀에 저장되었다가 수요처로 보내져서 그 조직에 맞는 형태로 재합성되어 사용된다.

MSM이 연골을 구성하는 성분이라 먹으면 연골에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성분이 연골로 바로 가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연골 성분 중 특정 성분을 더 많이 섭취한다고 관절이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마치 단백질 보충제를 먹으면 그 단백질이 근육으로 가서 근육이 저절로 커질 거라는 환상을 갖는 것과 비슷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콜라겐을 먹는다고 피부 탄력이 증가하는 게 아니고,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다고 근육이 커지는 게 아니고, 도가니탕을 먹는다고 무릎관절이 좋아지지 않는 것처럼 글루코사민, 콘드로이친, MSM 등 연골 성분을 먹는다고 연골이 튼튼해지진 않는다. 

한마디로 순진한(naive) 생각이지만, 사람들은 마케팅에 현혹되어 이런 제품들을 많이 찾는다. 

 

건강기능식품은 약이 아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이지 약이 아니다. 따라서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낫게 할 수 없다. 건강기능식품이 효과가 있다고 각종 매체에서 ‘쇼닥터’들이 나와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일부 실험실 연구나 동물실험, 또는 아주 일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설명하면서 침소봉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은 관련 회사로부터 연구비를 받아서 시행한 연구들은 효과가 있고, 그렇지 않은 연구들은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건강기능식품은 식약처에서 승인해 주니 믿을 수 있지 않나? 

사실, 건강기능식품의 인증 기준 자체가 많이 허술하다. 우리나라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공지는 이렇다. 

 

‘건강기능식품’은 기능성 원료를 사용하여 제조 가공한 제품으로, 기능성 원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건강기능식품 공전'에 등재되어 있는 기능성 원료를 말하며, 고시된 원료인 경우 제조기준, 규격, 최종 제품의 요건에 적합할 경우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별도의 인정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기능성 원료로는 영양소(비타민 및 무기질, 식이섬유 등) 등 약 97개 품목이 등재되어 있다(2023.12.26 현재). 

 

일반적으로 건강기능식품은 안전할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부작용이 꽤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다수는 그 원인이 건강기능식품에 있다는 것을 모른다. 건강기능식품은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지 않고 제품을 만들어 출시 가능하기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의약품 관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에서도 이런 건강기능식품들이 자주 문제를 일으킨다. 매년 약 5만 명의 부작용 환자가 발생하는데, 관계 당국에 신고 되는 것은 실제 일어나는 케이스의 약 1%에 불과하다고 한다.  

부작용은 사소한 것도 많지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있다. 혈액순환 개선제로 먹는 은행잎추출물인 징코민(Ginkgo biloba)에 의한 뇌출혈이나 다이어트약(e.g. Hydroxycut)에 의한 간 기능 손상으로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비타민이나 미네랄도 과다 복용 시 문제를 일으키고, 흡연자에게 비타민 A 보충제는 폐암 위험을 증가시킨다. 식물 추출물 부작용으로 신장 기능이 망가지고, 단백질 보충제로 간 기능이 손상되기도 한다. 

최근 골다공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칼슘 보충제를 많이 찾고 있지만, 기대와는 달리 큰 효과는 없고, 부작용은 심각하고, 납 등 중금속 오염 문제도 보고되고 있다. 

각종 제품의 함량에도 문제가 있다. 네덜란드 국립보건원 조사에 의하면 시중에 판매 중인 44개의 비타민 D 보충제 함량을 조사한 결과, 실제 함량은 제품에 표시된 함량의 8%에 불과하거나 또는 177%로 과잉 상태이니 주의를 요한다고 했다. 뉴질랜드에서 나온 32개의 오메가-3 제품을 분석해 본 결과, 약 90%에서 소비자가 복용 시 이미 산화되어 그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보고도 있다. 

영국 임상약리학지에 의하면 입원 환자의 약 2%는 건강기능식품과 관련된 부작용으로 추정되니 의사들이 문진 때 건강기능식품 복용 여부를 꼭 확인하라고 권유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식약처 자료에 의하면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발생 신고가 2015~2019년에는 4000건 이상 접수되었으며, 그 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세계적으로 연간 US$100 billion(한화 약 130조)가 팔리는 엄청나게 큰 비즈니스다. 선진국 성인의 약 50%에서 복용하고 있으며,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유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건강한 삶(wellness)에 대한 관심,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약보다는 천연 식품 성분이 더 안전하고 좋을 거라는 생각, 그리고 만성질환자들이 기존 약보다 뭔가 몸에 더 좋은 걸 찾는 요구, 그리고 과대광고를 포함한 마케팅이다.

과거 1960년대나 1970년대 개발도상국에서는 실제로 비타민이나 다른 영양소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있어 이러한 영양제들이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지금도 일부 아시아국가 및 아프리카 극빈국에서는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영양 결핍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영양 과잉으로 인한 비만,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 풍요병(diseases of affluence)을 걱정해야 한다. 

너무 많이, 너무 잘 먹어 각종 풍요병이 발생하는 시대에 영양 결핍을 걱정해 영양제를 먹는 건 한마디로 난센스다.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사람에게 이런 제품들은 비싼 소변을 만드는 역할 외 다른 의미는 없다. 

미국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비영리 기관인 ‘Center for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에서도 이런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든 건강기능식품보다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먹는 게 건강에 훨씬 더 유리하다고 권유한다.

그래도 ‘건강에 좋은 성분이라 하니 많이 먹어두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체 영양소의 작동 원리는 많을수록 좋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다. 

‘최소량의 법칙(law of the minimum)’이란 말이 있다. 독일이 과학 강국으로 되는 데 기초를 닦은 학자로 유명하고, 유기화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유스투스 리비히(Justus Liebig)는 1840년 질소, 인산, 칼륨 등 식물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 중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넘치는 영양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영양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최소량의 법칙을 발표했다. 다른 영양소가 아무리 많이 있어도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식물은 제대로 자랄 수 없다는 법칙이다. 최대가 아니라 최소가 성장을 결정한다. 

여러 개의 나무판을 잇대어 만든 나무 물통에 물을 붓는다면 물의 양은 길이가 제일 짧은 판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비유에서 ‘나무 물통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인체의 영양학에서도 그러하다. 모자라지도 않는 영양소를 2배, 3배 더 많이 섭취한들 건강에 도움은 안 되고 초과된 영양소를 저장할 수도 없으니, 몸 밖으로 내보내려 분해하고 배설하느라 간과 신장이 고생을 하고, 장기간 지속되면 결국 간과 신장에 문제가 생긴다. 

 

국민병 관절염이란 무엇인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흔한 질환인 관절염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나, 일반적으로 골관절염(osteoarthritis), 류마티스 관절염, 통풍성 관절염 및 기타 관절염으로 구분한다. 

그중에서도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보는 것은 ‘골관절염’으로 ‘퇴행성관절염’이라고도 하며, 주로 50세 이후에 발생하고, 중년 이후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50세 이상 한국인의 35%(남자 24%, 여자 44%)에서 X-ray 상 관절염 소견이 나타나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늘어나 65세 이상 인구 중 60%가 골관절염을 앓고 있다. 

이 병은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연골에 퇴행성 변화가 일차적으로 일어나고, 점차 진행하면서 연골 소실 및 뼈, 관절막, 인대 등에 이차적 손상이 일어나 관절의 통증, 부종 및 변형이 발생한다.


골관절염의 원인은 무엇인가? 

골관절염은 매우 복잡한 기전에 의해 발생한다. 전통적으로 노화, 비만, 외상이 3대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염증(inflammation)이 주요한 원인으로 추가되었다.  

이러한 관절염을 예방할 수는 없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예방할 수 있다. 나이가 드는 걸 막을 순 없지만, 개인이 노력해서 관절염을 유발하는 비만, 외상, 염증 관리를 잘하면 된다. 

비만 | 과체중인 경우, 체중 5kg을 빼면 또는 BMI(체질량지수) 2 감소 시 무릎 관절염 위험이 50% 줄어든다. 성인 8천 명을 22년간 추시 관찰한 연구에 의하면 BMI 25 이하에 비해 BMI가 25~29이면 무릎 관절염 발생이 70% 증가하고, BMI 30 이상인 경우는 무려 7배 증가하였다. 

외상 | 연골은 굉장히 질긴 조직이라 잘 손상되진 않지만 강한 외상에는 다칠 수 있다. 무릎의 반월상연골이나 인대를 다친 적이 있는 경우 무릎관절염 발생률이 7.4배나 증가한다. 
평소에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관절 주위를 둘러싼 근육 강화 운동을 하면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다. 걷기 운동이 가장 도움이 되나 이미 관절염이 생긴 분들은 체중 부하가 적은 수영 또는 근력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적절한 운동은 관절 건강에 필수 요건이다. 운동 없이 가만히 앉아서 약을 먹는다고 관절이 좋아지진 않는다. 운동이 좋다고 무작정 많이 해서도 안 된다.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관절을 해칠 수도 있으니 본인의 관절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운동하고 쉬는 게 좋다. 

염증 |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대사질환을 앓고 있을 때 관절염이 잘 생긴다. 요즘은 관절염을 관절에 국한된 병이 아니라 전신적인 염증성 질환으로 간주한다.  특히 골관절염은 만성 ‘저강도’ 염증성 질환이라 만성 ‘고강도’ 염증성 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발생 기전과 임상 증상이 다르다.  

 

 

만성 저강도 염증(chronic low-grade inflammation)은 왜 생길까?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인 흡연, 음주, 나쁜 식습관, 스트레스, 운동 부족, 수면 부족 등이 우리 몸에 이런 종류의 염증을 일으키며,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암 등 각종 만성질환을 야기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다. 나쁜 식습관에 의해 장내 유해균들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장내세균 불균형(microbial dysbiosis)은 ‘만성 저강도 염증’을 일으키고 골관절염을 야기한다.

장내세균의 환경 밸런스는 매일 먹는 식품에 의해 좌우되는데 동물성 식품에는 섬유질이 없고, 가공식품에는 설탕과 포화지방이 너무 많아 염증을 야기하여 불균형을 악화시키고, 식물성 식품에는 섬유질 및 항산화 성분들이 많아 항염증 작용이 있어 불균형을 개선시킨다.

참고로, 장내세균의 환경은 불과 4일 만에 바뀔 정도로 적응력이 빠르다.

따라서 채식을 하여 비만을 해결하고, 장내 유익균 증가로 염증을 줄이고, 적절한 운동을 하면 관절염은 예방할 수 있다. 

현재 각종 매체를 통해 팔리고 있는 수많은 관절 영양제들이 관절에 진짜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유명 운동선수를 광고에 내세워 마치 이 영양제를 먹으면 이렇게 튼튼해진다는 듯이 선전한다. 광고 내용 중에는 “요즘 들어 관절이 예전 같지 않은데, 아들이나 딸이 사준 이 영양제를 먹고 관절 통증이 좋아져 생활이 활기차고 즐거워졌다.”면서 마치 ‘효도 상품’처럼 자식들의 구매를 유도한다. 가격도 엄청 비싸지만 이런 영양제들은 관절 건강에 사실상 별 도움이 안 된다. 일부 효과가 있다는 분들도 있지만 위약(placebo)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영양제는 식품에 든 영양성분을 추출하거나 화학적 구조가 같게 합성하여 정제, 캡슐 등으로 농축해서 만든 제품을 말한다. 모든 식품은 저마다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 성분이 들어있는 식품을 먹으면 쉽게 해결될 문제를 간편하다는 이유 또는 ‘더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더 좋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과학적 근거도 미미한 영양제를 사 먹는다. 

 

영양제는 건강한 식품을 대체할 수 없다!

건강한 삶은 영양제를 먹어 이루는 게 아니라 매일 먹는 건강한 식품에 달려있다. 건강한 식품이란 무엇인가? 각종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 항산화 성분 등이 가득 찬 과일과 채소다.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을수록 심근경색, 뇌졸중, 각종 암으로 인한 조기사망률도 낮아진다. 

관절을 건강하게 하려면 특정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영양제를 먹는 것보다는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몸에 좋은 음식은 관절에도 좋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관절염 환자를 치료해 온 필자는 식이유황 같은 특정 성분이 관절염을 예방하거나 낫게 한다는 주장은 과장된 거라 생각한다. 그런 약이나 영양제보다 훨씬 더 확실하고 중요한 건 체중 관리와 운동 그리고 음식이기 때문이다.

“Caveat emptor(매수자 위험 부담 원칙)”라는 라틴어가 있다. 구매자가 조심하라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판매자의 말을 다 믿으면 안 된다.

영양제에 영양 없다. 비싼 소변을 만들 뿐이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송무호 박사는 무릎 인공관절 분야 정형외과 전문의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정형외과 전임의사, 영국 옥스포드대학 인공관절센터 연수, 미국 하버드대학 MGH 병원 관절센터 연수를 거쳤으며, 2016년 세계 3대 인명사전 ‘마르퀴스 후즈후’에 등재되기도 했다. 현재 동의의료원 슬관절센터장을 맡아 진료하고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로서는 특이하게 채식을 권장하는 의사이며,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채식의 유익함을 널리 알리고 있다.

송무호 박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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