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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희망가] 직장암 4기B 이겨낸 이슬기 작가의 체험고백

기사승인 2024.09.25  10: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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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으로 인해 더 감사한 삶을 살게 됐어요”

【건강다이제스트 | 이슬기 작가】

2022년 8월 10일 

병원 가는 길이 이렇게 설레는 건 처음이었다. 드디어 1년간의 투병 생활이 끝이 난다고 생각하니 창밖으로 보이는 8월의 하늘이 더욱 청량하게 느껴졌다. 

꼭 1년 전, 혈변이 계속돼서 동네 내과에서 대장내시경을 했었다. 불안했지만 설마 큰 병일까 싶었다. 매년 받는 정기검진에서 별다른 이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사결과를 보러 가는 날이 오기도 전에 병원에서 빨리 오라고 전화가 왔다. 불길한 느낌을 애써 누르고 병원에 가서 들은 말은… 직장암이라고 했다. 의사는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결과를 듣고 집으로 오면서 비 오듯 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있다. 살면서 종종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기는 했으나, 내가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온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떨려왔다. 이제 8살, 4살 된 아이들의 얼굴과 가족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올랐다. 그때 내 나이 겨우 마흔다섯이었다. 너무나 살고 싶었다. 아이들의 성장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하지만 큰 병원에서 다시 재검사를 했을 때 상황은 별로였다. 담당의사는 “직장암 3기 B로 예상되고, 암 덩어리가 너무 크니 방사선 치료로 크기부터 줄이는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총 31회의 방사선 치료를 두 달 반 동안 했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기운이 떨어지고 각종 부작용으로 힘들었다.  

그런 후 수술을 했다. 막상 열어보니 림프절에 전이된 부위가 넓었고 수술은 6시간이 넘게 걸렸다. 22cm의 직장을 절제했는데 의사는 림프절을 너무 많이 잘라내서 당분간 걷는 게 힘들 거라고 했다. 

그 말은 정말이었다. 꼭 한 발짝씩 왼쪽 다리가 늦게 끌려왔다. 다리를 절면서 걸어야 했다. 기가 막혔다. 허리에는 장루까지 달아야 했다. 수술 부위가 회복될 때까지 8개월 정도 달아야 한다고 했다. 너무 낯설고 불편하기도 했다. 느닷없이 암 환자가 되고 다리를 절고 장루까지… 한꺼번에 불어 닥친 불행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게 불행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느닷없이 찾아올 수 있는 거였다. 

수술 후유증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항암치료를 시작하자마자 손끝이 까매지고 차가운 것을 만지면 손이 찢어지는 듯했다. 총 8회의 항암치료를 5개월에 걸쳐 받으면서 고통도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런 시간을 이겨내고 드디어 장루를 떼어내기 위해 2022년 8월 10일 병원으로 가면서 많은 기대와 꿈에 부풀어 있었다. 장루만 떼어내면 다시금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진료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담당의사의 얼굴이 심각했다. 진료 전 찍은 CT 사진에서 뭐가 보인다고 했다. 위치는 오른쪽 폐였다. 담당의사는 “전이되었을 수도 있다.”며 “장루를 제거하기 전에 PET-CT부터 찍자.”고 했다. 

항상 침착하던 분이 다급하게 흉부외과에 협진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PET-CT 결과 폐 전이! 

2022년 9월 초, PET-CT를 찍고 장루 제거 수술을 받았다. 촬영 결과는 보름 뒤에 나온다고 했다. 

장루 제거 수술은 잘 되었다고 했지만 후유증은 실로 컸다. 하루에 화장실을 30번도 가고 40번도 갔다. 그러니 항문이 남아날 리가 없었다. 헐고 피나고 면도칼로 도려내는 듯한 통증에 식은땀이 온몸을 적실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고통쯤이야 했다. 전이만 되지 않는다면 더한 고통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날마다 기도하고 눈물도 많이 흘리면서 보름을 보내고 드디어 PET-CT 결과를 보러 간 날, 나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의사는 PET-CT 결과 전이암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다시 절제 및 조직검사를 위해 수술대 위에 올랐다. 쐐기 절제술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수술자국이 컸다. 직장암 수술자국, 장루 흔적, 이번에는 폐 절제 흔적까지… 수술 자국으로 얼룩져가는 처연한 몸이 서러워 감정이 복받쳤다. 

그런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고, 그 결과는 나의 마지막 희망까지 앗아갔다.  

암이 맞다고 했다. 1년 전 병원에서 첫 CT를 찍을 때도 있었다고 했다. 그때는 너무 작아서 혈관 중 하나로 보였던 것이 치료를 받는 1년 동안 점점 커졌다고 했다. 말하자면 처음 병원 검진 때부터 이미 폐전이가 된 상태였고, 애초에 직장암 3기가 아니라 직장암 4기였던 셈이었다. 

또다시 항암치료 일정을 잡자고 했다. 비록 전이된 암은 제거해서 CT상 보이는 암은 없지만 혈관을 타고 다른 곳에도 전이됐을 가능성이 높기에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독하기로 악명 높은 폴피리라는 항암제를 써야 한다고 했다.

 

▲ 이슬기 작가는 암을 통해 아무리 큰 고통과 시련도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신앙의 힘이 없었다면…

총 12회로 세팅된 폴피리 항암제의 독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항암 2회 차부터 머리가 몽땅 빠져버리고 4회 차부터는 구토 증상으로 몸부림을 쳤다. 7회 차부터는 응급실을 드나들게 되었고, 9회 차부터는 도저히 못하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항암약 자체도 힘들었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화장실이었다. 장점막이 손상되어 한두 번에 해결이 되지 않았다. 장루를 제거한 후유증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루에 반나절 이상을 화장실에서 보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우울감과 좌절감이 시시때때로 덮쳐와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기도 했다. 가족들도 안타까운 나머지 이러다 사람 잡겠다고 그만하자고 했다. 그러나 훗날 또 어떤 일이 생겼을 때 항암을 그만둔 이유를 떠올리기는 싫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하나님이 결국은 회복의 길로 인도하실 거라는 믿음이었다. 그렇게 2023년 6월, 기도와 눈물 속에 12번의 항암을 모두 마치게 되었다. 

 

180도 달라진 암 이후의 삶 

2023년 6월 이후부터 3개월마다 한 번씩 CT를 찍고 있는데 늘 한결같이 ‘깨끗하다’라는 말을 듣고 있다. 비록 직장암 4기에 폐 전이까지 생사의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지금의 나는 더없이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면역관리를 위해 암요양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의사가 물었다. “항암을 많이 받았는데도 이렇게 안색도 좋고 건강하기는 쉽지 않은데 비결이 뭐냐?”고. 

몇 가지를 대답하면서 가슴이 벅찼다. 그 지난한 시간을 겪고 의사로부터 건강 비결을 묻는 질문을 받는 날이 오다니 믿기지 않아서였다. 암 이후 건강을 위해 꾸준히 실천한 네 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첫째, 이사를 했다. 

지난 2월 서울에서 남양주로 이사를 했다. 삶의 환경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서였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평생을 서울에서 살아왔고, 남편의 직장도 서울이었고, 아이들에게도 미안했다. 하지만 24시간 계속 마시게 되는 공기, 그 공기가 좋은 곳에 내 몸을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푸르른 불암산과 파란 하늘부터 보인다. 능선마다 일렁이며 퍼지는 연두의 바다를 지켜보는 것은 기쁨이다. 싱그러운 생명력으로 가득 찬 초록 식물들을 들여다보면 내 안에 초록 에너지로 가득 차는 느낌이 든다.  

둘째, 날마다 등산을 하고 근력운동도 했다. 

절제 수술 후에 등산을 시작했다. 살려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운이 없어 처음에는 산 아래까지만 겨우 갔다가 돌아오곤 했다. 다음 날은 그것보다 10미터, 다음 날은 그것보다 10미터… 그렇게 차츰차츰 거리를 늘려나갔고, 석 달 정도 지나자 한 시간 반 정도의 등산도 무리가 없게 되었다. 근력운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필라테스 학원을 다니며 지금껏 하고 있다. 근력이 붙으면서 몸에도 활력이 살아나는 것 같다. 

 

▲ 이슬기 작가는 암에 걸리고 난 뒤 회복하는 과정을 수기로 남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스토리'에서 뮤뮤라는 필명으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셋째, 스트레스 요인을 차단하고, 행복한 일에 몰두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아이들 교육에 대한 관심을 과감히 줄이는 선택을 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엄마의 모습은 건강하고 행복한 엄마일 것이다. 아무리 교육정보를 많이 가졌던들 우울하고 화가 많은 엄마를 원하는 자식이 있을까?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그 시간을 나의 관심사로 옮겼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독서와 글쓰기이다. 그 일이 좋아 결혼 전까지 출판사에서 10년간 일하기도 했다. 아프고 회복하기까지의 과정을 수기로 남기기 위해 끄적거리기 시작했는데 이를 계기로 완전히 글 쓰는 삶에 빠지게 되었다. 좋은 글을 모으고, 문장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되었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스토리’에 ‘뮤뮤’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리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발행하는 글의 반 이상이 브런치와 다음 메인 화면에 오르고 있다. 좀 더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싶어 단편소설과 동화를 준비하고 있다. 

넷째, 면역력을 높이는 식단에 집중했다. 

암을 알게 되고 많이 후회했던 것은 대충대충 먹고살았던 지난날이었다.  

그런 생활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식사를 하는데 집중했다. 잡곡밥을 기본으로 우엉, 도라지 같은 뿌리채소 반찬을 꼭 곁들여서 먹기 시작했다. 가지나물, 애호박, 브로콜리 등 다양한 색의 채소도 매일 먹었다. 단백질은 검은콩,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을 주로 먹고, 연어 등 각종 생선과 닭고기도 가끔씩 먹으며 전체적인 영양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볶기보다는 찜의 형태로 먹고, 같은 채소라도 종류마다 가지고 있는 영양군이 다르다고 해서 다양하게 섭취하려고 노력했다. 

나쁜 음식을 먹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직화구이, 가공육, 튀긴 음식은 멀리하고, 인스턴트식품, 첨가물이 많은 음식도 가까이하지 않았다. 간식이 먹고 싶을 때는 통밀빵에 치즈, 아몬드칩 같은 곡물과자를 먹는다.

이외에도 하루에 물과 레몬수 1.5~2리터 마시기도 중요한 실천 사항이었다. 식사 시간도 중요하게 여겨 저녁은 6시 이전에 먹고 되도록 공복 14시간을 유지하는 식으로 실천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레몬수와 디톡스 스무디이다. 오렌지 스무디도 만들어 먹고, 퍼플디톡스 스무디도 만들어 먹었다. 

오렌지 스무디는 당근, 햄프시드, 바나나 반 개, 오렌지, 생강 한 톨, 강황 한 톨을 넣고 갈아서 먹으면 된다. 

퍼플디톡스 스무디는 30분 끓인 비트 반 개, 블루베리 200그램, 아마씨 한 큰 술, 바나나 반 개, 생강 한 톨을 넣고 갈아서 먹으면 된다.

 

2024년 8월, 평범한 일상에 감사해

2024년 8월,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병원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고, 특별히 아픈데도, 먹어야 하는 약도 없다.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먹거리로 지금껏 살아온 날 중에 가장 체력이 좋은 것 같다. 

암 진단 이후 31회의 방사선, 6시간의 수술, 8번의 항암치료까지 1년간의 치료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 덕분에 영원할 것 같은 고통도 다 지나간다는 것을 배웠다. 쓸데없는 걱정, 불안, 고통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것 자체에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온종일 화장실에서 보내지 않고 이렇게 밥 먹고 걷고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너무도 헌신적으로 도와준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까지 모두에게 감사하다. 특히 나를 회복과 평안의 길로 인도하고 지금도 세심하게 이끌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 남은 생애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받은 헌신과 사랑을 아낌없이 베풀며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___

이슬기 작가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스토리’에서 ‘뮤뮤’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리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암 투병 과정을 담담히 풀어놓았던 브런치북 <다시 반짝일래>와 일상을 가볍게 풀어놓은 에세이집 <수요에세이>를 출간해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슬기 작가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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