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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기 교수의 건강 ‘톡’] 많이 먹으면 간에 무리가 되는 영양제 리스트

기사승인 2024.09.19  10: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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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9월호 54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약리학과 이형기 교수】

영양제 한두 가지 안 먹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심지어 10개 이상 먹는다고 밝힌 연예인도 종종 있다. 대부분 영양제를 이것저것 챙겨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또 건강기능식품은 안전할 테니 많이 먹어도 괜찮을 거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건강기능식품 복용 시에도 의약품처럼 적정 섭취량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간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 우리 몸의 해독기관인 간에서 약물도 분해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날마다 챙겨먹는 건강기능식품들! 과다 복용하면 특히 간에 무리가 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리스트를 소개한다.

 

 

비타민 A와 B3 

대부분의 비타민은 인체에 매우 안전한 물질이지만, 비타민 A와 비타민 B3만은 예외다. 이 두 비타민은 과량 복용 시 간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섭취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비타민 A는 눈, 상피세포(피부)의 기능과 관계가 깊은 영양소다. 비타민 A는 어두운 곳에서 시각을 유지하거나, 또는 상피세포를 보호하면서 피부나 점막의 면역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때문에 비타민 A가 모자라게 되면 야맹증, 건성 각결막염, 피부 건조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므로 평소에 식품으로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비타민 A는 공급하는 식품에 따라 두 가지 형태로 섭취된다. 하나는, 달걀, 우유, 간 등 동물성 식품에 존재하는 레티닐 에스터(Retinyl Ester)이다. 다른 하나는, 붉거나 노란 채소 속 색소인 베타카로틴(Betacarotene) 형태다. 둘 모두 기름에 잘 녹고 물에 강한 지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비타민 A 역시 몸에 잘 쌓이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런데 고용량의 비타민 A가 인체에 축적되면 황달, 간 및 비장의 비대증, 간경변 등 여러 가지 간 손상 질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인의 비타민 A 일일 섭취 권장량은 성인 남성이 750~800µg, 여성은 600~650µg이며, 최대 섭취 상한선은 3000µg 레티놀활성당량(이하 ‘µg RAE’)이다. 이 기준을 준수한다면 비타민 A는 인체에 아주 안전한 영양소다. 그러나 이 상한선의 4배인 12000µg RAE 이상의 고용량을 하루에 한꺼번에 섭취하면 간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임산부는 비타민 A를 고용량으로 섭취하면 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증가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폐암 발병 위험이 높은 흡연자나 석면폐증 환자 역시 비타민 A를 과다 복용하면 폐암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섭취 시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비타민 A는 영양제 형태보다는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더 좋다.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베타카로틴 형태의 비타민 A는 많이 먹어도 간독성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비타민 B3는 흔히 나이아신이라고 불리는데(또는 니아신, 니코틴산) 고용량으로 투여할 경우 고지혈증 치료제로 쓰일 수 있는 물질이다. 비타민 B3에는 우리 몸에 나쁜 저밀도 지질단백질(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몸에 좋은 고밀도 지질단백질(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나이아신의 하루 섭취 상한선인 35mg 나이아신당량(이하 ‘mg NE’)을 훨씬 뛰어넘는 500mg NE 이상을 복용하면 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얼굴, 팔, 흉부 등의 피부에 황달과 홍조가 나타나고 각종 가려움증, 메스꺼움, 현기증, 두통, 구토감 등의 증상이 느껴질 수 있으며, 심할 경우에는 피부 화상 또는 통풍에 걸리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흥미롭게도 비타민 B3의 또 다른 형태인 나이아신아미드(또는 니코틴산아미드, 니아미드)는 간독성을 일으키지 않는다. 에너지 대사에 주로 작용하는 나이아신과는 달리, 나이아신아미드는 좀 더 안전한 성분으로 주로 피부 건강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에서 유통 중인 비타민 B3 건강기능식품들은 나이아신인지 나이아신아미드인지 성분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천연물에서 유래한 기능성 원료

간에 문제를 일으키기 쉬운 건강기능식품은 대부분 기능성을 표방하는 제품들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대다수가 채소나 과일 등 천연물에서 추출된 ‘기능성 원료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들은 비타민과 달리 적정 섭취량을 지킨다 해도 간독성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보장할 수 없다.

이는 자연물에서 유래한 기능성 원료 성분들이 그 추출 과정에서 대부분 여러 가지 농축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농축된 천연 유래 성분들은 간의 해독 과정을 거쳐 흡수되는데, 이때 다른 영양소들의 섭취 과정보다 간의 부담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종종 간 손상이 발생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졌다고 인정하는 원료나 성분을 ‘건강기능식품 공전’에 등재해 ‘기능성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공표한다. 이중 현재까지 간독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된 기능성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알로에베라,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글루코사민, 녹차추출물 등이다. 

 


알로에베라(Aloe Vera)는 피부 건강과 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기능성 원료다. 하지만 알로에베라를 알약 등의 형태로 경구 섭취 시 급성 바이러스 간염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보고가 존재한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Garcinia Cambogia)는 최근 체중 감량 및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지면서 매우 인기가 높아진 열대 식물 유래 기능성 원료다. 

그런데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성분이 함유된 식이보충제를 복용한 일부에서 급성 간 손상이 나타난 사례가 있었다. 이중에는 급성 간부전으로 이어져 사망하거나 긴급 간 이식이 필요했을 정도로 심각한 사례도 존재했다. 따라서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복용 시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글루코사민(Glucosamin)은 우리 몸의 연골을 구성하는 성분으로서 흔히 콘드로이친과 함께 관절염의 통증 완화와 연골 건강 증진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쓰이는 물질이다. 

글루코사민은 대체로 간 손상을 유발하지 않는 안전한 물질이지만, 아주 드물게 면역 알레르기 증상이나 급성 간부전 등의 사례가 나타났다. 

녹차추출물(Green Tea Leaf Extract) 원료는 항산화 효과를 지닌 카테킨 성분을 통해 피로 회복과 건강 증진을 돕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녹차추출물 성분을 함유한 건강기능식품이 간 독성을 유발해 급성 간 손상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종종 보고되어 소비자의 주의를 요한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녹차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한 특정 체중조절제가 급성 간 손상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규제 조치를 내린 사례가 있다.

 

결론적으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지나침은 언제든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건강기능식품 역시 무턱대고 안전할 거라 과신하지 말고, 평소부터 의약품처럼 적정량을 준수해 섭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몸의 간은 뛰어난 재생 능력을 지니기는 했지만, 대신 한 번 망가지면 치료하기 아주 어려운 장기이다. 과다 복용으로 인한 간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먹는 건강기능식품의 특성과 일일 섭취 권장량을 비롯한 복용 방법을 이해하고 철저히 지켜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이형기 교수는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약리학과 및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2017~2021년 서울의대 임상약리학 협동과정 주임교수를 역임했다. 1999년 도미해조지타운의과대학, 피츠버그의과대학, UCSF 약학대학에서 근무했으며, 미국 FDA 객원연구원 및 '의약품개발과학센터' 최초 아시아인 디렉터로 활동했다. 2012년 귀국 후 50건 이상의 임상 연구를 주도했고 2017년부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CCADD를 설립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신약 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융합 기술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2021년 PMATCH를 창업해 인공지능 기반 건강기능식품 큐레이션 앱인 건전지(건강기능식품 정보를 전부 모아 지키자 내 건강)를 개발했다.

이형기 교수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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