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호 60p
【건강다이제스트 | 예방치과 전문가 김광수 원장】
치대에 다니던 시절 지도교수님은 과학적으로 철저하셔서 치약이 약이 아니라는 점을 늘 강조하셨다. 치약이라는 말을 쓰면 국민들에게 “치약만 잘 쓰면 충치나 치주병이 치료된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위험성이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래서 치약이라는 명칭 대신 치아를 닦는 물질이라는 뜻으로 꼭 ‘세치제’라고 쓰셨고, 교과서에도 모두 그렇게 쓰셨다. 우리 제자들이 가끔 습관적으로 ‘치약’이라는 말을 쓰면 그 자리에서 불호령이 떨어지곤 했다.
나도 세치제라는 용어를 쓰고 싶지만 읽으시는 독자분들이 너무 힘들어할까 봐 그냥 치약이라고 쓴다. 교수님께는 죄송스럽다.
이번호는 전 국민이 다 쓰는 치약과 칫솔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치약이 좋습니까?”
치과의사로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단골로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치약은 어떤 것을 쓰는 게 좋습니까?”이다.
시중에는 많은 종류의 치약이 시판되고 있다. 기능성을 더한 치약까지 수십 종에 이른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약용치약이라고 해서 1~2만 원대 고급치약도 시판 중이다. 심지어는 이 치약을 몇 달만 쓰면 잇몸병이 깨끗이 낫는다는 치약도 있다.
요약하자면 잇몸병은 비싼 치약을 써서 낫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잇몸병은 필요한 치료를 받고, 잇솔질을 밤마다 열심히 하면 더 나빠짐을 막아줄 수 있을 뿐이다. 비타민이나 영양제 한두 알씩 먹는다고 나쁠 것은 없지만 그게 해결책은 아니다.
그렇다면 치약을 고를 때 어떤 기준을 따르는 것이 좋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치약은 한마디로 비싸나 싸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다 잘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슈퍼에서 가장 싼 치약을 사서 쓴다. 나머지는 향기, 감촉 뭐 그런 차이일 뿐이다.
우리나라 치약 시장은 매우 크다. 나는 석사논문으로 이것을 조사했었는데, 모든 치과의사가 벌어들이는 돈보다 치약 시장의 매출액이 훨씬 더 컸다.
어쨌든 결론은 치약은 아무 치약이나 써도 된다는 것이고, 비싼 치약이라고 해서 더 좋을 것도 없다는 것이다.
간혹 “소금으로 닦으면 좋냐?”고 물으시는 분도 계시다. 나는 소금이 치약보다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생리식염수도 소금물이니까 소금이 치아에 나쁠 건 없을 것이다.
“어떤 칫솔을 쓸까요?”
치약 못잖게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칫솔이다. “어떤 칫솔을 쓰면 좋냐?”는 것이다.
시중에는 치약만큼 칫솔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으니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칫솔은 치약하고는 다르다는 점을 꼭 알아야 한다. 칫솔은 치아 건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회전법을 제대로 하려면 솔이 상당히 빳빳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세균도 잘 제거되고, 프라크도 잘 제거된다.
프라크(plaque)는 치아 표면에 생기는 세균의 막인데 그냥은 제거되지 않는다. 칫솔로 닦아서 물리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 뿐이다. 잇솔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프라크는 몇 주일이고 몇 달이고 붙어 있으면서 치아를 녹인다. 그래서 충치가 생기는 것이다.
개울을 건너다가 돌을 밟으면 갑자기 찍 미끄러지는 수가 있는데, 이는 돌의 표면에 있는 ‘물이끼’ 때문이다. 말하자면 프라크란 치아에 생기는 ‘물이끼’같은 것이다. 그래서 일본말로는 치태(齒苔, 이끼태)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을 정확히 표현하면 이끼가 아니고 세균막이다. 프라크가 프라그로 된 것도 일본말 때문이다. 부광약품이 일본에서 쓰는 ‘안찌뿌라꾸’ 치약의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프라그라고 했기 때문이다.
치아와 잇몸에 붙은 세균막을 제대로 제거하려면 빳빳한 솔을 써야 한다. 그런데 시중에서 파는 칫솔은 하나같이 너무 부드럽다. 좋지도 않은 것들이 비싸기는 하다. 모두 쓸모없는 것들이다. 소비자는 잘 모르고 부드러운 칫솔이 좋다는 생각에 자꾸 부드러운 것만을 산다. 그래서 칫솔 회사에서는 빳빳한 것을 잘 안 만든다. 악순환이다.
빳빳한 것을 쓰면 사람들은 아프고 잇몸에서 피가 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잇솔질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또 피가 난다고 해도 빳빳한 칫솔로 꾸준히 닦으면 좋아질 수 있다.
어쨌든 현재는 누구라도 빳빳한 칫솔을 구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그래서 충치예방연구회에서는 ‘콩세알’이라는 빳빳한 칫솔을 개발해서 팔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거의 못 팔았다. 나는 콩세알 칫솔을 오랫동안 사용했는데, 요즘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 독자 여러분도 가능한 한 빳빳한 칫솔을 구해서 회전법으로 치아를 닦기를 권해 드린다.
“치실과 치간칫솔도 꼭 써야 하나요?
요즘에는 치실과 치간칫솔을 쓰는 사람도 부쩍 많아진 것 같다. 또 꼭 써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치실은 이론적로 볼 때 필요한 것이다. 칫솔만으로는 치아와 치아 사이의 치간 프라크는 아무리 해도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치실을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요즘은 편의점에서 간편치실을 팔기 때문에 이것이 권장된다.
또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박히면 바로바로 제거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오래 박혀 있으면 이것이 치주병 유발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치아 사이의 음식물이 바로 치조골을 녹이는 것이다. 예전에는 흔히 이쑤시개를 이용했는데, 요즘은 편의점에서 파는 ‘치간칫솔’을 쓰면 되어서 매우 편리하다.
나는 전동칫솔은 절대로 권하지 않는다. 잇솔질의 목적이 무엇인가? 치아에 붙은 세균과 잇몸에 붙은 세균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잇몸에 붙은 세균이 치주병의 주범이다.
그런데 전동칫솔은 치아에 붙은 세균만 제거해 준다. 잇몸에 붙은 세균은 전혀 관심 밖이다. 멍텅구리이다. 허리 위만 목욕시키고 허리 아래를 하지 않는다면 목욕을 잘했다고 하겠는가?
마지막으로 물총이 있는데, 워터픽(water pick)이라고 한다. 이는 특히 임플란트 사용자에게 효과적이다. 잇솔질을 충분히 한 연후에 사용하면 좋다.
그러나 잇솔질 대신에 워터픽만 믿으면 안 된다. 워터픽은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이다. 워터픽은 배터리용이 아니라 직접 플러그에 꽂아 쓰는 것이 힘이 좋다.
김광수 원장은 예방치과 전문가로 수십 년 동안 활동한 치과의사다. 지금은 30년간 해온 개인병원을 은퇴하고 2022년부터는 건강검진 치과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펴낸 바 있다.
김광수 원장 kunkang198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