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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사이] 불꽃같은 사랑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4.09.11  10: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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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8월호 94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심봉석 교수】

장구의 신으로 유명한 트로트 가수 박서진은 <사랑할 나이>라는 노래에서 말한다. ‘온몸이 쑤시고 아파와도 마음은 이팔청춘이니 불꽃같은 사랑을 하겠다고.’ 

노래 가사처럼 나이를 먹는다고 사랑에 대한 욕구는 줄어들지 않는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성에 대한 욕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성기능을 실감하면 겁이 난다. 이러다 곧 못 하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과연 우리는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  
 

 

CASE 1.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던 남자 이야기

결혼 20년 차 상면(50세·가명) 씨는 아내와 섹스리스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성생활 이야기가 별로 듣고 싶지 않다. 아직 팔팔하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실패자가 된 기분이 들면서 아내에게 화가 솟구친다. 

몇 년 전 발기가 시원찮아졌을 때였다. 아내가 위로랍시고 한 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내는 “그럴 때도 됐지. 차라리 잘됐어.”라고 했다. 자존심이 뭉개졌고 그 이후로 발기력은 더 심각하게 떨어졌다. 노력해 보고 싶었지만 아내 앞에서 비참해지기는 더 싫었다. 그래서 섹스를 안 하는 삶을 택했다. 스스로 선택한 섹스리스지만 아내가 원망스럽다. 그런 말을 안 했으면 포기하지 않았을 텐데 아내 복도 지지리 없다는 생각이 든다.

 

CASE 2. 왠지 씁쓸한 여자 이야기

오래전 이혼하고 대학생 딸과 둘이 살고 있는 은설(46세·가명) 씨는 최근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같은 돌싱 모임 회원들의 결혼 소식과 임신 소식이었다. 여자 회원은 은설 씨와 나이가 같고 남자 회원은 10살 연상이었다. 46세, 56세 예비부부의 혼전임신 소식에 모임이 발칵 뒤집혔다. 여성 회원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지만 부럽다는 사람이 많았다. 나이만 젊었으면 1등 신랑감이라고 칭찬이 자자했던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한참 전에 그 남자 회원이 은설 씨에게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다. 은설 씨는 나이 차가 부담스러워서 거절했다. 나이가 많아 성생활을 포기해야 할 것도 같았다. 그런데 임신 소식을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연히 축하해줘야 할 일이지만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중년 이후에도 성생활을 하면…   

우리의 육체적인 성적 능력은 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남자의 성적 능력은 20대에 최고조에 달해서 30대까지 유지되다가 40대부터 감퇴한다. 여자는 30대에 최고조에 달해 40대까지는 유지하고 50대에 감퇴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나이가 들어서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다시 건강해지려고 병원에 다니고, 운동을 하고, 음식을 가려 먹는다. 반면, 성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마치 자연의 순리를 따르듯 성생활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성적 욕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성적 관심이나 호기심은 있지만 이 나이에 성을 밝히는 것은 주책이라고 생각한다. 육체적인 건강을 챙기느라 성적 욕구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성생활은 육체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심봉석 교수는 “중년 이후의 성생활은 단순한 욕망의 배출이 아니라 순수한 성에 대한 욕구와 친밀감의 표현이며 동시에 노화를 지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성적 욕구가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면 성기능이 급속도로 퇴화하고 건강과 수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성생활은 신체적 접촉을 통해 서로 친밀감을 공유하고 정서적 만족감과 안정감을 준다. 나이가 들수록 사는 게 허무해지고 무기력해진다는 사람이 많은데 성생활을 통해 사랑을 확인하는 것은 존재감을 느끼고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중년 이후 행복한 성생활 노하우 5가지

청년기의 성생활은 주로 성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에 휘둘린다. 의욕과 열정은 넘치지만 경험이 적고 충동적으로 할 때가 많아서 아쉬움이 남기 쉽다. 

이에 반해 중년 이상이 되면 그동안의 성경험을 바탕으로 상대방과 극도의 친밀감을 느끼면서 진정한 교감을 하는 성생활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원숙한 성생활을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 사항을 지키는 것이 좋다.

첫째, 나이가 들어 감소한 배우자의 성기능을 이해해야 한다. 남자는 40대 이후로 발기력과 강도가 약해지기 시작하고 여자는 갱년기를 거치며 질의 분비물이 줄어들고 탄력이 떨어진다.

성기능이 저하되면 누구나 위축되고, 자존심이 상하면 마음의 문을 닫기 쉽다. 하지만 신체적 노화로 성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의학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자는 호르몬 보충요법, 남자는 호르몬 보충요법, 약물, 보조기구, 보형물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성생활의 범위를 폭넓게 본다. 성기의 결합이나 사정에 의한 쾌감만을 추구하지 말고 상대방이 흥분하고 좋아하는 스킨십을 하는 등 함께 즐길 방법을 찾아본다. 

셋째, 몸과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 성생활을 만족스럽게 하려면 다양한 테크닉과 체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중년 이후에는 특별한 성적 기교보다는 편한 상태에서 서로의 몸에 애정을 갖고 느낌에 집중하는 것이 더 큰 즐거움과 만족감을 준다. 

여자는 성관계 자체보다 분위기가 중요해서 절정에 달하지 못해도 심리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성생활이 될 수 있다. 이는 생리적으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넷째, 컨디션이 좋을 때 시도한다. 나이가 들수록 성생활에서 중요한 요소는 성관계를 갖는 시간이다. 심봉석 교수는 “꼭 밤이 아니더라도 두 사람의 기분이나 신체적 조건이 최상일 때 성생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규칙적인 성생활을 시도하고 이를 위해 평소 적당한 운동, 적절한 식이요법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새벽에 성관계를 하면 낮에 피곤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한 번의 성관계에 소모되는 육체적 에너지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만족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면 활력 넘치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다섯째, 성행위에만 집중한다. 나이가 들면 성생활 도중 집중력 감소로 인해 발기가 풀려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내일 꼭 일찍 가야 하는데….’, ‘아까 중요한 전화를 못 했네….’와 같이 딴생각을 하면 힘이 쑥 빠지기 쉽다. 물론 분위기도 중요하고, 사랑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딴생각을 안 하고 그 순간에 집중하려는 노력도 꼭 해야 한다.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 

숨을 쉬고,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것처럼 중년의 성이나 노년의 성 역시 당연히 자연스럽게 영위해야 할 삶의 한 부분이다. 중년 이전에만 열정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싶다. 사랑에는 나이에 따른 한계가 없다. 

심봉석 교수는 “노년층도 상당수가 실제로 활발하게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이 성생활을 지속하고 있으며 빈도는 월평균 1.37회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1200명의 한국인을 포함해, 28개국 2만 6000명의 성에 대한 태도 및 행동에 관한 국제적 조사에서 40대 이상 80세 미만의 성인남녀 가운데 남성은 80% 이상, 여성은 60% 이상이 인생에서 성생활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응답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남자는 여자로부터 남자다움을 인정받기를 원하며, 여자는 남자로부터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심봉석 교수는 “성생활의 역할은 육체적 쾌감과 함께 서로 친밀감을 공유하고 정서적 만족감과 안정감을 주는 것”이라며 “중년 이후의 성생활은 여유가 있는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심봉석 교수는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에서 배뇨장애, 전립선질환, 갱년기 증상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으며 소변건강연구소 소장과 메디컬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는 <오줌과 성, 인문학을 만나다>, <남자는 털고, 여자는 닦고>가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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