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8월호 p156
【건강다이제스트 | 평촌서울나우병원 김준배 대표원장】
관절이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오해하기 쉬운 것 5가지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Q. “물리치료나 받고 가세요.” 했다면…
허리가 아파서 혹은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물리치료나 받고 가세요.” 했다면 무슨 뜻일까요? 이런 말을 들은 환자 중에는 믿음이 안 간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아파서 병원에 왔는데 왜 이렇게 성의 없이 하지? MRI도 안 찍어 보고. 아무래도 다른 병원에 가는 게 낫겠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진료를 한 의사가 “물리치료나 받고 가세요.” 했다면 그 말은 ‘심한 질환은 아니고, 가볍게 지나갈 만한 병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약 먹고 물리치료를 며칠만 받아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고가의 MRI 검사를 해야 할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의사가 환자의 병을 소홀히 여긴다고 오해하지 말고 의사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Q. 의사가 쉬라고 하면 얼마나 쉬어야 하나요?
어깨 통증이든, 허리 통증이든 통증이 나타났을 때는 일단 통증이 생긴 초반 급성기에는 잘 쉬는 것이 중요합니다. 충분한 휴식으로 급성 통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부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아무 것도 하지 말고 푹 쉬어야 합니다. 그다음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나면 정상적인 운동 범위를 회복할 때까지 부드럽게 스트레칭을 시작합니다. 이후 더 이상 통증이 느껴지지 않고 상태가 호전되면 근력 강화 운동을 진행하는 것이 모든 관절 치료에 해당하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Q. ‘내가 받고 있는 치료, 혹시 과잉 진료일까?’
척추관절병원에 가면 이것저것 검사를 많이 해서 진료비가 많이 나왔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이른바 ‘과잉 진료’ 논란입니다.
‘혹시 내가 받고 있는 치료도 과잉 진료가 아닐까?’ 걱정된다면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보세요.
“나는 지금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끼고 있는 상태인가?”
관절 치료는 X-ray나 MRI 검사를 했을 때 정상적인 관절의 ‘모양’이 나오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픈 증상을 없애는 것이 치료 목표입니다.
내가 느끼는 증상이나 통증은 그리 심하지 않은데도 MRI 검사 결과 파열이 보이고 연골이 많이 닳았다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처방받은 환자들이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은 앞으로 닥칠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약이나 물리치료, 적절한 운동 등으로 개선되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하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그러니 환자가 느끼는 증상과 상관없이 단지 영상 검사 결과만을 보고 무조건 수술부터 권유한다면 치료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의사들은 왜 제각기 다른 처방을 내릴까요?
의사마다 다른 처방을 내리는 이유 중 하나는 통증의 양상이 비슷해 명확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입니다. 일례로 엉덩이 부근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은 경우 허리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고관절 자체의 문제인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엉덩이 부근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허리 때문이라고 해서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고, 허리에 주사도 맞았지만 통증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다른 병원에 갔더니 이 병원에서도 허리가 원인인 것 같다며 이번에는 허리에 다른 주사를 맞아보자고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별 효과가 없습니다. 나중에 혹시나 해서 골반 X-ray를 찍고 MRI 검사를 해 보면 결국 고관절 관절염 또는 무혈성 괴사증이라고 최종 진단을 받습니다.
이런 경우는 꽤 흔해 마지막에 찾아가는 병원의 의사가 명의가 된다는 의사끼리의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부위와 환자가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허리 디스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엉덩이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 경우 실제로 허리 디스크 문제일 때가 더 흔하기 때문에 허리를 먼저 치료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허리 문제인지, 골반 문제인지 감별하는 테스트가 몇 가지 있긴 하지만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에 아주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병원을 선택할 때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Q. 몇 주씩 약을 먹어도 건강에 괜찮을까요?
필자가 레지던트 시절에는 당시 교수님들이 2~3개월씩 약을 처방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환자들에게 약을 2개월 치 처방하겠다고 말하면 많은 환자들이 의사의 실력이 부족하다며 다른 병원을 찾아갈 것입니다.
사실 필자가 레지던트 시절 사용하던 약이나 지금 처방하는 약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획기적으로 치료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약이 발견된 바도 없습니다. 결국 약물의 복용 기간은 과거나 현재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최근의 환자들이 약물에 갖는 반감이 이토록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약을 처방할 때 의사가 환자에게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약이 치료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약 성분이 우리 혈액 안에서 적절 농도에 이르러야 하고, 그렇게 나타난 약리작용이 어느 정도 지속되어야 치료 효과도 나타납니다.
따라서 약의 종류에 따라 1~2일 만에 바로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고, 한 달 이상 복용했을 때 그제야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는 약도 있습니다.
그런데 약을 처방하면서 이런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환자는 3~4일 동안 약을 꾸준히 챙겨 먹어도 별다른 차도가 보이지 않으니 처방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다른 병원을 전전하거나 마음대로 약을 끊는 일도 벌어집니다.
관절 통증에 많이 쓰는 진통소염제는 단순한 진통제와는 다르게 치료제임을 알아야 합니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 효과를 보려면 일정 기간 꼭 복용해야 합니다. 물론 무조건 약을 오래, 많이 먹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소염제를 너무 오래 먹으면 부작용으로 위염, 위궤양 등의 소화기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심혈관질환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필요할 때,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본인에게 맞는 약을, 용법에 따라 잘 복용한다면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더불어 이후 어느 정도 증상이 호전되었다면 약을 줄여 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운동요법 등으로 꾸준히 관리하는 것 역시 치료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단순히 약물이 몸에 좋지 않다는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약을 임의로 먹지 않거나, 반대로 무분별하게 약을 남용하는 것 모두 지양해야 할 태도입니다.
련의를 거친 정형외과 전문의다. 한국형 인공관절 개발에도 참여, 한국형 인공관절수술을 전문으로 하면서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현재 평촌서울나우병원 대표원장으로 있으면서 KBS<여유만만>, SBS<좋은 아침>, MBC<생방송 오늘아침> 등 여러 방송에 건강 자문의로 출연, 관절 건강 지키는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특히 통증을 없애고 비틀린 관절을 바로잡는 운동법을 공개한 <백년 쓰는 관절 리모델링>을 출간, 관절 살리는 진짜 운동법을 알려주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준배 원장 kunkang198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