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8월호 14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건국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종한 교수】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발간한 2022 당뇨병 팩트시트에 의하면 2020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16.7%)이 당뇨병이다. 65세 이상 성인은 10명 중 3명(30.1%)이나 당뇨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유병률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식품시장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제품군이 있다. 당뇨환자의 혈당 관리를 겨냥한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이다. 당뇨환자도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영양 간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간단히 식사 대용으로 먹는 사람도 많다.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을 먹으면 정말로 혈당 걱정은 안 해도 될까?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이란?
일반적인 환자용 영양식은 수술, 치료, 노쇠 등으로 인해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환자를 위해 만든 유동식(주로 묽은 죽 형태)을 말한다. 이러한 환자용 영양식은 당뇨병 환자에게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환자를 위한 영양식은 보통 소화와 흡수가 쉽게 만들어서 혈당을 빠르게 올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은 유동식 형태로 쉽고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일반 환자용 영양식과 같지만 혈당 상승은 최소화한 제품이다.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에는 당류가 거의 들어 있지 않고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낸다. 또한 식이섬유와 단백질 함량을 높인 제품이 대부분이며,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일부 함유된 제품도 있다.
식사 대신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을 먹으면…
현재 수많은 종류의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이 마트, 편의점 등에서는 주로 낱개로,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 등에서는 박스 단위로 팔리고 있다. 건국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종한 교수는 “간혹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을 약처럼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식사를 충분히 또는 지나치게 한 후에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을 또 먹으면 결국은 추가적인 열량 섭취를 하게 되는 것이므로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만약 당뇨환자가 바쁜 일정으로 인해 식사 대용 먹을거리가 필요하거나 간식을 먹고 싶다면 빵, 떡, 과자, 주스 등을 먹는 것보다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을 먹는 게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은 일반 환자식보다 식이섬유와 단백질 함량이 높아서 포만감이 오래간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식사가 가능한 상황일 때 굳이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을 식사 대신 먹는 것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최종한 교수는 “누워있는 중증 환자가 아닌 활동량이 많은 일반 당뇨환자에게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 1개(200ml 정도)는 식사 대용으로 충분한 양이 아니다.”고 말한다. 하루에 필요한 열량을 고려하면 한 끼에 2개 이상은 먹어야 한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맛으로 출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이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갈망을 해소해 줄 수는 없다. 그래서 당뇨환자가 식사 대신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만 먹으면 ‘열량 부족’과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갈망’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다른 음식을 먹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종한 교수는 “다른 식사와 간식에 대한 적절한 통제 없이 단순히 식사나 간식을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으로 대체한다고 해서 막연하게 혈당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저당이어도 혈당 체크 필요
당뇨환자의 증가로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서 현재 유명 식품회사는 거의 다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을 출시한 상태다. 종류는 무척 다양하지만 대부분 영양 함량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제품을 선택할 때는 뒷면에 있는 당류, 탄수화물, 열량 등의 수치를 확인하고 비교한 후 혈당 조절에 더 유리한 제품을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최종한 교수는 “동일한 제품이라도 개인의 상황에 따라 혈당에 대한 반응이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을 처음 먹어보거나 다른 제품으로 바꾼 경우에는 평소보다 자주 혈당을 체크해 혈당을 악화시키는지 개선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한편, 당뇨환자용 영양조제식품으로 시작된 저당 열풍에 힘입어 저당 프로틴 음료, 저당 단백질 음료, 단백질 바 등도 계속 새로 출시되고 있다. 트렌디한 재료와 저당을 내세운 제품들은 건강을 챙기고 혈당 관리를 원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 중에서 단백뇨가 심하거나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라면 고단백 식품이 이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저당 고단백 제품을 먹고 싶다면 다소 번거롭더라도 주치의에게 현재 신장 상태를 묻고 자주 섭취해도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덜’ 먹어야 좋아지는 당뇨병
당뇨병은 기본적으로 체내의 포도당 대사가 원활하지 않아서 혈중 포도당 농도가 올라가는 병이다. 그래서 당 섭취만 줄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열량이 있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영양소의 과다 섭취도 궁극적으로는 혈당을 올릴 수 있다.
최종한 교수는 “필요한 것 이상으로 과도한 영양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당뇨병 식사의 첫 번째 원칙”이라며 “무엇을 ‘더’ 먹어서 혈당을 좋아지게 할지보다 무엇을 ‘덜’ 먹어서 좋아지게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뭔가를 더 먹어서 혈당을 떨어뜨리는 것은 당뇨병 약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최종한 교수는 “덜 먹는 식사 습관과 더불어 적절한 운동을 통해 신체 기능을 튼튼히 하고 열량을 ‘더’ 소모하는 것도 혈당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덧붙인다.
최종한 교수는 건국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에서 당뇨병, 비만 등 대사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식품영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올바른 당뇨병 식습관을 연구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