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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 명의의 진료실] “채식해서 건강이 나빠졌다!” 진실일까? 팩트 체크

기사승인 2024.08.21  12: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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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8월호 112p

【글 | 동의의료원 슬관절센터장 송무호 박사】 

채식해서 건강이 더 나빠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지난 8년간 채식을 하면서 당뇨, 통풍 등 있던 병도 고치고 훨씬 건강해진 필자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이런 분들은 채식을 잘못 알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소개한다. 

 

 

채식이란 단어는 나물 채(菜), 먹을 식(食) 자로 구성되어 있다. 단어 뜻만 본다면 채소만 먹는 것을 의미하지만 채소만 먹어서는 건강을 유지할 수가 없고, 곡식과 과일을 반드시 같이 먹어야 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곡식이며, 주식(主食)으로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곡식은 칼로리와 영양분을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기에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곡식을 어떤 방법 또는 어떤 상태로 먹는가도 중요하다. 쌀(현미)은 완전식품으로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지방, 각종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 등의 영양분이 많이 들어있다. 

이런 쌀의 영양분들은 대부분 쌀눈과 미강(bran, 쌀겨, 쌀의 속껍질)에 들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흔히 먹는 흰쌀(백미)을 만들기 위한 도정 과정에서 많은 영양분들이 소실된다. 

따라서 현미를 먹어야 한다. 백미를 먹으면 주로 탄수화물만을 먹게 되니 건강에 불리하고, 피해야 할 가공식품이다. 

채소나 과일은 자연 상태 그대로 씹어 먹는 게 가장 좋은데, 이것을 먹기 좋게 즙을 내거나 갈아서 주스로 먹으면 영양 가치가 떨어진다. 건강에 중요한 섬유질이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나오는 과일 주스나 채소 주스들은 보다 맛있게 하려고 여러 가지 합성 첨가물을 넣기에 더욱 좋지 않다. 과일과 채소도 가공식품은 피해야 한다.

약 10년 전 미국 작가인 리어 키스(Lierre Keith)란 분이 <채식의 배신>이란 책으로 육식 옹호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적이 있다. 

이 분은 20년간 동물성 식품을 입에 전혀 대지 않는 비건(vegan) 생활을 하다 건강이 나빠져서 다시 고기를 먹는다고 주장했다.

이 책에는 의학적인 오류들이 많이 있으나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섬유질(식이섬유)이다. 인간은 섬유질을 소화할 수 없기에 이러한 성분이 많이 포함된 식물성 식품은 인간에게 맞지 않고, 섬유질을 분해하고 소화시켜 에너지를 만든 동물성 식품을 먹는 게 인간에게 좋다고 주장한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과거에는 섬유질이 소화가 안 되기에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쓸데없는 성분으로 여겼으나, 현대 의학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로 간주하여 5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에 이어 6대 영양소로 자리 잡았다. 왜일까? 

 

식이섬유의 재발견 

식이섬유(dietary fiber)라는 용어는 1953년 영국 의사 에벤 힙슬리(Eben Hipsley)가 식물 속에 분포하는 섬유질 중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섬유질을 지칭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그 당시만 해도 식이섬유란 먹을 수는 있지만, 소화가 안 되고 칼로리도 없기에 영양학적 가치가 없는 물질로 간주되었다. 

그러다가 1972년 트로웰(Trowell) 등이 식이섬유가 심장병이나 대장암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식이섬유가설(dietary fiber hypotheses)을 발표한 이후 식이섬유에 대한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1995년 미국 공인분석화학회(AOAC, Association of Official Analytical Chemists)에서 식이섬유의 의학적 정의가 만들어졌으며, 이후 수용성(soluble)과 불용성(insoluble) 식이섬유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다. 

사람의 위나 소장에서 분해되지 않는 식이섬유라 하더라도 대장에 도달해서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고 분해되어 단쇄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s, SCFA)을 생산하고, 이 물질이 우리 몸에 대단히 유익한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안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식이섬유의 중요한 역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은 위장에서 포만감을 증가시켜 주는 반면, 공복감은 지연시키고 칼로리가 적어 비만이 예방된다. 즉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오히려 살이 빠진다. 

둘째, 소장에서 당 흡수 속도를 늦춰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완만하게 조절하여 공복혈당 및 당화혈색소(HbA1c) 수치를 감소시켜 당뇨병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된다. 

셋째, 장내에서 담즙산과 결합하여 콜레스테롤의 체외 배출을 도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므로 고혈압과 심장병이 예방된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서 식이섬유는 당당히 6대 영양소로 자리 매김 되기에 이르렀고, 5대 영양소 못잖게 강조하는 영양소의 하나가 되었다.

그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진 사실은 동물성 식품에는 섬유질이 하나도 없기에 대변량이 줄어 변비로 고생하는 반면, 섬유질이 풍부한 식물성 식품은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간 식이섬유가 대장 속 음식물 찌꺼기와 함께 대변량을 늘리고 장운동을 촉진하여 변비를 없애며, 대장 벽을 청소하는 역할을 해 숙변 제거에 도움이 되고,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 및 독소를 배출하여 대장암 예방 효과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미국영양학협회(Academy of Nutrition and Dietetics)에서는 식물성 식품을 통한 식이섬유 섭취를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하루에 성인 여성은 26g, 성인 남성은 38g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인의 경우 인구의 95%가 권장량에 못 미치는 식이섬유를 섭취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섬유질은 변비, 비만, 당뇨, 고혈압 해결사!

변비, 비만, 당뇨, 고혈압, 심장병, 대장암 등은 현대인들이 가장 흔히 앓고 있는 만성 질환이다.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가장 중요한 영양소가 바로 섬유질로 알려졌다. 

<채식의 배신> 저자는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책의 내용을 보면 “나는 비건 생활 동안 항상 배가 고팠다. 먹는 음식은 전부 탄수화물이었고 저혈당을 반복해서 경험했다.” “건강을 위해 인간이 섭취해야 하는 탄수화물의 양은 제로(0)이다.” “복합 탄수화물과 단순당은 사실 별 차이가 없다.” “구운 감자를 먹는 것과 청량음료 한 병을 마시는 것은 둘 다 포도당 50g이 들어 있기에 대사적으로 별 차이가 없고, 혈당 상승 측면에서 볼 때 감자 쪽이 살짝 더 나쁜 음식이다.”라고 주장했다.

복합 탄수화물은 결코 단순당과 동일하지 않다. 현미, 고구마, 감자, 과일 등 정제되지 않은 복합 탄수화물 식품은 섬유질이 많아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내리기 때문에 저혈당이 오지 않고 공복감이 늦게 온다. 

단순당으로 이루어진 식품인 청량음료, 과일주스, 케이크, 과자, 디저트류 등은 혈당을 급히 올리고 그에 따라 인슐린 분비가 급증하므로 저혈당에 쉽게 빠지고 공복감이 빨리 온다. 

따라서 저자가 경험한 증상들은 단순당으로 이루어진 음식들을 평소에 너무 많이 먹었기에 생기는 것들로, 제대로 된 채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건강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올바른 채식하면 건강상 이점 많아

채식을 할 때 식물성 식품이면 아무거나 다 먹어도 된다는 오해를 하기 쉽지만, 자연 상태의 채식 식품과 가공된 채식 식품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사람들은 비교적 거친 자연 상태인 식품보다는 가공하여 부드럽고 달콤해진 식품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가공식품에는 몸에 좋은 섬유질이 대부분 제거되어 있는 반면, 몸에 해로운 여러 가지 첨가물과 방부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공된 채식식품인 라면, 흰 빵, 흰쌀밥, 감자칩, 튀김류, 도넛, 케이크, 아이스크림, 설탕, 식용유 등을 좋아하고 많이 드시는 분들을 요즘 말로 정크비건(Junk vegan)이라 하는데, 이런 분들은 고기를 먹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영양의 불균형으로 건강이 나빠진다. 당연한 결과다.

채식이라고 다 같은 채식이 아니다. 채식을 할 때는 건강한 자연 상태의 식품을 먹는 채식을 해야 한다. 가공된 식품을 먹는 채식과 구분하기 위하여 요즘은 ‘무가공 자연식물식(Whole-foods plant-based diet)’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고기만 안 먹는다고 채식이 아니다. 올바른 채식을 해야 한다. 

잘못된 채식은 건강을 해친다.

 

송무호 박사는 무릎 인공관절 분야 정형외과 전문의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정형외과 전임의사, 영국 옥스포드대학 인공관절센터 연수, 미국 하버드대학 MGH 병원 관절센터 연수를 거쳤으며, 2016년 세계 3대 인명사전 ‘마르퀴스 후즈후’에 등재되기도 했다. 현재 동의의료원 슬관절센터장을 맡아 진료하고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로서는 특이하게 채식을 권장하는 의사이며,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채식의 유익함을 널리 알리고 있다.

송무호 박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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