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7월호 5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
피로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일하느라 피곤하고, 공부하느라 피곤하고, 사람을 상대하느라 피곤하며 심지어 쉬어도 피곤하다. 피곤한 하루가 이어지다 보니 몸이 날아갈 것 같이 가벼운 아침을 바라는 것은 사치다. 몸이 천근만근 무겁지만 않아도 고마울 지경이다.
사실 피로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고 있다. 우리의 생활 안에 피로를 풀 답도 있다는 의미다. 또한 몸의 피로만 풀어서는 안 된다. 과부하가 걸린 뇌의 피로도 함께 풀어야 한다. 천연 자양강장제를 통해 해묵은 피로를 푸는 방법을 소개한다.
피로와 뇌의 관계
만성피로라는 말이 너무 흔해졌다. 너도나도 스스로를 만성피로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피로의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사실이 밝혀졌는데 그중 하나가 만성피로가 스트레스나 감염 등으로 말미암아 뇌 안에 이상이 발생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피로는 발열, 통증과 함께 몸의 3대 신호 중 하나이며, 몸을 쉬어야 한다는 신호다. 이러한 피로의 원인은 크게 10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이다. 감기 몸살에 걸리면 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피로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몸에는 TGF-베타라는 면역 물질이 있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몸으로 들어왔을 때 뇌에서 면역 세포로 이물질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전달하는 면역 물질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 세포의 작용이 저하되는데 이때 공격 명령인 TGF-베타가 면역 세포에서 계속 방출된다. 과잉 방출된 TGF-베타는 뇌 안의 신경 사이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을 저하시킨다.
김희진 교수는 “신경전달물질의 감소로 뇌 안의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몸이 나른해지거나 집중력이 저하되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둘째, 잠이 부족하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몸도 뇌도 제대로 쉴 기회를 놓친다.
셋째, 탈수 증상이 있다. 피로감은 몸에 물이 부족한 탈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넷째, 균형 잡힌 식사를 못하고 있다. 균형 잡힌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정상 범위로 유지되어 피로를 없앨 수 있다.
다섯째, 카페인을 지나치게 섭취한다. 카페인은 심장박동수와 혈압을 높이고 피로하게 만든다.
여섯째, 수면무호흡증이 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항상 피곤하다.
일곱째, 빈혈이 있다. 여성이 피로감을 느끼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빈혈이다.
여덟째, 우울증이 있다. 우울증은 우울감, 무력감과 함께 피로감, 두통, 식욕 부진 등 신체 증상도 같이 나타난다.
아홉째, 당뇨병이 있다. 당뇨병이 있으면 당이 체세포로 들어가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하므로 많이 먹어도 몸에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
열째,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있다. 갑상선의 기능이 떨어지면 쉽게 지치고 살이 찔 수 있다.
너무 피곤한 나 만성피로증후군일까?
휴식을 충분히 취해도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점점 더 심해지고 몸의 기능이 떨어진 것이 느껴진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김희진 교수는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고 푹 쉬어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며 직장이나 학업 등 사회 활동과 개인 활동에 지장을 주면 만성피로증후군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음은 만성피로증후군 체크리스트다.
만성피로증후군 체크리스트
□ 건망증이 심해지고 어떤 일을 해도 집중이 안 된다.
□ 목 안쪽으로 잦은 통증을 느낀다.
□ 목이나 겨드랑이 림프절에 통증이 있다.
□ 근육에 통증이 있다.
□ 관절염이 없는데 여기저기 관절이 아프다.
□ 항상 두통에 시달린다.
□ 잠을 자도 피곤함이 가시거나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 운동 후 무기력하고 피곤한 느낌이 24시간이 지나도 지속된다.
✽8개 항목 가운데 5개 이상을 체크했고, 이것이 6개월 이상 지속되었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피로 외에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몸이 늘어지는 느낌, 정신이 맑지 않은 느낌, 입맛 없음, 식은땀, 어지럼증, 우울, 불안 등 다양한 정신적·신체적 증상이 동반된다.
김희진 교수는 “만성피로증후군을 진단하려면 의사와의 면담과 신체 진찰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면에서도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몸과 마음을 종합적으로 진찰하는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뇌와 몸의 피로를 푸는 천연 자양강장제 3가지
피로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우리는 피로를 풀면서 쉬는 법을 잘 모른다. 무작정 쉬는 것보다 전략적으로 쉬어야 피로도 잘 풀릴 수 있다. 김희진 교수는 뇌와 몸을 쉬게 하는 천연 자양강장제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 낮잠 자기다.
잠을 몰아서 자는 사람이 많다. 특히 주말에 몰아서 잔다. 이런 생활 패턴은 일상의 바이오리듬을 깨트려 몸에 무리를 준다.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말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낮잠을 자보자. 낮잠을 자면 인지력과 기억력이 좋아지고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우리 뇌에는 수면을 촉진하고 각성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데노신이 쌓인다. 각성이 길어질수록 아데노신이 축적되어 피로감을 일으킨다. 이때 낮잠을 자면 아데노신이 줄어들게 되며 에너지 수준을 높이고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피로 푸는 낮잠 잘 때 주의할 점
1. 낮잠은 20~30분 정도가 적당하다.
2. 1시~3시에 매일 같은 시간을 정해 낮잠을 자는 게 좋다.
3. 안대, 커튼 등을 이용해 밤처럼 어둡게 잔다.
4. 잠이 안 온다면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쉬어도 된다.
5. 낮잠을 자기 전에 긴장을 풀고 편안한 상태로 만든다.
6. 불면증이라면 낮잠을 피해야 한다. 대신 산책, 운동, 명상을 하면 좋다.
둘째, 멍때리기다.
뇌는 계속 정보를 받으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지나친 부담을 주면 신체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김희진 교수는 “뇌는 아무것도 안 하고 멍때릴 때 새로운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다.”며 “멍때리기를 하면 긴장이 풀리고 피로가 줄어들어 맥박이나 심박수가 낮아지고 과거 기억이나 예측을 담당하는 뇌의 전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멍때리기와 반대되는 행동이 쉬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이다.
멀티태스킹 습관은 뇌의 과부하를 초래해 뇌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뇌신경학자 얼 밀러(Earl Miller)에 따르면 사람의 두뇌는 여러 가지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김희진 교수는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면서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활동은 몸을 가만히 있게만 할 뿐 뇌는 계속 많은 정보를 처리하느라 쉬지 못한다.”고 조언한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피곤할수록 하루 15분 정도 머릿속을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멍때리기를 해보자. 그때 뇌는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그동안의 경험과 필요한 정보를 정리한다.
셋째, 피로를 푸는 음식이다.
간이 나쁘면 피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때 간의 해독 작용에 좋은 양배추, 부추, 강황, 사과 등을 먹으면 간 건강은 물론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닭가슴살, 달걀 등과 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과 과일, 채소, 견과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비롯해 강낭콩, 렌틸콩, 완두콩 등 콩과 식물, 감자 같은 덩이줄기 채소, 밤 등 전분질 식품은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수분이 부족하면 몸은 피로를 느끼므로 물도 충분히 마셔야 한다.
김희진 교수는 “피로를 유발하는 음식도 피하면 좋은데 놀랍게도 우리가 피곤하거나 졸릴 때 주로 먹는 음식이 피로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당도 음료, 고지방 음식, 고열량 음식, 가공식품, 단순당이 포함된 과자나 초콜릿이 대표적이다.”고 조언한다.
김희진 교수는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에서 치매, 퇴행성 질환, 뇌혈관 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서울 성동구 치매안심센터장으로 활동 중이며, 치매와 인지 기능에 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 왔다. 대한치매학회 우수논문상(2005년, 2010년, 2011년), 대한치매학회 우수포스터발표상(2020년)을 받았으며 대표 저서로는 <느리게 나이 드는 기억력의 비밀>이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