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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경의 마음처방전] 편 가르기 극심한 ‘정치 스트레스’ 어떻게 풀어야 할까?

기사승인 2024.04.30  17: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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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4월호 54p

【건강다이제스트 | 이후경(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한국 정치의 편 가르기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10명 중 9명이 이른바 ‘정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보고도 있다. 지역 간, 세대 간에도 양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전 국민적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있다.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공동체 속에서 정치가 주는 스트레스는 알게 모르게 국민 건강의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는 지혜가 꼭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총선이 지났다. 경제는 하락하고, 민생은 고단하고, 평화는 위태롭다. 교육·연금·노동 개혁은 제자리다. 국민은 새로운 정치 개혁을 기대한다. 양당이 극단으로 갈라져 편 가르기로 혼란스럽다. 이유 아닌 이유로 떠나고, 명분 아닌 명분으로 합친다. 

편 가르기는 한국의 정치문화다. 네 편 내 편, 편 가르기에 온 국민이 분열되어 있다. 우리 의견만 중요하고, 다른 의견은 안 중요하다. 

편 가르기는 한국의 직장문화이기도 하다. 학연·지연·혈연 등 줄서기와 파벌이 만연하다. 한 회사인데도 같은 편으로 일하지 않는다. 외부 기업이 아닌 내부 조직에 적이 있다. 우리만 옳고, 상대는 틀리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것을 무시한다.  

편 가르기는 국가, 인종, 지역, 계층, 세대 간에도 일어난다. 이민·난민 문제로 국가 간 고립주의가 부활하고, 정치권의 편 가르기는 나라를 망친다. 

한국 사회는 편 가르기가 유독 심하다. 정규직·비정규직, 진보·보수, 금수저·흙수저 논쟁으로 과열되고, 남녀 갈등·세대 갈등·인종 차별·빈부 격차 등으로 나라가 어지럽다. 지역감정과 집단이기주의도 팽배하다. 편 가르기는 사람이 모인 곳이면 어디나 일어난다. 삶이 피폐하고, 먹고사는 게 힘들면 더욱 심해진다. 

어쩌면 편 가르기는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편 가르기에 익숙하다. 운동회에서 청군·백군으로 나누어 싸운다. 우리 편이 이기면 기쁘고, 상대편이 이기면 화난다. TV에서 축구 경기를 보며 열광한다. 우리 편이 지면 화나고, 상대편이 지면 신난다. 싸움은 인간의 본성이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 우리는 소통보다 싸움에 익숙하다. 싸움에 능한 사람이 있다.

학교, 직장, 사회에서 리더 역할을 한다. 교묘하게 편 가르기를 하여 싸움을 붙인다. 근사한 제목을 걸고 이간질하고 분열시키고 대립한다. 지는 편에서 몰래 내리고, 이기는 편에 슬쩍 갈아탄다. 

 

갈등과 싸움 방치하면 사회 혼란 초래!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우리는 가정, 직장, 사회에서 아들, 어머니, 직장인으로 살아간다. 남이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남이 있다. 우리에서 나를 파악하고, 너를 통해 나를 알게 된다. 

편 가르기는 권력과 연관된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영향력을 미치려는 것이다. 편 가르기는 ‘권력의 의지’에서 온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항상 권력이 있다. 남으로부터 인정받고, 남에게 과시하고, 남을 지배하려 한다. 

인간은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우월성과 지배력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편 가르기는 ‘힘의 의지’로 극복된다. 생명이 꿈틀거리는 곳에는 항상 힘이 있다. 나를 인정하고, 나를 표현하고, 나를 확장하려 한다. 인간은 자기 극복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고 노력한다. 니체는 이렇게 외친다. “강하게 살아라.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집단역학은 집단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룹 다이내믹스다. 내집단은 내가 속한 우리(We) 집단이고, 외집단은 내가 속하지 않은 그들(They) 집단이다. 

우리는 내집단에 충성하고, 외집단을 배척한다. 집단역학은 개인심리학을 압도한다. 집단에선 온건한 의견도 쉽게 과격한 의견으로 변한다. 같은 편끼리 맞장구치고 다른 편과 싸우다 의견은 극단으로 간다. 그룹 간의 갈등과 대립, 편견과 증오가 일어난다. 

리더는 집단역학을 이용하여 자신의 의지를 합리화한다. 우리는 아무런 이유 없이 집단역학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권력은 항상 희생양을 만든다. 

편 가르기가 심해지면 정치가 멈춘다. 정치는 갈등과 싸움을 해결하는 활동이다. 갈등과 싸움을 놔두면 사회가 혼란스럽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정치가 필요하다. 갈등이 있는 곳에 싸움이 생긴다. 싸움은 당사자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다.

인간은 감정적 동물이다. 한 번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한국은 고도성장을 통해 OECD 10위권 내 경제 대국이 되었다. 능력과 성과 중심, 과도한 경쟁이 지나친 편 가르기를 가져왔다. 

과도한 편 가르기는 정치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정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내가 지지한 후보가 질 때 화가 나거나 우울하고, 정치 이야기가 피곤하고 피하고 싶다. 최근 조사에서 유권자 10명 중 9명이 정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보고한다. 

미국 심리학회에서는 선거철 ‘정치 스트레스 관리법’도 소개했다. 

① 미디어 소비를 제한하고, 산책하거나 친구·가족과 좋아하는 일을 한다. 

② 토론이 갈등으로 확대 가능성이 있으면 참여하지 않는다. 

③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은 생산적이지 않다. 

④ 선거일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삶은 계속된다. 

⑤ 스트레스가 많은 선거에 참여해 적극적인 행동을 했다고 느낀다.

 

정치 스트레스 해결책 셋! 

극심한 편 가르기로 얼룩진 한국의 정치 스트레스에 대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우리의 지혜가 담긴 세 가지 사자성어로 접근해 보자.

첫째, 지피지기(知彼知己)다. 남 사정을 알고, 내 사정을 알자. 누구나 사정이 있다. 사정을 알게 되면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하면 소통할 수 있다. 소통은 정신적으로 통하는 것이다. 머리와 머리가 일치하는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다. 내 생각이 잘못될 수 있기 때문에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각자 살아온 사연이 다르고, 살아갈 사정도 다르다. 남의 생각이 맞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자. 누구나 처지가 다르다. 처지를 바꿔보면 공감할 수 있다. 공감하면 소통할 수 있다. 소통은 정서적으로 통하는 것이다. 가슴과 가슴이 일치하는 것이다. 느낌을 나누고 함께 경험하는 것이다. 공감이란 순간순간 남의 마음이 될 수 있는 능력이다. 질문과 경청이 중요하다. 나 중심이 아닌 너 중심이 되어야 한다. 상대 입장이 되는 것이다. 최고의 질문은 무엇일까? 질문하지 않는 듯이 질문하는 것이다. 최고의 경청은 무엇일까? 상대가 말하지 않는 것까지 듣는 것이다.

셋째, 불편불의(不偏不倚)다. 치우치지도 않고, 기울지도 말자. 수시로 상황이 변한다. 중용(中庸)이란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는 것(時中)이다. 중용하면 소통할 수 있다. 소통은 몸으로 통하는 것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다. 말이 적으면 언행일치가 쉽다. 충고·탐색·해석·판단을 자제하자. 말로 할 수 없음을 보는 것을 도(道)라 한다. 말해서는 아니 됨을 아는 것을 덕(德)이라 한다. 말할 필요가 없음을 느끼는 것을 현(賢)이라 한다. 말하고 싶지 않음을 지니는 것을 인(仁)이라 한다. 눌언민행, 즉 말은 더디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자(訥言敏行). 

 

이후경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경제주간지 『중앙 이코노미스트』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사례로 풀어본 한국인의 정신건강>, <아프다 너무 아프다>, <임상집단정신치료>, <와이 앰 아이>,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변화의 신>, <선택의 함정>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이후경 박사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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