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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매일 운동하는 췌장암 명의! 서울대학교병원 류지곤 교수

기사승인 2023.11.14  15: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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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 한다는 것은 핑계입니다”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사진 |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점심시간마다 청계천에 출몰하는 의사가 있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궂은날에는 을지로 지하도에 출몰한다. 출몰 당시 동작은 매번 한결같다. 급히 갈 곳이 있는 것처럼 빨리 걷고 있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꿀맛 같은 점심을 먹는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췌장암 치료 권위자로 손꼽히는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류지곤 교수는 점심시간마다 운동화를 신고 식당이 아닌 길거리로 나간다. 점심시간뿐만이 아니다. 일을 하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종일 걷는다고 보면 된다. 많은 이가 ‘운동을 해야 먹을 자격이 생긴다.’는 명언(?)으로 기억하는 의사, 류지곤 교수의 건강한 하루를 들어봤다.  
 

 

방송에 출연한 이유 

류지곤 교수는 3년 전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출연했다. 그 후 유튜브 <생로병사의 비밀> 채널에 류지곤 교수의 출연분을 4분 40초로 요약한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지금까지 누적 조회 수는 무려 170만 회! 댓글은 1300개가 넘는다. 인기 유튜버도 달성하기 힘든 조회 수와 댓글이다. 류지곤 교수를 따라하는 사람도 많고 알아보는 사람도 많다. 얼마 전 청계천을 걸을 때는 “저도 유튜브 영상을 보고 선생님을 따라 걷고 있다.”고 말하는 청년을 만나기도 했다. 

류지곤 교수의 생활이 담긴 영상이 이토록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된 데는 납득할 만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운동을 해야 먹을 자격이 생긴다.”는 반박할 수 없는 말을 남겼다. 

둘째, 현직 대학병원 의사임에도 운동으로 시작해 운동으로 끝나는 하루를 살고 있다. 

셋째, 그럼에도 1일 1식을 하고 있다. 

류지곤 교수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아파트 안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1시간 30분 정도 러닝머신 위를 걷는다. 샤워를 하고 난 후에는 1시간을 걸어서 대학로에 있는 병원에 출근한다. 

점심시간에는 청계천을 걷거나 지하도를 걷는다. 퇴근하면 다시 왕십리에 있는 집까지 걸어서 간다. 평소보다 운동이 부족했다 싶으면 TV 뉴스를 보면서 실내 자전거를 탄다. 코로나 유행이 심해서 피트니스센터가 문을 닫았을 때는 연구실에 러닝머신을 들였다. 덕분에 더 많이 걸을 수 있게 됐다. 걸으면서 논문을 보기도 하고 걸으면서 화상 회의도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울대학교병원 마라톤 동호회 회장인 류지곤 교수는 틈틈이 마라톤도 하고 있다. 예전에는 풀코스까지 뛰었지만 지금은 관절 보호 차원에서 일 년에 두 번씩 하프 코스에 출전하고 있다. 

류지곤 교수는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환자가 많지만 핑계일 뿐”이라며 “방송에 출연해 일상을 공개한 것도 바빠도 충분히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서였다.”고 말한다. 

 

1일 1식의 조건 

하루에 4만 보 이상을 걷지만 류지곤 교수는 1일 1식 중이다. 원래는 점심과 저녁 두 끼를 먹었다. 그러다 점심시간에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도시락을 싸와서 간단히 먹었다. 의외로 버틸 만했다. 더 간단하게 주스나 두유로 바꿨다. 얼마 후에는 그마저도 안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운동시간으로 바꾸고 7~8년을 살았더니 건강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다. 

류지곤 교수는 “감기도 거의 안 걸리고 지금까지 코로나도 안 걸렸다.”고 말한다. 예순을 코앞에 뒀지만 아픈 데도 먹는 약도 하나 없다. 

류지곤 교수를 따라하고 싶어도 병이 있다면 1일 1식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 

류지곤 교수는 1일 1식이 최고의 건강 식사법이라서 실천하는 게 아니다. 세끼를 규칙적으로 조금씩 먹는 게 좋지만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그렇게 하기가 힘들어서 더 적게 먹기 위해 저녁 한 끼만 먹는 방법을 택했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 건강한 사람은 1일 1식을 해도 되지만 무턱대고 했다가는 금방 포기하기 쉽다. 류지곤 교수가 의학적 지식과 그동안의 경험으로 터득한 1일 1식 필수 주의 사항은 다음 5가지다.  

첫째, 끼니를 서서히 줄인다. 세끼를 먹다가 바로 한 끼로 줄이면 유지하기가 어렵다. 일단 두 끼로 줄이고 적응하면 한 끼로 줄인다. 

둘째, 탄수화물 음식 섭취를 줄인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사람은 평소 혈당이 높게 형성되어 있어서 끼니를 굶으면 혈당이 극심하게 떨어진다. 혈당이 많이 떨어지면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견디기 힘들다. 폭식도 하기 쉽다. 1일 1식을 시작하려면 탄수화물 섭취부터 줄여야 한다. 

셋째, 단백질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한다. 탄수화물이 빠져나간 자리를 단백질과 채소로 채운다. 단백질 음식 위주로 먹으면 혈당의 변동이 적어서 1일 1식을 하기 쉬워진다. 

넷째, 간이 건강하고 몸에 근육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굶어도 에너지가 문제없이 나오고 적절한 혈당이 유지된다. 

다섯째,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하면 안 된다. 1일 1식을 고통으로 여기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 기쁘게 해야 1일 1식을 통해 더 건강해질 수 있다. 

류지곤 교수는 “점심 때 운동을 하면서 저녁에 무슨 맛있는 음식을 먹을 것인지 행복한 고민을 하다 보면 배고픔이 사라진다.”며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인 셈”이라고 조언한다. 

 

▲ 아침, 점심, 저녁 매일 3번씩 걷기 운동을 하는 류지곤 교수는 서울대학교병원 마라톤 동호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매년 2번씩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힘들게 운동하고 먹는 저녁 한 끼는 더없이 소중하다. 그래서 류지곤 교수는 건강한 음식만 먹는다. 튀긴 음식,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 소금이 많이 들어간 국물 음식 등은 저녁 메뉴 후보에 오를 수 없다. 생선 요리를 자주 먹고 고기는 살코기 위주로 채소를 듬뿍 곁들여서 먹는다.  

 

진료실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담아…

운동 스케줄을 보면 운동선수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류지곤 교수의 본업은 췌장암, 담도암, 담낭암과 같은 암과 췌장, 담도, 담관, 담낭에 생긴 질환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소화기내과 의사다. 

조작이 쉽지 않고 시술 과정이 어려운 내시경 역행 담췌관 조영술(ERCP), 초음파내시경(EUS) 분야의 베테랑으로 유명하며, 췌장암 연구도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2021년에는 한국인 췌장암 환자에서 특정 항암제 치료에 반응하는 유전자 변이를 세계 최초로 규명해 큰 화제를 모았고 현재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췌장암 진단법부터 치료법, 예방법, 관리법 등을 총망라한 <진료실에서 못다 한 췌장암 이야기>라는 책도 썼다.  

류지곤 교수는 “시간이 없어서 췌장암 환자나 보호자의 질문에 대답을 충분히 못해주는 일이 자주 생긴다.”며 “그동안의 췌장암 궁금증을 확실하게 풀어줄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류지곤 교수를 포함한 서울대학교병원 췌장담도암센터 의료진은 일 년 동안 꾸준히 췌장암 환자와 보호자의 질문을 모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책에 실었다. 

 

췌장암 증상 있으면 바로 전문병원으로!  

오늘 할 운동을 절대 내일로 미루지 않는 류지곤 교수는 환자 진료도 미루지 않는다. 췌장암이 의심되는 신규 환자는 어떻게든 일주일 내에 진료를 본다. 류지곤 교수는 “췌장암은 최대한 빨리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하므로 신규 환자의 진료는 미룰 수 없다.”고 말한다. 

국가암등록사업 2020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5.2%에 그쳤다. 예전에 비해 조금 올라가기는 했지만 다른 암에 비해서 생존율이 너무 낮다. 췌장암은 진행이 빨라서 조기 진단이 어렵고 전이가 잘 되기 때문이다. 

직계가족이 췌장암에 걸린 사람, 60~70대에 새로 당뇨병이 생긴 사람, 혈당 조절에 갑자기 문제가 생긴 당뇨병 환자, 흡연자, 췌장염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는 사람 등은 췌장암 고위험군이라고 볼 수 있다. 

췌장암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췌장암 의심 증상이 생겼을 때 지체하지 말고 췌장암 전문가에게 찾아가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입맛 상실, 이유 없는 체중 감소, 소화 장애, 복통 등이 췌장암일 때 나타나는 주요 증상이다. 

류지곤 교수는 “췌장암인 줄도 모르고 소화제만 먹거나 당뇨병 치료만 받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췌장암이 보내는 신호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류지곤 교수는 “운동해야 먹을 자격이 생긴다.”는 말을 많은 이의 기억 속에 남겼다. 앞으로는 “췌장암 고위험군이라면 췌장암 증상을 절대 가벼이 넘기지 말라.”는 말도 꼭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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