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9월호 138p
【글 | 한국의명학회 회장 정경대 박사】
한국의명학회 정경대 회장은 의명학을 창시하고 사람의 체질을 분별해내는 체질분석학의 기틀을 확립했다.
태어난 연월일시로 체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체질에 맞는 음식을 통해 각종 질병 치료 영역까지 제시하면서 생로병사의 참 원리에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철학자 장자(莊子)는 말했습니다.
“사람의 눈은 아름다운 것만 보려 하고, 코는 좋은 냄새만 맡으려 하고, 귀는 아름다운 소리만 들으려 하고, 입은 맛있는 음식만 찾아 먹으려 한다.”
이중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아마도 맛있는 음식일 것입니다.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 잘 차려진 밥상을 보면 눈이 먼저 즐겁고, 입 안에 넣어 오물오물 씹어 음미하는 그 순간의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만족이요, 행복일 것입니다.
인간에게 숙명적으로 주어진 욕망 중에서 식욕은 죽음과도 직결되어 있어서 맛에 더욱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감각기관과는 달리 혀의 감각을 찬미하여 ‘미식가’ 또는 ‘식도락가’라는 별칭까지 생겨났습니다.
인간의 육신과 DNA가 음식에 의해 만들어졌으니 필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곡식은 인간 형성의 절대적 가치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약이라 하여도 사람의 목숨을 지탱시킬 수는 없습니다. 산삼이 천하제일의 영약이라 하지만 목숨을 유지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곡식을 끊으면 어떻게 될까요? 죽습니다. 곡식을 끊지 않으면 절대로 죽지 않습니다.
수만 년 전부터 인간을 먹여 살린 것은 음식 중에서도 곡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오랜 세월 곡기(穀氣)에 의해 육신이 유지되었으니 육신을 형성한 핵심 정기가 곡식에 저장되어 있어서 주식(主食)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주식에다 갖가지 반찬인 부식이 주식을 도와 원기를 돋워주고, 약이 되기도 하여 건강을 지켜주기 때문에 우리는 대를 이어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식은 물론 부식은 성분과 성질과 작용이 제각기 다르게 존재합니다. 맛과 향기와 색깔과 약성, 그리고 온도 등이 다르게 태어나고 자라서 자연을 이룹니다. 자연은 일률적으로 다섯 가지 성질, 성분, 그리고 작용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일컬어 맛은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을 합하여 오미(五味)라 하고, 신내, 쓴내, 비린내, 썩은내, 향내를 합하여 오향(五香)이라 합니다. 색깔은 녹색, 붉은색, 노란색, 흰색, 검은색을 합하여 오색(五色)이라 합니다.
그 외 오음(五音), 오악(五惡), 오행(五常) 등이 있는데 모두를 총칭하여 오행(五行)이라 합니다.
인간 역시 자연의 하나이므로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간담, 심장, 소장, 비장, 위장, 폐, 대장, 신장, 방광을 오장오부(五臟五腑)라 합니다. 다만 심포, 삼초라는 눈으로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무형의 부가 하나 더 있어서 육부(六腑)라 합니다. 그렇지만 실재를 확인할 수 있는 부는 다섯 가지이므로 오부(五腑)가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오행으로 분류된 자연의 그 모든 것들은 코드가 맞는 것끼리는 상생하여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코드가 맞지 않는 것끼리는 서로 싸워 상극(相剋)합니다.
특히 오장오부와 자연의 오미가 가진 약성은 대단히 밀접하게 상생하고, 또 상극합니다. 자연의 오미란 인간을 먹여 살리는 음식을 말합니다.
신맛 약성은 간담과 통하므로 간담을 자양합니다.
쓴맛 약성은 심장, 소장과 통하여 심장, 소장을 자양합니다.
단맛 약성은 비장, 위장과 통하여 위장을 자양합니다.
매운맛 약성은 폐, 대장과 통하여 폐, 대장을 자양합니다.
짠맛 약성은 신장, 방광과 통하여 신장, 방광을 자양합니다.
하지만, 서로 상극도 존재합니다.
신장, 방광의 짠맛 약성은 심장과 코드가 맞지 않아서 상극합니다.
심장과 소장의 쓴맛 약성은 폐, 대장과 코드가 맞지 않아서 상극합니다.
폐와 대장의 매운맛 약성은 간담과 코드가 맞지 않아서 상극합니다.
간담의 신맛 약성은 비위와 코드가 맞지 않아서 상극합니다.
그러므로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과도하게 즐기면 인체를 해롭게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즐김에 있어서 식도락가와 미식가라는 말이 있는데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식도락가는 어떤 음식의 맛이 입에 맞건, 맞지 않건 그 음식만의 독특한 맛과 향을 즐기는, 이른바 음식의 도를 아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 반면 무엇 무엇을 좋아하는 미식가는 입에 맞는 특정한 음식만을 즐기므로 일명 ‘편식가’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랜 편식을 하면 즐기는 그 음식과 코드가 맞는 장부도 병들게 하고 맞지 않는 오장육부도 병들게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약초가 더해지면 빠르게 오장육부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음식이란 독초를 제외한 자연의 산야 초목을 총칭합니다. 곡식은 별난 것이 아니라 산야 초목의 씨앗이고, 흔히 약초로 분류되는 것들 역시 산야 초목의 씨앗이나 껍질 혹은 뿌리, 혹은 줄기와 잎입니다.
따라서 약초를 조리하면 음식이고, 음식을 약탕기에 넣으면 약이 됩니다. 반찬을 제외하고 약초를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끓여서 차를 음미하며 마시는 것입니다. 역시 약초의 하나인 녹차, 인삼, 뽕나무 잎, 감잎, 두충 등을 차로 마시듯 식도락가가 되어 주식과 더불어 마시면 그 이상의 좋은 약은 없을 것입니다.
오장과 코드가 맞는 주식과 부식, 그리고 약초라 부르는 산야 초목 중 인체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들을 하나하나 소개할 예정입니다. 체질에 맞게 장복하면 온갖 병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이 ‘독’인 이유
현대의학은 다양한 질병 전문의를 두고 있습니다. 눈, 귀, 코, 목구멍, 피부, 가슴, 순환기, 생식기, 항문, 팔다리 등등 인체 부위별 전문의학 지식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부위는 오장육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무수한 나뭇가지와 잎이 뿌리에 의지해 있듯 인체의 모든 부위는 오장육부에 그 뿌리를 두고 척추, 자율신경을 통해 제각각 기능을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눈은 간담, 귀는 신장과 방광, 살(肉)은 비위, 코와 피부는 폐와 대장, 혀와 혈관은 심장과 소장,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한 부위(腑位) 심포삼초(心包三焦)가 심장에 분류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나무뿌리가 병들면 나뭇가지와 잎이 병들 듯 오장육부가 병들면 인체의 모든 부위가 병들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즉 외향적 부위의 병은 오장육부 중 어느 장부가 병들었음을 의미한다 할 것입니다.
가령 빈혈이 자주 생겨 어지러우면 심장 허약 증세라 판단하고 심장과 소장을 강화하는 쓴맛 약성을 함유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됩니다. 그러면 반드시 심장과 소장의 기운이 육신의 생명 활동을 도우므로 수명이 지속됩니다.
그러나 심장과 소장 기능을 약화시키는 짜고 찬 약성을 함유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심장을 돕는 세포, 미생물, 근육, 혈관, 판막 등이 점점 기력을 상실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세월이 잠시라면 모를까 장기간 지속되면 오장육부가 다 병들 뿐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심장이 멎어 세상을 등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밥상에 차려진 음식이 체질에 맞지 않으면 서서히 목숨을 갉아먹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정경대 박사 kunkang198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