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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나눔터] 우울증을 써가며 우울증을 버텨낸 오시수 작가

기사승인 2023.01.24  10: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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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은 나를 재활용하는 계기가 됐어요”

【건강다이제스트 | 오시수 작가】

보통 연말에는 노벨상 수상식이 있습니다. 노벨상 받는 분들이 흔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노벨상 수상이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우울증이 심했던 때를 떠올리며 저도 속삭입니다. “우울증 벗어나기가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우울증에 걸리며

직장 일로 저의 사명을 다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다쳤습니다. 몸과 마음, 마음과 몸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마음을 크게 다친 결과는 곧바로 몸으로 나타났습니다. 평소 건강했던 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뭘 해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일상이 멈춘 느낌…. 삶에 흥미가 없어졌고, 계속 가라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그토록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음에도 전혀 기쁘지 않았습니다.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살았던 저는 이런 모습이 너무 낯설었습니다. 스스로 제 자신이 걱정될 만큼 낯설었습니다.

‘병원에 가봐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울증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기억력도 많이 떨어져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병원에 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잠을 전혀 이루지 못하면서 많이 괴로웠습니다. 

제 몸이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말도 뜻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 우선 살던 집부터 옮겼습니다. 훨씬 조용하고 편안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돈이 든 대신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습니다. 조용히 잠을 잘 수 있게 되니 비로소 살 것 같았습니다.

망설이다가  서울에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도 갔습니다. 고백하자면,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어느 정도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살아야 한다는 생존본능 앞에 그런 편견은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살고 싶어서 병원을 찾았고, 상담을 했으며, 약도 처방받았습니다.

또 고백하자면, ‘약’에 관해서도 선입견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먼저 살고 보자는 생존본능이 워낙 압도적이었습니다.

 

우울증을 버티며

조용한 곳으로 집을 옮기면서 우울증도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병원에서 약도 처방받아 먹기 시작하면서 더 안심이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약의 효과에 대해 묻는다면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기보다는 ‘약을 먹고 있으니 괜찮아지겠지.’하는 기대가 더 컸습니다.

잠을 잘 자고, 약을 먹고, 또 식사를 제때 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기력도 되찾아 갔습니다. 그러면서 운동도 시작했습니다. 햇볕을 쬐면서 걷기 운동을 정성들여 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어느 순간, ‘어… 괜찮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전의 모습을 거의 되찾은 듯했습니다. 믿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우울증에서 못 벗어날 줄 알았습니다. 집을 옮긴 것도, 병원에 간 것도, 운동을 한 것도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에서가 아니라 그저 생존본능에 충실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때 우울증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였기 때문입니다.

이쯤에서 또 다른 고백을 하자면, 저는 자살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우울함과 자괴감으로 끊임없이 자책했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물론,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모든 것을 끝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습니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께 이런 말씀을 드리지는 않았습니다. 우울증으로 너무 힘들 당시 우울증 자료나 체험기를 많이 봤는데, ‘자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면 강제입원 같은 것을 시키지 않을까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자살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의사 선생님께는 절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태였기에 제가 우울증에서 벗어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런 기대를 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던 제게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한낱 사치였습니다.

 

우울증을 써가며

너무나 불가능해 보여 기대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우울증에서 벗어나 예전의 건강을 거의 회복한 듯 몸 상태가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부터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우울증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회복에 대한 열망도 더 절실히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있었습니다. 카카오 <브런치>라는 공간에 날마다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포부나 계획은 없었습니다. 그저 제가 뭔가 하고 있다,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기 내용, 병원 상담 일지, 그 밖에 제가 느끼고 생각한 바를 짧게 올렸습니다. 특히 글의 마지막 부분은 일어난 시간, 운동 시간, 주요 활동을 정리하는 형태로 썼습니다. 예를 들어 “일어나기 05:02 / 운동 : 새벽 28분, 낮 26분, 저녁 21분 / 병원 상담” 같은 식이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쓰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했습니다. 날마다 기상 시간을 기록하고, 운동도 새벽-아침-낮-저녁으로 나누어 그때그때 정확한 시간을 적었습니다. 솔직히 귀찮기도 했지만 이렇게 기록한 내용이 다 글의 소재가 된다고 생각하면 힘이 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기록을 남긴다는 생각이 컸지만, 제 글에 공감해주시는 분들과 구독자분들이 늘어가며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저의 기록은 더 이상 저만의 기록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우울증 속에서의 글쓰기는 마치 어둠 속의 빛이 되었고, 이 빛을 보며 저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긴 글은 아니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쓰기 시작한 글은 놀라운 힘을 발휘했습니다. 글쓰기가 우울증을 버텨내는 중요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고, 저는 이 일상이 가능하다는 점에 감사했습니다.

제가 올린 글을 읽어주셨던 모든 분들, 특히 공감하고 응원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 전해드립니다.

 

나를 재활용하며

그동안 제가 쓴 글을 모아 작은 책도 냈습니다. 공식 출판사에서 낸 책은 아니고, <브런치>에서 낸 ‘브런치북’입니다. 제목은 <나 재활용>입니다.

이 책은 흔들리는 삶 속에서도 제가 저를 아끼고 끌어안으려 했던 노력을 담고 있습니다. 저를 더욱 깊고, 단단하고, 유연한 사람으로 ‘재활용’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저는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전의 건강을 거의 되찾았지만, 방심하지 않고 제 자신을 돌보고 있습니다.

저를 집어삼키고 한없이 무너뜨릴 줄 알았던 우울증…. 그와 관련된 글을 이렇게 쓸 수 있게 된 지금 너무도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것은 기적입니다. 참으로 고마운 기적….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로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예전보다 훨씬 늘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걱정이 앞섭니다. 우울증으로 극한의 상황까지 가본 사람으로서 감히 한 가지 말씀드려도 될까요?

걸을 수 있는 힘만 있다면 바깥으로 나가보세요. 햇볕 아래서 걷기만이라도 하시면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지금의 저는 그동안 잘 버텨준 제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를, 안아주고 싶습니다.

___

오시수 작가는 <브런치>에서 작가로 날마다 글쓰기를 하면서 ‘우울증 생존 기록’ <나 재활용>을 연재하며 공감과 호응을 얻고 있다.

오시수 작가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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