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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폐암 수술 후 2년 엄마의 기적

기사승인 2022.11.28  13: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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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1월호 138p

【건강다이제스트 | 문현정 작가】 

*이 이야기는 작가인 딸 문현정 씨가  보호자로서 폐암 환자 엄마를 관찰하며 쓴 글임을 밝혀둡니다. 

저의 엄마 장인숙은 건강에 있어서는 늘 자신만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흔한 감기도 잘 안 걸리는 건강한 사람이었습니다.

2020년 4월, 갑자기 숨이 찬 증상이 며칠째 계속되자 엄마는 자주 다니는 동네 병원에 갔다고 합니다. 의사에게 숨이 찬 증상을 말하자 폐 X-ray를 찍어보자고 해서 X-ray를 찍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사가 말하길 X-ray 결과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서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며칠을 혼자서 고민하던 엄마는 대학병원에 혼자 가는 게 무서워 딸인 제게 비로소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동네 내과에 가서 X-ray를 찍었는데 좀 이상하다고 대학병원에 가보래.”

“응? 언제부터 그랬어?”

“요 근래 숨이 좀 차서 병원에 갔더니 그러네.”

“알겠어. 오늘 당장 가보자. 오늘은 공휴일이니까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보자.”

저는 엄마의 말을 듣고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평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바로 차를 몰고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숨이 차다는 엄마의 말에 응급실 의사는 산소포화도 검사를 하였고 혈압도 측정하더니 별 이상이 없다면서 평일에 다시 와서 호흡기내과 전문의를 만나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렸습니다.

“안 됩니다. 정말 숨이 차는 증상이 심해서 오늘 꼭 폐-CT를 찍어보고 싶습니다. 제발 좀 찍어주세요.” 애원하듯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응급실 의사는 제 부탁이 하도 간절했던지 폐-CT를 찍어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응급실 의사는 저만 따로 불러 검사 결과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말을 했습니다. 응급실 의사가 컴퓨터를 보면서 한 말은 “전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모양이 암세포 같다.”고 했습니다. “폐암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일 교수님 진료를 예약해 줄 테니 꼭 만나보라.”고 했습니다.

가슴이 뛰고, 눈앞이 아찔하고, 정신도 몽롱하고…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꿈이었으면 했습니다. 허둥지둥 예약을 한 후 엄마를 차에 태워 집으로 오면서 엄마에게는 별일 아닐 거라고 안심시켰지만 제 마음에는 지옥문이 열렸습니다. 2020년 5월 5일 어린이날, 엄마는 그렇게 폐암일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임파선 전이가 된 폐암 3기

예약 당일! 외래에서 만난 호흡기내과 교수님은 CT 영상을 보시더니 얕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은 “MRI와 조직검사를 하고 판단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MRI를 찍었고, 조직검사도 했습니다.

그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왔습니다. 담당 교수님과 엄마, 저 이렇게 셋이 마주 앉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담당 교수님은 엄마의 병명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폐암 3기라고 했습니다. 임파선에 전이가 된 폐암 3기라고 했습니다. 왼쪽 상부에 암세포가 있다고 했습니다. 치료는 항암치료를 해서 암세포를 줄인 후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설마 하던 것이 현실이 되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얼굴도 잿빛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저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이를 악물고 수술 동의서에 사인은 했지만 옳은 선택인지 판단은 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엄마 소식을 들은 지인분이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서울대병원에 가서 한 번 더 얘기를 들어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자 곧바로 따랐습니다. 부랴부랴 서울대병원에 전화를 걸었고, 예약도 잡았으며, 며칠 후 검사도 했습니다.

검사 결과를 알려주던 서울대병원 담당의사는 “임파선 전이가 되었어도 바로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2020년 7월, 엄마는 폐암 3기 수술을 했습니다.

왼쪽 폐 위쪽 반을 잘라내는 대수술이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됐다고 했고, 나흘 만에 퇴원도 할 수 있었습니다.

퇴원 전날 담당의사가 불러서 갔더니 “한 달 정도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암세포는 다 떼어냈지만 몸에 암세포의 싹이 남아 있을지 모르니 항암치료를 해서 그것을 다 제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설명을 다 들은 후 저는 예약을 하고 집이 있는 대구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항암치료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자꾸만 고민이 됐습니다. 76세의 엄마에게 독한 항암제를 들이부어도 괜찮을까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몇날 며칠 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항암치료는 하지 말자.’였습니다. 엄마가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엄마와 충분한 상의 끝에 일상생활 속에서 항암생활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 문현정 작가의 엄마 장인숙 님은 폐암 수술을 하고 28개월째 자신만의 항암생활로 암을 이겨내고 있다.

 

일상생활 속 항암생활이란?

엄마의 폐암 수술은 잘 됐다고 했지만 수술 후유증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진통제 없이는 버틸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입맛도 잃어서 물만 넘기는 날도 많았습니다. 겨우 미음 한 숟가락 드시고 누워 계시는 날이 계속되자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빨리 엄마의 입맛을 찾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성당에서 요양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어 그곳으로 엄마를 모시고 간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폐암이라 공기 좋은 곳으로 모시고 싶었습니다. 대구에 있는 것보다 공기 좋은 곳에서 치유 식단을 드시면 좋아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결정은 도움이 됐습니다. 성당에서 하는 요양원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건강도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식단도 아침은 채소 위주로 나왔고, 점심과 저녁은 나물 위주의 반찬이 제공됐는데 엄마의 입맛도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엄마가 일상생활 속에서 날마다 실천한 항암생활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엄마는 매일 감사 기도를 했고, 박경리 작가의 작품인 토지 20권을 전부 읽었습니다. 암 환자는 몸뿐 아니라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날마다 감사 기도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또 박경리 작가의 토지 20권을 읽으면서 박경리 작가의 치열한 삶처럼 그런 삶을 살고자 노력했습니다.

둘째, 인다 프로그램을 실천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제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암 환자 몇 분이 참여를 했었습니다. 그분들로부터 암 치유에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엄마도 이 프로그램을 실천하도록 했습니다. 암 환우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인다 프로그램은 ‘읽고 걷고 사색하고 쓰는’ 프로그램입니다. 엄마에게도 시를 필사하게 하고 느낌과 생각을 적어보도록 했습니다. 또 앞으로의 계획이나 감사한 일에 대해서도 쓰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엄마의 마음도 더욱 단단해져갔습니다.

셋째, 날마다 맨발걷기를 하고, 날마다 낮은 산에 올랐으며, 매일 햇볕을 보며 걸었고, 천천히 호흡하는 운동을 했습니다. 날마다 몸을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습니다.

넷째, 식사는 채소 위주로 먹었고, 순서는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으로 먹었으며, 꼭꼭 씹어 천천히 식사했습니다. 식사 시간은 보통 30분 이상이었습니다.

암에 걸리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은 쌀독에 있는 쌀을 다른 사람에게 줬던 일입니다. 쌀밥은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팥빵을 정말 좋아하는 분이셨는데 암에 걸리고는 그 좋아하던 팥빵을 먹지 않았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요양원에서 집으로 왔지만 집에서도 식이요법을 계속했습니다.

현미를 포함한 일곱 가지 곡식을 섞어 밥을 지었고, 나물 위주로 먹었습니다. 아침은 무조건 채소(브로콜리, 파프리카, 당근, 양배추, 케일 등등), 달걀, 고구마나 단호박을 먹었습니다.

점심은 7가지 곡식의 밥(귀리, 콩, 현미, 찰현미, 보리, 찹쌀 등등)과 나물반찬, 된장찌개를 먹었습니다.

저녁도 7가지 곡식의 밥과 나물반찬, 두부 등을 먹었습니다.

과일은 사과, 블루베리, 배, 감귤 등 제철 과일 위주로 먹었습니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 3개월마다 대구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폐-CT 검사를 받았습니다. X-ray, CT, 피검사를 하면 1년 정도까지는 폐에 점 같은 것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암세포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보이던 점도 1년 정도가 지나자 없어졌습니다. 폐가 깨끗하다고 했고, 피 상태도 좋다고 했습니다. 2022년 8월 정기검진에서는 2023년 2월에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3개월마다 체크하던 것이 드디어 6개월에 한 번씩 하는 걸로 변경된 것입니다.

 

2022년 9월, 엄마의 몸 상태는?

2022년 8월 31일, 엄마의 정기검진 날 폐-CT에 대한 결과를 들었습니다. 검사 결과 재발, 전이는 없음이라고 했습니다. 담당 교수님은 한술 더 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데….”라는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은 “앞으로는 6개월에 한 번씩 오세요.”였습니다. 그래서 2023년 2월에 CT를 찍으러 갈 예정입니다.

 

 

저는 2년 4개월 동안 폐암 환자의 보호자로 살았습니다. 그동안 노심초사도 많이 했습니다. 행여 항암치료를 안 한 것이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까 해서요.

다행히 엄마의 상태가 기대 이상으로 좋아져 너무나 기쁩니다. 암세포가 있는 왼쪽 폐의 상부를 잘라내고 28개월이 지났지만 어떤 치료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약도 먹지 않았습니다.

물론 암치료는 정답이 없기에 이 방법이 좋다 나쁘다 할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병원에서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엄마가 좋아진 것도 아닐 것이고, 병원에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나빠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저 각자의 상태와 상황에 맞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 가장 절실하고 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의 엄마에겐 다행히 선택한 방법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엄마는 28개월 동안 일상생활 속에서 항암생활을 실천했습니다. 이게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엄마가 28개월간 실천한 방법을 보면서 ‘이렇게 평범한 방법으로 암을 이기겠다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엄마가 했던 이 방법들을 매일 실천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대부분의 암 환자들도 암치료에 좋다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방법을 꾸준히 실천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목숨 걸고 실천해야 한다는 말을 엄마를 통해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엄마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28개월을 꾸준히 실천했습니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감사기도를 드렸고, 채소 위주로 드셨고, 매일 햇볕을 받으며 걸었고, 매일 맨발로 걸었습니다. 천천히 호흡했으며,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습니다. 평범한 일을 매일 하면 특별해집니다. 엄마는 평범한 일을 매일 실천하며 특별해졌습니다.

누군가는 병원치료를 통해 살아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혼자의 노력으로 살아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정답이 없기에 저의 엄마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또 지나온 28개월은 좋았지만 앞으로 안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담당 교수님이 3개월마다 보던 진료를 6개월에 한 번씩 오라고 한 것은 그만큼 엄마의 상태가 좋아졌다는 증거라 믿고 있습니다.

28개월 동안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온 엄마에게 딸로서 너무 고맙습니다. 이 글을 통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결코 항암치료를 받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현재 암은 확실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암 진단을 받았다면 전적으로 병원에 맡기기보다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치료 방법에 대한 깊은 성찰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내 생명을 가장 아끼는 사람은 바로 나일 테니까요.

다행히 저의 엄마는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한 항암생활로 지금은 잘 드시고 잘 움직이시고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십니다.

신께 감사하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지금껏 해온 대로 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2년 뒤에는 완치 판정도 받고 싶습니다.

꼭 그렇게 되도록 딸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며 엄마에게 꼭 말하고 싶습니다. “엄마, 사랑해.”  

끝으로 엄마를 수술해주신 서울대 교수님과 매번 상태를 체크해주시는 동산병원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입니다.

___

문현정 작가는 ‘문작가의 카페’를 운영 중이며, <인문학 다이어트>를 출간한 바 있다. 읽고 걷고 사색하고 쓰는 프로그램인 ‘인다 프로그램’을 개발해 일반인들과 암환우들의 몸과 마음 관리를 돕고 있다.

문현정 작가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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