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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박사의 건강솔루션] 만성 조현병 한 사람 구하기

기사승인 2022.09.19  13: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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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9월호 p104

【건강다이제스트 | 김종길 의학박사(김종길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당시는 1970년대였다. 수련을 마칠 무렵 주임교수님이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평생 정신과의사를 하면서 아쉬운 게 하나 있어요. 만성 정신분열병 한 사람을 완전히 구하지 못했네요.”

필자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미국에서 정식으로 정신과 수련을 끝내시고 귀국하여 교실을 창설한 고명한 교수님이 만성 환자를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고?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에이, 겸손한 말씀이겠지.’ 하고 흘렸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도 그 문장이 몇 번이고 반추되었다. 혼자서 비밀스럽게 ‘한 사람이라도 구해야 한다.’는 목표까지 설정해 두었다.

이번 달에는 만성 조현병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세월이 어언 반세기가 흘렀다. 필자는 교수들의 은퇴 나이를 훌쩍 넘기고도 진료실에 앉아 있다. 지금도 그 문장을 되새기면서 하루의 진료를 마무리할 때는 적어도 한 명 이상은 구했다고 우쭐해 한다.

어언 21세기가 아닌가. 외과의사는 평생에 적어도 수술로 완치한 환자가 수백, 수천 명씩 될 것이다. 내과의사도 완치시킨 환자가 무수히 많을 것이다.

현대정신의학의 힘도 막강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에서 ‘구한다.’는 의미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세금을 내는 생활을 하는 상태까지 되어야 하니 말이다.

1960년대 초반까지도 미국의 정신과는 정신분석이 우월하다가 1970년대에는 생물정신의학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우리나라에는 늦게 도입됐다.

오늘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은 “나는 약물요법을 주로 합니다.”라고 말하는 젊은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필자는 정신요법과 약물요법을 함께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꼰대의사에 속한다. 여기에다 생화학요법이라는 분야를 하나 첨가했으니 만성 정신질환자 구하기에 신형무기 하나를 더한 셈이다. 대증요법이 아닌 원인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완치’의 기쁨을 준 K군의 사연

멀리 섬에서 온 K군은 정신과 전문병원과 종합병원의 정신과에서 입원치료를 했고, ‘단순형 정신분열병’으로 최종 진단을 받고 퇴원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단순형이란 극도로 퇴행된 예후불량의 아형이다. 어쩌다 필자와 인연이 되었는데 1997년 말경이었다.

주증상은 사람이 두렵고 혼자서 웃음이 터져 나와서 못 견디겠다는 게 문제였다. 동반한 어머니는 “하는 짓이 어린애 같고 어리광을 부린다.”고 했다. 여러 누나들의 막내였다.

필자는 3년간 입원 치료시 높은 용량의 약제를 1/3로 낮춰 처방하면서 상담을 이어갔다. 약을 먹으면서 힘들게 대학교 수업도 병행했다. 종종 섹스 갈등으로 집중력이 떨어질 때는 비타민 B3과 B6를 약에 첨가하기도 했다.

그러면 서서히 집중력이 호전되면서 수업에 적응도 했다. 운동을 시작해 합기도 청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환청은 계속돼 주 약물을 교체하기도 했다. 따돌림을 당한다는 생각도 집요했다.

치료 효과는 치료 5년차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족들도 많이 좋아졌다고 기뻐했다.

치료 12년차에는 병이 생기기 전의 상태로 거의 회복했고, 취업까지 해서 칭찬을 받았다.

치료 13년 차에는 애인이 생겼고 저축도 시작했지만 여친에게 차이는 일도 겪었다.

치료 15년차에 결혼을 했고, 치료 16년 차에는 가족들조차 약을 안 먹는 줄 안다고 전했다. 올란자핀 5mg + 비콤플렉스 + 오메가-3 + 마그네슘을 복용하면서 건강은 양호하게 유지됐다.

치료 25년 차, 자녀 둘을 낳고 잘 키우며 물류회사를 창업해서 성공적으로 경영했다. 미소량의 약물과 건강식품을 복용하면서 치료하는 사실은 혼자만 비밀로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K군은 필자에게 처음으로 완치의 자신감을 심어준 사례여서 지금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약물처방 + 건강식품, 증상 호전에 도움

충청도에서 전화가 왔다. 정동장애로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입원치료 후 통원치료 중인데 재발하는 느낌이 든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메일과 편지로 상황을 파악하였다.

공무원이어서 부산에 오기가 힘들다고 했다. 기존의 약물치료를 유지하도록 하면서 B3와 오메가-3요법을 권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졸음이 심하고 힘이 빠져서 직장 근무를 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약물의 용량을 감량시키자 증상이 많이 개선됐다.

그렇게 치료를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나고 감사의 편지를 받았다. 위기를 잘 넘기고 잘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4년 전의 일인데 지금도 일 년에 한 번씩 안부편지를 보내온다. 잘 지내고 있다고.

약물처방과 건강식품을 함께 병용해서 정신과 질병을 치료하는 아이디어는 캐나다 정신과의사인 아브람 호퍼(Abram Hoffer) 박사가 주창한 치료법이다.

 

 

필자 또한 수련의 시절에 비타민을 대량으로 복용토록 하는 메가비타민요법이 정신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다.

사실 이 치료법은 미국에서 인기를 누렸으나 이내 시들해졌다. 미국의 추적연구는 몇 가지의 공식적인 처방을 진행하면서 결과를 내니 호퍼의 주장과는 다르더라는 거였다.

필자는 캐나다 국제세미나에 가는 길에 호퍼 박사로부터 직접적인 가르침을 들은 적이 있었다. 호퍼 박사는 “이 치료법은 매우 개인적인 것이어서 환자에게 맞는 지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귀국하여 호퍼 박사의 책을 번역하고, 공부도 계속했으며, 임상에서 간헐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인 사례도 경험했다.

여동생과 함께 온 만성 알코올중독자에게 조현병이 있음을 알게 되어 비타민요법을 처방했는데 일주일 만에 환청이 사라지는 극적인 성공도 있었다. 단주하면서 완전회복은 되지 못했으나 혼자 살아가는 데 성공하여 여동생의 시름을 덜어준 일도 있었다. 

호퍼 박사는 고인이 되었으나 그의 연구 업적은 현재 윌리엄 왈쉬(William J. Walsh)에게 계승되어서 생화학적 치료법으로 뇌에서 일어나는 질환 전반(치매, 조현병, 자폐증, 우울증, 주의력 결핍/과잉 행동장애)에 대하여 대증요법이 아닌 근원적인 치료법으로 미국과 호주에서 번져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정신의학계에서는 아직 관심이 덜하지만 생화학적 치료법이 정신건강의학계에 기여할 바는 분명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김종길 의학박사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의학박사를 취득했다. 다년간 대학병원에서 진료교수로 활동했으며, 대한신경정신과학회장(2010)을 역임했다. 특히 통합기능의학적 연구에 매진하여 영양요법 연구의 권위자로 꼽힌다. 수필작가로 정경문학상(2003)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필집으로 <속죄> <정신분석, 이 뭣고> 등이 있다. 현재 김종길정신건강의학과 원장으로 진료하고 있다.

김종길 의학박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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