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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경의 마음처방전] 분노·화 참을 수 없을 때 처방전

기사승인 2022.05.18  14: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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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5월호 80p

【건강다이제스트 | 이후경(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2022년 대선이 끝났다. 초박빙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두 동강 났던 진영의 분노는 어디를 향할까? 양쪽 진영의 결집은 정국 분열을 예견한다. 승리는 독선과 폭주로 가기 쉽고, 패배는 좌절과 분노로 가기 쉽다. 으스스한 보복과 적폐 청산이 반복되는 건 아닐까? 유쾌한 축하와 공동 협력은 불가능한 것일까?

 

 

사방팔방 화가 가득하다. 경제성장이 멈췄다. 저성장·저출산·고령화가 발목을 잡는다. 취업은 바늘구멍이고, 창업은 가시밭길이다. 과당경쟁은 심해지고, 신분 상승은 꿈도 못 꾼다. 자살률이 OECD 국가 1위다. 남녀노소 화가 그득하다. 민생 열차가 멈췄다. 고금리·고물가·고유가에 휘청인다. 결혼은 쉽지 않고, 육아는 막막하다. 가계부채는 늘어나고, 복지 혜택은 뒷걸음질이다. 삶의 만족도가 최악이다.

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기보호의 기능이 있다. 상대의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킨다. 분노의 분위기는 내 몸을 감싸는 위엄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분노는 에너지다. 어디론가 분출하고, 누적되면 폭발한다. 내부로 향하면 무력감에 빠지고, 외부로 향하면 희생양을 찾는다.

분노는 자신을 뜯어고치는 에너지로 사용된다. 자기개혁을 이룰 수 있다. 사회를 뜯어고치는 에너지로 사용된다. 사회개혁을 이룰 수 있다.

의로운 분노(義憤)도 있다. 안중근 의사는 청년의 피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정당한 분노도 있다. 어떤 때는 마음먹고 화를 내야 한다.

화가 나면 문제가 되는 사람이 있다. 충동조절장애다. 충동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충동적 행동을 하기 전 긴장이 고조되고, 행동으로 옮긴 후에 일시적 쾌감을 경험한다.

분노조절장애도 있다. 분노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사소한 일에 폭력을 사용하려 하고, ‘너 죽고 나 죽자.’는 말을 자주 한다. 정신적 고통이나 충격 후에 부당함·모멸감·무력감으로부터 나타나기도 한다. 분노 표현이 효과적이었던 경우 습관적으로 굳혀지기도 한다.

 

분노, 화는 왜 생길까?

우리 뇌는 크게 뇌간, 구피질, 신피질로 나눈다. 뇌간은 ‘파충류의 뇌’로 충동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구피질은 ‘포유류의 뇌’로 감정인 부분을 담당한다. 신피질은 ‘영장류의 뇌’로 이성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안정된 상태에서는 ‘영장류의 뇌’가 지배한다. 그런데 화가 나면 달라진다. ‘포유류의 뇌’가 뇌 전체를 지배한다. 화가 나면 짐승이 된다. 이성은 감정에 굴복하고, 감정은 충동에 굴복한다.

우리 뇌는 복잡하면서 단순하다. 한순간 무지개의 아름다움에 경탄하다가, 다음 순간 살인적인 분노에 사로잡힌다.

분노는 통제 부족에서 온다. 통제 부족의 덫에 걸린 사람이 있다. 불편한 것을 못 참고, 힘든 환경을 못 견딘다. “맘대로 안 되면 다 부셔버릴 거야!” 과음·과식·성적 문란 등 충동조절에 어려움이 있다.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힘든 업무를 쉽게 포기한다. 결정을 내리는 데 경박하고, 절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보통 어릴 때 부모나 양육자가 규칙을 정해주지 않은 경우에 많이 생긴다. 원하는 대로 하다가 버릇이 나빠진 경우다. 성장 과정에서 인내를 못 배운 결과이기도 하다.

분노는 지치고 힘들 때도 일어난다. 분노는 보통 대상이 있다. ‘누구 때문’, ‘누구 탓’이라는 허상의 벽을 만들 때 일어난다. 책임을 회피할 때도 일어난다. 상대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싶을 때 일어난다. ‘의존 심리학’은 인간의 유전인자에 내재해 있다. 모든 어린이들은 100% 어른에게 의존한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100% 독립해야 한다. 스스로 100% 책임져야 한다. 어릴 적에는 누군가 나를 돌봐주지만 어른이 돼서도 ‘그 사람’이 나를 돌봐주기를 원한다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의존욕구의 좌절은 분노를 일으킨다.

 

분노, 화 다스리는 탁월한 처방은?

첫째, 인(忍)이다.

인(忍)은 한국인의 미덕이다.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분노를 유발하는 호르몬은 15초 내에 피크에 도달하고, 이후 서서히 분해된다. 30초만 참아도 분노는 누그러진다. 화가 나는 순간, 즉시 60초 동안 심호흡을 하자. 화나는 나를 받아들이고, 그런 나를 사랑하고, 마음의 평화를 선택하자.

 

 

분노가 치솟는 순간 즉각 자리를 피하자. 한적한 곳을 걸으면서 세 가지에 집중해 본다. ①왜 화가 나는가? ②무엇을 위해 화를 내는가? ③다른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가?

분통이 터지는 순간, 하루만 모든 결정을 보류하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종이 한 장에 써 보자.

둘째, 용서(恕)다.

서(恕)는 동양인의 미덕이다. 서(恕)는 참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자공이 물었다. “제가 평생 실천할 수 있는 한마디 말이 무엇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것은 바로 용서의 서(恕)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

용서는 자기사랑이다. 용서하여 분노를 이기면 혈압이 낮아지고 면역력이 강화된다. 세로토닌이 올라가고, 도파민이 생성된다. 일흔 번씩 일곱 번 용서하라.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셋째, 인(仁)이다.

인(仁)은 한국인의 이념이다. 인(仁)은 남을 사랑하고 어질게 행동하는 것이다. 인문주의의 시작이고, 인간다움의 실천이다. 윤리적인 모든 덕(德)의 기초요, 인의예지의 출발점이다.

한국은 동방의 예의지국이다.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오륜이 강조되었다.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상사는 상사답고, 부하는 부하다워야 한다. 예(禮)가 과도하면 허례허식이 되지만 예(禮)가 사라지면 무례한 사회가 된다. 지금 이 시대에 꼭 기억해야 할 단어는 ‘극기복례’다. 자기를 극복하고 예의범절을 따르자. 

 

이후경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경영학 박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경제주간지 『중앙 이코노미스트』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사례로 풀어본 한국인의 정신건강>, <아프다 너무 아프다>, <임상집단정신치료>, <와이 앰 아이>,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변화의 신>, <선택의 함정>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이후경 박사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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