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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사이] 돌싱남녀의 행복한 재혼 방정식

기사승인 2021.11.11  18: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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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1월호 114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밝은희망부부클리닉 용산점 박소영 부부상담사】

최근 ‘돌싱’이 주인공인 TV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돌싱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돌싱끼리만 모여 토크쇼를 하기도 한다. 돌싱남녀가 만나 새로운 사랑을 찾는 내용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실에서도 돌싱남녀의 사랑 찾기는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새로운 사랑이 재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 결과에 의하면 남녀 모두 재혼인 경우가 전체 혼인의 11.8%를 차지했다. 지난해 결혼한 열 쌍 중 한 쌍은 재혼 부부다. 문제는 재혼해서 잘 살기가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는 결혼에 실패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도 결국 재이혼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돌싱남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결혼하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면 다음을 주목하자.
 

 

CASE 1. 약속을 지키고 싶은 남편 이야기

영찬(가명) 씨는 6개월 전 재혼했다. 결혼할 때부터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아내는 아이가 없는 돌싱이었고 영찬 씨에게는 초등학생 아들이 한 명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내에게 속은 기분이다.

결혼 전에 영찬 씨는 아내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말자고 했다. 아내는 흔쾌히 동의했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영찬 씨는 전처와 4년 전에 이혼했는데 당시 아이는 엄마와 살기를 원했다. 그런데 전처가 이혼한 지 2년 만에 재혼했다. 아이는 새아빠와는 죽어도 같이 살기 싫다고 했고 이때다 싶어 영찬 씨가 데려와서 키웠다. 아이는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엄마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다. 이렇게 상처가 많은 아이에게 이복동생까지 감당하게 하긴 싫었다. 아이는 처음에는 새엄마를 거부했지만 동생을 낳지 않고 친아들처럼 키우겠다는 아내의 말에 어렵게 아빠의 재혼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최근 아내가 말을 바꿨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했다. 다 끝난 이야기인데 황당했다. 아이와 한 약속이 마음에 걸린다면 자신이 아이를 설득하겠다고 했다. 순간 친엄마가 아니라서 아이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천천히 아내를 설득할 작정이었다.

다음 날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새엄마가 동생을 낳으면 집을 나가겠다고 했다. 그런 일은 절대 없다며 아이를 안심시켰다. 전화를 끊고 나자 너무 화가 났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철저하게 아내 위주로 살았다. 아이를 함께 키워주는 게 고마워서 모든 걸 양보하고 배려했다. 그런데 돌아온 건 이런 상황이었다. 그것도 아이에게까지 배신감을 줬다. 처음으로 재혼한 게 후회가 됐다. 머리가 너무 지끈거려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CASE 2. 재혼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아내 이야기

소은(가명) 씨는 4년 전 남편의 외도로 이혼했다. 남편은 바람피운 사실을 들키자 기다렸다는 듯 집을 나갔고 상간자 소송, 상대의 명예훼손 맞고소 등 이혼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이혼 후의 생활도 쉽지 않았다. 온갖 모욕을 견디며 받아낸 위자료로 작은 카페를 인수해 밤이고 낮이고 일만 하면서 두 아이를 키웠다.  

그런 소은 씨에게 2년 전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카페 건물 주인이 먼저 호감을 표시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유부남인 줄 알고 밀어냈다. 알고 보니 10살 연상의 돌싱이었고, 미국에 사는 장성한 딸이 한 명 있다고 했다. 만나볼수록 따뜻한 사람 같았다. 가엾기도 했다. 이혼 이후에는 혼자서 딸 유학비를 대느라 쉬지도 않고 돈만 벌었다고 했다. 다행히 일이 잘 풀려 돈은 많이 벌었지만 외로워서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든든한 경제력에 마음이 흔들렸다. 결정적으로 아이들이 대학을 마칠 때까지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에 재혼을 결심했다. 

재혼 후 남편과 사이는 좋았지만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날이 많아졌다. 사춘기 아이들과 남편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남편의 호의를 무시하고, 곁을 내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민망해진 소은 씨는 아이들만 나무랐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아이들은 엄마까지 거부했다. 급기야 첫째 아이는 집을 나갔다가 3일 만에 돌아왔다. 정신이 확 들었다. 사실 아이들은 잘못이 없었다. 새아빠를 원한 게 아니라 그저 엄마의 선택을 존중했을 뿐이었다. 괜히 재혼을 해서 아이들의 인생을 망치는 것 같았다. 남편에게 미안하지만 되돌릴 수만 있다면 세 가족이 서로 아껴주며 살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성급하게 재혼하면 벌어지는 일

이혼을 해보면 안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그런데도 또 결혼을 꿈꾼다. 우리는 관계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행복과 안정감을 느낀다. 우리의 삶의 질은 타인과 형성한 관계를 기반으로 결정된다.

이혼하는 것도 재혼하는 것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싶어서다. 재혼 희망자들은 주로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 외롭게 살지 않기 위해서, 자녀 양육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가족이나 주변의 권유로, 주변의 불편한 시선 등을 이유로 재혼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성급한 재혼은 대부분 끝이 좋지 않다. 성급하게 재혼하는 사람들은 평생을 함께할 진정한 짝을 찾는 게 아니라 그저 이혼남, 이혼녀에서 벗어나게 해줄 누군가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위험한 생각이다. 밝은희망부부클리닉 용산점 박소영 부부상담사는 “재혼을 삶의 도피 수단으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왜 꼭 재혼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고를 때는 좀 더 냉철하고 합리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초혼과 재혼의 다른 점

재혼은 초혼과 확연히 다르다. 첫 번째 다른 점은 재혼에 거는 기대감이 초혼에 비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재혼을 선택한 자신만의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충족할 수 없는 결혼 생활이 이어지면 너무 불만족스럽다. 

두 번째 다른 점은 초혼은 남녀로 시작하지만 재혼은 두 남녀뿐 아니라 전혼 관계에서 생긴 자녀와 함께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자녀가 재혼 부부와 같이 살지 않는다고 해도 자녀와의 관계는 부부의 삶에 계속 영향을 끼치므로 자녀가 있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박소영 부부상담사는 “부부와 아이의 관계는 재혼 가정의 행복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대부분 자녀는 부모가 재혼했다고 해도 여전히 자신의 친부모를 그리워한다. 어쩌면 헤어진 아빠 또는 엄마와 함께 살 수 있길 기대하고 있을 수도 있다. 친부모와 이별해서 상처받은 아이에게 하루아침에 부모 대접을 받는 건 쉽지 않다.

결국 재혼은 배우자뿐 아니라 배우자의 자녀까지 품어야 한다. 자녀와 함께 살든 안 살든 마찬가지다. 친아빠, 친엄마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생물학적 뿌리와 배경을 달리하는 새아빠, 새엄마가 친부모가 될 수는 없다. 아이의 마음과 기억 속에는 친부모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서 새로운 사람이 부모 역할을 하면 거부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친부모가 아닌 것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오히려 배우자와 자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아이에게 사랑은 충분히 주면서도 적당한 선은 지켜야 한다.
 
재혼일 때 자주 하는 치명적인 실수

대부분 재혼은 초혼보다 신중하게 선택한다. 그리고 이혼이라면 치를 떤다. 경험상 얼마나 괴로운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재이혼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도 초혼과 비슷한 이혼 사유로. 왜 그럴까?

박소영 부부상담사는 “초혼의 파경에 원인을 제공했던 문제를 알아보지 않고 해결되지 않은 채로 재혼을 하면 이혼으로 갈 확률이 매우 높다.”며 “이전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단순한 다짐만으로 재혼을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대화 방식 때문에 부부싸움이 잦았다면 잘못된 대화 방식을 고치고, 전 배우자가 애정 없는 결혼 생활에 불만이 많았다면 재혼 상대에게는 사랑하는 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등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진정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 재혼해야 재이혼의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외롭고 의지할 사람이 필요해서 재혼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혼을 주체적으로 결정해서 돌싱이 됐다면 재혼 역시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고 이끌어간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

 

 

재혼해서 잘 사는 3가지 tip

첫째, 기대는 줄이고, 이해를 늘린다. 재혼하면 흔히 한 번 결혼생활을 해봤으니까,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으니까 금방 가족 기능이 원만하게 잘 돌아갈 거라는 기대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초혼 가정보다 재혼 가정이 서로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기간이 더 오래 걸린다. 서로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이해해주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

둘째, 새로운 가족 규칙을 만든다. 재혼 가정은 유전적 성향이 다르고 성장 배경을 전혀 모르는 구성원이 모여 이뤄진 가정이다.  곳곳에서 불평이 터져 나오기 쉬운 환경이다. 그래서 새로운 가족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 특정한 사람의 기준만 강요한다면 가족 내 평정과 균형을 찾기 어렵다. 가족의 공통된 행동 규칙을 합의해 만드는 것이 좋다.

셋째, 가족 역사를 공유한다. 친부모와 친자녀는 추억이 많다. 하지만 재혼 가정 초기에는 함께 나눈 가정의 경험이 없다. 소속감과 친밀감을 만들려면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어색함을 줄이는 데는 놀이나 여행이 좋다. 같은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것도 추천한다. 강요가 아닌 조율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족 역사를 써 나가야 한다.

 

박소영 부부상담사는 밝은희망부부클리닉 용산점에서 외도 상담, 부부 관계 회복, 대화 갈등 등을 전문으로 상담한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2급, 한국가족상담협회 가족상담사 2급, 임상심리사 2급 등의 자격이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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