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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너도나도 치매 예방약 논란 속으로…

기사승인 2021.05.20  13: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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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5월호 52p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경남 진주에 사는 하 모 씨는 90세 노모와 함께 산다. 90세 노모는 깜빡깜빡 잊기는 하지만 치매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어서 하 모 씨는 “늘 복 받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부디 어머니가 치매만은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시내 병원에서 경도인지장애로 치매 예방약을 처방받아 어머니가 먹도록 하고 있다. 어머니의 치매 예방약을 처방받으면서 올해 61세인 하 모 씨도 치매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 경도인지장애 예방약을 먹는 게 좋겠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치매 예방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 모 씨는 “의사가 치매 예방약이라고 했으니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며 “치매 예방약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열심히 챙겨 먹는 편”이라고 말한다.

비단 하 모 씨뿐만은 아닌 듯하다. 중·노년층 사이에서 치매 예방약으로 불리며 너도나도 먹기 시작한 약이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전문의약품이다. 치매 예방약, 뇌 영양제로 소문이 나면서 건강보험 재정까지 압박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면서 이 성분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임상적 유효성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치매 예방약으로 둔갑해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중·노년층에서 치매 예방약으로 불리며 너도나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전문의약품을 둘러싼 논란과 이슈, 정리해봤다.
 

 

치매 예방약의 정체!

다들 죽음보다 무서운 병으로 생각하는 것이 치매다. 노년기를 위협하는 최대 복병으로 여긴다. 오죽했으면 치매보다 오히려 암에 걸리는 것이 낫겠다는 말까지 있을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치매 예방법은 모든 사람들의 초유의 관심사다. 특히 중·노년층은 더 절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에서 10명 중 1명은 치매 진단을 받았고, 80세 이상에선 4명 중 1명이 치매 진단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평균수명까지 살 경우 누구든 예외 없이 치매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 같은 우려를 잘 알기에 세계 의학계도 치매 치료제 개발에 혈안이 돼 있지만 좀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유독 치매 예방약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약이 있으니 바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전문의약품이다.

“자주 깜빡깜빡해요.”라는 말에도 이 약이 처방되고 있다. 치매 환자뿐 아니라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도 치매 예방 차원에서 널리 처방되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치매 예방약’, ‘뇌 회춘제’로 불리며 앞 다퉈 복용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뇌기능을 살리는 만병통치약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전문의약품에 대한 유효성 논란도 거세게 일고 있다. 급기야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분명한 효과로 막대한 건보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치매 예방약으로 불리며 건강보험재정 3000억 원 이상이 투여되는 약이지만 그 효과는 불명확하다.”며 “임상 유효성 및 급여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던 것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어떤 약?

치매 예방약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1989년 이탈리아 제약사가 개발한 것으로 뇌대사 개선제로 판매되기 시작한 의약품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치매 치료제 성분으로 언급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으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양을 인위적으로 늘려주는 성분으로 밝혀져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은 아세틸콜린의 전구체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임상시험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은 단독으로보다는 복합 처방할 때 치매 지연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치매 치료제 성분으로 언급되는 도네페질 성분과 복합처방을 했을 때 치매로 인한 인지능력 감소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도네페질 성분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이 우리나라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는 것은 다소 이채로운 일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을 건강기능성식품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이 전문의약품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것은 1995년 동화약품이 식약처로부터 글리아티린연질캡슐의 품목 허가를 받으면서부터다.

그 후 대웅제약과 종근당이 원개발사로부터 판권을 인수하는 과정이 있었고,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은 글리아티린, 글리아타민 등의 제품명으로 생산되면서 현재까지 20년이 넘도록 전문의약품 지위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동안 식약처가 인정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효능·효과는 다음과 같다.

 

효능·효과1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기억력 저하와 착란, 의욕 및 자발성 저하로 인한 방향감각 장애, 의욕 및 자발성 저하, 집중력 감소

효능·효과2 감정 및 행동 변화-정서 불안, 자극과민성, 주위무관심

효능·효과3 노인성 가성 우울증

 

이렇듯 광범위한 효능·효과를 인정해주면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전문의약품은 치매 치료뿐 아니라 치매 예방약의 지위도 어렵지 않게 획득할 수 있었다. 치매 환자뿐 아니라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 치매 예방 목적으로 너도나도 이 약을 처방받았던 이유다.

 

급여 재평가, 유효성 검증 투트랙 진행 중!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이 치매 예방약으로 주로 처방되면서 그 효능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보건복지부는 2020년 6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급여 적정성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하고 임상적 유용성, 비용 효과성, 사회적 요구도 등을 살피겠다고 발표했다.

그리하여 그해 7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에 대한 급여 재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기억력 저하와 착란, 의욕 및 자발성 저하로 인한 방향감각 장애, 의욕 및 자발성 저하, 집중력 감소로 정의되는 효능·효과1에는 기존대로 보험 급여를 유지하고, 그 외 효능·효과에는 선별급여로 본인 부담률 80%를 적용한다.”고 고시했다.

요약하자면, 경도인지장애나 정서불안, 노인성 우울증 등에 대해서는 선별급여를 적용해 환자의 약값 부담률을 10~20%에서 80%로 올린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식약처 또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이 치매 예방약으로 널리 처방되면서 거세게 일고 있는 유효성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식약처는 2020년 6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 255개 품목에 대한 임상 재평가를 실시한다고 공고했다.

이에 따라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 130여 곳에 유효성 자료 제출을 요청했고, 2020년 12월 임상 재평가 계획서 접수를 마친 상태다.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임상 재평가 대상이던 134개 제약업체의 255품목 중 총 76품목이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제품 허가를 자진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약 60여 개 업체에서 임상 재평가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같은 투트랙 전략에 제약업계의 거센 반발도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제약업계는 급여기준 조정 재평가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에서 제약업계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2021년 3월 현재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은 고시 취소청구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환자 부담률은 기존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식약처의 임상 재평가에 대해서도 제약업계는 공동전선을 구축, 공동임상으로 대응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전문의약품을 두고 벌어진 치매 예방약 논란! 이 논란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종빈 교수의 답변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으면 한다.

 

 

전문가 어드바이스_약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나요?

【도움말 |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종빈 교수】

Q. 치매를 예방하고 싶거나 치매가 두렵다고 치매 예방약을 드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치매 예방약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됩니까?

배종빈 교수_현재까지 치매 예방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약물은 없습니다. 특정 약물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충분한 과학적 검증을 거친 결과인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치매에 걸리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불필요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이와 같이 예방 목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오히려 해로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약물을 복용하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 하고 남용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비타민 B 결핍 등 특정 영양소 결핍에 의한 인지 저하는 해당 영양소의 보충을 통해, 갑상선저하증의 경우 갑상선약 복용을 통해 인지 기능이 개선될 수 있으므로 기억력 저하가 있을 경우 인지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에 대한 평가를 먼저 받아보실 것을 권고하고 싶습니다.

Q. 세계적으로 치매 치료제로 인정받고 있는 약물은 있습니다. 어떤 원리에 의해 치매 치료에 도움이 됩니까?

배종빈 교수_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인 경우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세틸콜린을 제거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이 치매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고, 약물 복용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의 인지 기능이 개선되며 인기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약물들은 아세틸콜린의 전구물질 혹은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이는 약물들이 많습니다.

해당 약물들이 뇌 내에서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여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있을 수도 있으나, 치매가 아닌 정상 인지 노인에서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Q. 치매를 예방하는 약은 없다는 게 세계 의학계의 중론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다양한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 약도 종종 치매 예방약으로 남용되면서 복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럴 경우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까?

배종빈 교수_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치매 예방약으로 복용하고 있는 약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중·노년층의 경우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약 등 다양한 약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3~4종 이상의 약을 복용 중인 사람도 많은데, 복용하는 약물이 기존의 복용 중인 약물 농도에 영향을 주어 복용하는 약제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약물 부작용을 더 많이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약물 복용 전에는 해당 약물이 필요한지 전문가와 반드시 상담을 해야 합니다.

Q. 치매 예방약으로 과다 처방되면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전문의약품에 대한 교수님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배종빈 교수_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인 경우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에서 뇌 MRI상 소혈관 병변이 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와 함께 복용하였을 때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음이 확인이 되었지만 치매 예방 효과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약제를 치매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이에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밀한 과학적인 평가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Q. 현재로서 치매는 치료가 어려운 질환입니다. 다만 치매 환자의 경우 진행을 늦추는 약물은 몇 가지 개발이 돼 있지만 이 또한 그리 낙관적이진 못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치매 예방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하는 것이 좋습니까?

배종빈 교수_치매 예방 효과로 입증된 약은 현재로선 없지만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분명히 입증된 예방법들은 많이 있습니다.

2019년 WHO 치매 예방 가이드라인에서는 ▶규칙적인 운동 ▶금연 ▶지중해식 식이 ▶금주 ▶활발한 사회활동을 치매와 인지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하였습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치매 예방 약제를 복용하기보다는 이미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이와 같은 예방법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을 권고 드립니다.

 

배종빈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매, 노화성 인지감퇴, 노인성 우울, 섬망, 기질성 뇌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2019년도 중앙치매센터 부센터장을 역임했으며, AI 기반 정밀의료 솔루션 사업의 치매 질환 및 한국형 치매임상시험 지원 등록사업의 실무를 담당하면서 치매 환자에 대한 풍부한 임상 경험과 함께 치매를 포함한 인지장애, 노인정신의학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허미숙 기자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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