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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암시리즈] 꿈의 항암제 ‘킴리아’ 기대 반 우려 반… 왜?

기사승인 2021.05.18  12: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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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5월호 p138

【건강다이제스트 | 파인힐병원 김진목 병원장】

말기 환자도 단번에 완치!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함께 국내 상륙 소식을 알렸던 항암제가 있다.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킴리아’가 그것이다. 세계 최초의 맞춤형 항암제로도 알려져 있다. 생사의 기로에서 힘들었던 암 환자들에게는 구세주와도 같은 희소식이었을 것이다.

킴리아! 도대체 어떤 항암제일까? 그 비밀을 소개한다.

 

 

킴리아는 암 환자 몸에 있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를 조작해 유도탄처럼 암세포만 찾아 공격하는 ‘꿈의 항암제’라 할 수 있다.

2021년 3월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가 만든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 :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카티’로 읽음) 치료제 ‘킴리아(Kymriah, 티사젠렉류셀)를 제1호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을 받은 지 4년 만이다.

이 약은 ▶재발성이며, 치료제가 듣지 않는 25세 이하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pALL, Pediatric Acute Lymphoblastic Leukemia) 환자와 ▶2회 이상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는 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Diffuse Large B-Cell Lymphoma) 환자 치료에 주로 쓰인다.

이번에 사용 승인을 받은 킴리아는 암을 제거하기 위해 바깥에 있는 물질을 갖다 쓰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자기 몸속에 있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용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암세포가 공격 대상이 아닌 것으로 T세포를 속이는 점을 막기 위해 유전자조작기법을 활용한 항암제이다.

우리 몸속의 면역세포 중에는 T-림프구가 있다. T-림프구를 간단히 T-세포라고 한다. T세포가 적을 인식하는 방법은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촉지해서 글을 읽듯이 세포 표면에 있는 여러 가지 단백질을 인식해서 침입체를 인식하고 공격을 한다. 세포의 표면에 세포의 특성을 나타내는 식별 표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T세포가 암세포를 만나면 T세포의 표면에 있는 TCR(tumor cell receptor, 종양세포 수용체)이라는 단백질 수용체와 암세포 표면에 있는 암세포 식별표시(이것을 MHC, 번역하면 ’항원제시‘라고 한다) 단백질이 자물쇠에 열쇠를 넣듯이 딱 맞으면 암세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항원인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때 암세포를 인식하게 되는 접촉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조결합들도 있다. 보조결합에는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결합도 있고, 억제시키는 결합도 있다.

우리 면역기전에는 공격하는 기전도 있고, 억제하는 기전도 있어서 활성화시키는 보조결합(이것을 ‘공동자극자’라고 한다)이 연결되면 T세포가 활성화되어서 암을 공격한다.

그런데 억제시키는 보조결합(이것을 ‘공동억제자’라고 한다)이 연결되면 T세포는 활성화되지 않으며, 암세포를 공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틀어서 바로 ‘면역관문’이라고 한다.

암세포들은 영악해서 면역관문에서 T세포를 억제시키는 공동억제자와 결합을 해서 면역세포가 자기를 공격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공동억제자와 결합을 해서 T세포를 억제하는 보조결합을 차단해서 T세포가 암세포를 죽일 수 있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

면역관문억제제를 간단히 ‘면역항암제’라고 칭하는데, 상품명으로 ‘키트루다’, ‘옵디보’, ‘여보이’, ‘티센트릭’ 등이다.

기존 항암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암 환자들에게 희망의 불빛이 되고 있지만, 면역항암제는 T세포의 눈을 피하는 특정 암세포 식별표시 단백질이 있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고, 효과도 수개월에서 수 년 정도로 효력이 짧다.

이는 암세포 식별표시 단백질과 그것을 인식하는 T세포의 단백질 수용체 종류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면역항암제는 매우 제한적으로 처방될 수밖에 없다. CAR-T 치료제는 암세포 식별표시 단백질이 아니라 암세포 자체를 인식하도록 조작된 환자 자신의 T세포를 증식해서 환자에게 다시 투여해 주기 때문에 암세포 살상능력이 강력하여 단 한 번의 주사만으로도 암이 완치되는 놀라운 결과를 연출하고 있다.

 

‘획기적 의약품’, ‘우선순위 의약품’ 지정되기도

‘키메라’라는 명칭은 고대 그리스 전설 속에 나오는 사자 머리에 염소 몸통과 뱀 꼬리를 가진 괴물인 키마이라에서 따온 것으로, 유전자 조작에 의해 한 개체에 유전자형이 다른 조직이 겹쳐 있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검은 털 쥐의 배아와 하얀 털 쥐의 배아를 융합하여 대리모의 자궁에 옮겨 성장시키면 검은색과 흰색 털이 얼룩진 키메라 쥐가 태어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한 뒤 공격 대상이 되는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식하도록 유전자 정보를 입히면 원래의 T세포 특성은 그대로 간직한 채 특정 암세포를 인식하는 수용체가 결합된 형태의 키메라 면역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공격 대상이 입력된 T세포를 대량 배양한 뒤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하면 T세포는 암세포의 표면 항원을 특이적으로 인지해 공격하는 기능을 갖는다.

노바티스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함께 성인 재발성·불응성 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시험에서 킴리아 투여 3개월 뒤 39.1%는 암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33%는 2년이 지나도 재발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소아 재발성·불응성 백혈병 환자의 경우 암이 완전히 사라진 비율(완전관해 비율)이 82%에 달했다는 것이다.

 

▲ 킴리아는 암세포를 인식하는 환자 자신의 T세포를 증식해서 다시 투여하기 때문에 한 번의 주사로 암이 완치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 출처=: 식약처)

 

또 기존 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와는 달리 킴리아는 단 한 번만 주입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에서는 ‘획기적 의약품(Breakthrough designation)’, 유럽에서는 ‘우선순위 의약품(Prime)’으로 각각 지정된 후 허가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른 장기 추적 조사 대상 의약품이다. 이상 사례 현황에 대해 투여일로부터 15년간 장기 추적해야 하며, 최초 판매한 날부터 1년마다 장기 추적 조사한 내용과 결과를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의학계에서 보는 킴리아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는 “킴리아는 그동안 항암제 역사상 없던 새로운 기전의 혁신적인 1인 맞춤형 치료제이자 1회 치료로 끝나는 원샷 치료제로, 이미 2번 이상의 치료와 이식에 실패해 기대 여명이 3~6개월에 불과한 재발성·불응성 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들에게 단 1회 치료로 완전 관해에 도달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며 “킴리아는 생존 기간 향상뿐 아니라 1회 치료로 환자의 병원 방문을 줄여 환자와 다른 가족 구성원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소아 혈액종양과 유철주 교수는 “킴리아는 죽음을 목전에 두었던 어린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pALL) 환자들에게 새 인생을 안겨줄 수 있는 기적의 치료제로, 처음 CAR-T 임상에 참여했던 미국의 소아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는 치료 후 현재까지 8년간 완전 관해 상태를 유지해 학교를 다니며 평범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며 “국내 재발성·불응성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는 극히 드물지만, 매년 발생하는 소수의 어린 환자들은 생명을 두고 사투를 벌이는 만큼 신속한 킴리아 치료가 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 제약사, 의료계가 함께 노력해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바티스 신수희 항암제사업부 총괄은 “한국노바티스는 혁신적인 CAR-T 치료제인 킴리아가 국내 허가와 함께 첨바법 1호 치료제로 국내 재발성·불응성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에게 쓰일 수 있게 되어 매우 고무적”이라며 “도입 후 가능한 빠르게 CAR-T 치료가 가능하도록 병원 등 관련 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치료센터 세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여명이 6개월로 하루가 시급한 환자들이 킴리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신속한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해 정부 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킴리아는 2017년 8월 전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데 이어 국내를 포함한 캐나다, 스위스, 일본, 호주, 독일 등 28개국에서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킴리아는 1인용 맞춤형 항암제로 치료비가 미국 기준 5억 원에 달한다.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지만,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되면 환자 부담액은 수백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아직까지는 국내에 세포배양 시설이 없기 때문에 T세포를 미국으로 옮겨 증식시킨 뒤 국내로 다시 들여와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CAR-T를 이용한 항암치료는 다발성골수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대상으로도 확장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혈액암에만 국한되어 있고, 암 환자의 90%를 차지하는 고형암에서는 효과적인 임상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앞으로 CAR-T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더욱 많은 연구와 임상에서의 평가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CAR-T 치료제를 도입함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첫째로 종양의 이질성(heterogeneity, 여러 형태의 세포가 존재) 때문이다. 종양의 이질성 때문에 어느 세포를 타깃으로 설정해야 할지 어렵다.

국내 바이오 기업도 CAR-T 치료제에 대해 임상 연구에 착수 또는 진행 중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 킴리아에 거는 기대

암 환자들을 치료해온 의료인의 입장에서 볼 때 킴리아의 국내 승인은 기대와 우려를 교차하게 만든다. 몇 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째, 아직은 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에만 효과가 있어 적용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다.

둘째, 가격이 너무 고가이다.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된다면 수백만 원대로 떨어지겠지만, 그때까지는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획기적 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임상 2상만으로 FDA인가를 받았고, 장기적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 검증이 되지 않았으므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넷째, 현대 암치료는 여러 가지 치료 모델을 섞는 추세이다. 면역항암제도 처음 개발 당시에는 폐암, 흑색종 등에만 국한되었지만,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나 표적치료제와의 병행으로 다른 암종에서도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CAR-T세포 치료제도 다른 암종에 대해서 기존 치료들과 병행하여 좋은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약가가 너무 고가라서 임상 연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완치를 향해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의학계의 진전은 고무적이라 할 것이다.

 

김진목 박사는 의학박사, 신경외과전문의로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와 파인힐병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김진목파인힐의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사)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 마르퀴스후즈후 평생공로상, 대한민국 숨은명의50에 선정 되기도 했다. 주요 저서는 <통합암치료 쉽게 이해하기> <약이 필요없다><위험한의학 현명한치료> 등이 있다.

김진목 파인힐의원 병원장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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