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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행복과 지혜를 주는 힐링 멘토,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호석 교수

기사승인 2021.05.04  1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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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5월호 1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불행은 누가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겁니다!”

불안제로! 소비자 고발 불만제로 아니고 불안제로다. 불안이 0인 상태를 말한다. 불안할 일이 전혀 없다면 어떨까?

차의과학대학교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호석 교수(대한불안의학회 이사장)는 불안제로면 무생물이라고 말한다. 생명이 있다면 불안해야 정상이라는 것이다. 불안은 나 자신을 보호하는 신호이자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무언가가 내 삶을 위협하면 불안한 게 정상이다. 문제는 과도한 불안이다. 필요 없는 불안이다. 불안을 불안해하는 바로 내가 문제다. 불안장애, 우울증 명의 서호석 교수에게 내안의 불안을 잘 돌보는 법을 들어봤다.

 

 

돌봄이 필요한 불안

흔히 돌봄이라고 하면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떠올린다. 혼자 잘살고 있는 나는 돌볼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생각 때문에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 줄도 모른다. 매일 불안감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공황범불안장애연구회 회장, 공황장애 치료지침서 개발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불안장애를 연구해 온 서호석 교수는 불안을 돌봐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하다고 합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코로나19가 내 생명을 위협하니까 불안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과도한 불안감입니다.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불안해하고 불안 자체를 또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살고 있다면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즉 마음 챙김이 필요합니다.”

마인드풀니스는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내 안에서 나를 보려고 하면 제대로 못 본다. 밖으로 나와 한걸음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나를 봐야 한다. 그래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볼 수 있다(관찰). 그다음에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다(수용). 그러면 나를 괴롭히던 과도한 불안을 놓아버릴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불안을 조절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이가 불안을 마주 보지 않고 회피해버린다. 꾹꾹 눌러버린다. 일시적으로는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슬금슬금 나와서 또 나를 괴롭힌다. 더는 불안에 지배당해선 안 된다. 내가 주체가 되어 불안을 통제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쉽지 않지만 노력하고 훈련하면 할 수 있다.

서호석 교수가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한불안의학회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함께 대국민 불안 돌봄 프로젝트 진행을 앞두고 있다. 과도한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을 담은 동영상, 도서 등을 제작할 예정이다.

서호석 교수는 지금부터 불안을 돌보아 가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정신건강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 중인 지금보다 코로나가 종식된 후의 정신건강을 더 우려하고 있다. 왜일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복병

코로나19가 대유행 중인 지금, 사실 우리는 1년 넘게 근근이 버티는 중이다. 이 악물고 견디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백신을 맞고, 집단 면역이 생기면 언젠가는 코로나19는 종식될 것이다. 그런데 서호석 교수는 지금보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 우울, 불안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거라고 본다.

“코로나19가 계속 확산 중인 지금은 어떻게 보면 마음이 아플 새가 없습니다. 아프면 안 되니까요. 어떻게든 버텨야 하니까요. 그런데 의외로 코로나19가 끝나고 나서 많은 이가 아플 수 있습니다. 시어머니 스트레스가 심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우울증이 오는 것과 비슷한 거죠.”

코로나19 유행으로 힘든 지금은 코로나만 끝나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잔뜩 기대가 된다. 그러나 종식되어도 마스크를 벗는 것 외에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면? 긴장이 풀리고 허탈감이 밀려올 수 있다. 이러려고 그토록 참고, 기다리고,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았는지 후회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기다리면서 그로 인한 마음의 변화도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만 해결된다면 행복할 거야!’가 아니라 코로나19가 끝나든 끝나지 않았든 행복하게 지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 서호석 교수는 행복하고 싶다면 내 안의 불안을 돌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호석 교수는 그 방법으로 삶의 질 높이기를 제안한다. 흔히 삶의 질을 높인다고 하면 건강한 몸, 경제적으로 풍족한 생활, 화목한 가족, 좋은 직업 정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서호석 교수는 삶의 질을 구성하는 영역을 더 넓혀야 행복할 수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건강 ▶자존감 ▶삶의 목적·가치, 철학 ▶돈 ▶일, 직업 ▶놀이(여가) ▶학습 ▶창조성 ▶돕기 ▶사랑(사랑의 관계) ▶친구(우정) ▶자녀 ▶친척 ▶집 ▶이웃 ▶공동체가 그 영역에 해당한다.

이 많은 영역 중에 돈에만, 일에만 너무 집중하는 사람이 많다. 삶의 질을 구성하는 영역을 넓히는 것과 동시에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도 말아야 한다. 한 가지가 전부인 삶은 불행해지기 쉽다.

“어느 한 영역만 집중하면 그것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오는 상실감이 큽니다. 우울증이 오기 쉬운 거죠. 그래서 관심을 여러 가지 영역에 분산해야 합니다.”

모든 게 영원하면 좋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정신 건강에 투자하고 싶다면 ‘올인’은 꼭 피하자.

 

일하려고 사는 당신이라면…

직장인의 경우 대부분 일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온다. 이들에게 서호석 교수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 일은 안 하는 게 제일 좋은데 그래도 일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겁게 하라고 하죠. 내가 행복하게 살려고 즐겁게 일하는 거지 일하려고 살지는 말아야 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즐겁게 하자. 사실 말이 쉽지 긍정적으로 즐겁게 일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틈만 나면 놀고, 쉴 때는 푹 쉬고, 자고 싶으면 자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가볍고, 일이 끝난 후가 기다려지고, 일에 압도당하지 않아서 일이 즐거워진다.

또 매사에 껍데기보다는 알맹이, 즉 중요한 가치를 채우는 데 집중한다. 껍데기는 언젠가 벗겨진다. 껍데기가 벗겨져서 텅 빈 알맹이가 드러나면 우울하고 허탈해진다. 반면에 알맹이가 채워져 있으면 허탈하지도 외롭지도 불안하지도 우울하지도 않다. 즐겁게 살고 쓸데없는 것으로 내면을 채우며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으면 시련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힘인 회복탄력성이 점점 커진다.

모두 서호석 교수가 직접 해보고 효과를 인정한 방법이다. 서호석 교수도 일하면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도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까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틈만 나면 놀고 틈만 나면 쉬고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스트레스의 영향을 덜 받는 삶을 살게 됐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습관도 생겼다.

또 서호석 교수는 일 스트레스와 더불어 몸이 아픈 것도 큰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유산균을 복용하고 유산균이 풍부한 음식을 챙겨 먹고 소식하려고 노력한다.

 

불행을 선택하는 건 바로 ‘나’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이지만 각각 다양한 형태로 살고 있다. 사실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사는 건 거기서 거기다. 좋은 날이 있으면 괴로운 날이 있고, 웃는 날이 있으면 우는 날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잘 모른다. 불안한 하루도 우울한 하루도 다 내가 만든다.

“행복은 누가 주는 게 아니에요. 불행도 누가 주지 않아요. 내가 나를 불행하게 하는 거예요.”

똑같이 감기에 걸려도 어떤 사람은 콧물만 좀 흘리고 낫고, 어떤 사람은 사흘을 끙끙 앓는 것과 같다. 같은 시련이 와도 내가 괜찮으면 그건 시련이 아니라 행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서호석 교수의 말처럼 내 삶에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내 안으로 파고든 불안을 돌보고 다양한 삶의 영역으로 시선을 돌리자. 껍데기보다는 알맹이에 집중하고 작은 일도 감사하며 살아보자. 이런 작은 건강 습관이 행복의 주도권과 불행의 주도권을 내가 움켜쥐는 전환점이 되어 줄 것이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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