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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체험기] 갑자기 망막 열공에 유리체 출혈까지… 실명 위기 겪으면서 후회했던 것

기사승인 2021.04.13  1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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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4월호 143p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아직도 눈앞에는 몇 개의 점이 날파리처럼 날아다닌다. 종종 눈이 뻐근하고, 어둠 속에서 번쩍거리는 섬광 같은 것도 보인다. 그렇지만 ‘실명되지 않은 게 어디냐?’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찾아왔던 실명 위기! 망막이 찢어지기 일보 직전인 망막 열공이라고 했고, 유리체 출혈이 있어서 곧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너무도 황당했다. 다른 건 몰라도 눈만은 좋다며 자신만만했었다. 시력검사에서도 1.2, 1.0으로 나와 나이 대비 썩 좋은 편에 속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름도 생소한 망막 열공에 유리체 출혈까지… 곧바로 수술을 안 하면 실명까지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충격은 말로 다 못 한다. 누구에게나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실제 체험담을 소개한다.

 

 

갑자기 눈앞에 날파리가?

2020년 1월 22일, 갑자기 눈앞에 날파리 같은 것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눈을 깜빡거려보아도 없어지지 않았다. 눈동자를 돌려보아도 따라다니면서 날아다녔다.

처음에는 들은 풍월도 있어서 ‘비문증인가?’ 했다. 눈을 너무 혹사한 탓이라 여겼다. 그동안 눈이 시리고 충혈 되는 날도 많았다. 원고 쓰고, 교정보는 일이 주 업무라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는 날이 대부분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하루를 넘겼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증상은 더 심해졌다. 자잘한 점뿐만 아니라 거미줄 같은 것도 함께 눈동자를 따라 움직였다.

안 되겠다 싶어 회사 근처 안과에 갔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시점이어서 마음이 급했다. 안과의원에서는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그리곤 “증상이 심해지면 다시 오세요.”했다. 눈에 넣는 안약 처방은 해주었던 것 같다. 그 말을 들으면서 ‘큰일은 아닌가 보다.’ 했다.

 

오른쪽 눈앞에 뿌연 장막이?

2020년 1월 28일, 4일간의 설 연휴를 마치고 출근을 했다. 연휴 내내 눈앞에 떠 있는 날파리와 씨름하느라 머리가 무거웠지만 잡지 마감에도 차질이 생겨서 아침부터 경황이 없었다.

그런데 오른쪽 눈이 아무래도 심상찮았다. 점점이 떠 있는 날파리 대신 오른쪽 눈앞에 장막이 처진 듯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다. 눈을 비벼 봐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안과에 가봐야 하나?’ 걱정은 됐지만 ‘잡지 마감인데…’가 발목을 잡았다. ‘말일에 인쇄를 넘겨야 하니 4일간만 버텨보자.’며 보이는 한쪽 눈으로 원고 손질도 하고 교정도 봤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앞에 뿌옇게 드리운 장막이 점점 더 넓어지고 짙어졌다.

‘문제가 생겼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 후의 일은 생각하기도 싫다. 동료 직원이 부랴부랴 안과병원에 데려다 주었고, 속전속결로 이뤄진 검사에서 밝혀진 병명은 망막 열공과 유리체 출혈이었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본 눈 사진에는 검은 물체가 오른쪽 눈 안에 가득 차 있었다. 유리체 출혈로 피가 눈 안에 쫙 퍼져서 동공을 가려 안 보이는 거라고 했다.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마감이 걱정돼서 선뜻 대답을 못하자 “지금 실명될 수도 있는 상황이니 판단 잘하세요.”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시력만큼은 좋은 편이어서 40대 이전에는 양쪽 시력 모두 1.5 수준이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1.2, 1.0일 정도로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실명까지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어안이 벙벙했다.

 

수술 대신 레이저

‘실명’이라는 말에 너무도 놀라 모든 일을 제쳐두고 바로 입원을 했다. 입원하자마자 수술 일정도 바로 잡혔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2020년 1월 30일 오후 4시, 수술실로 들어갔다. 부분 마취를 한다고 했다. 눈에 마취 주사를 놓을 때의 그 공포는 지금도 진저리가 처질만큼 끔찍한 경험이었다.

그러더니 온몸을 꽁꽁 싸매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여선 안 되기 때문에 비닐로 싸매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발작이 일어났다. 폐소공포증 때문이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결국 담당의사는 수술을 중단하자고 했다. 다시 일정을 잡고 전신마취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술실에 들어간 지 20분 만에 다시 병실로 돌아오면서 느꼈던 두려움은 아마도 평생 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얼마 후 뒤따라온 담당의사는 “전신마취를 하게 되면 위험부담이 따르니 내일 아침 상태를 보고 레이저로 할 수 있는지 한 번 봅시다.”라고 했다.

눈 속에 퍼져 있는 피가 조금이라도 빠져서 보이기만 한다면 찢어진 부분을 레이저로 메울 수가 있다는 거였다.

제발 그렇게 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수술하면 6개월 이내에 백내장이 온다는 말도 들어서 제발 수술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그래서 병실에 있으면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계속 걸어 다녔다. 수시로 물도 마셨다. 조금이라도 빨리 눈 속의 핏물이 빠지기를 바라면서.

그런 덕분인지는 모르겠다. 다음 날 담당의사는 언뜻언뜻 찢어진 열공 부분이 보이기도 한다면서 레이저 치료를 시작했다. 몇 번 나눠서 레이저 치료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상태를 봐가면서 레이저 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퇴원도 할 수 있었다. 비록 수술로 눈 속에 고인 핏물을 걷어내고 열공 부분을 메우는 치료를 하지 않아 여전히 점점이 날파리 같은 것이 하늘에 무수히 흩뿌려져 있었지만 수술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며 퇴원을 했다.

 

레이저 치료 6회 만에 치료는 끝이 나고…

퇴원 후 일주일에 한 번씩 안과병원에 가서 레이저 치료를 했다. 갈 때마다 눈 속에 고인 피도 서서히 빠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눈앞에 점점이 뿌려져 있던 점의 개수도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레이저 치료는 견딜 만했다. 따끔따끔 느껴지는 눈 통증에 움찔움찔 했지만 나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쯤이야 했다.

 

 

그렇게 한 달 반 정도 레이저 치료를 받았을 때 담당의사는 “치료가 거의 끝이 났다.”며 “앞으로 별일 없으면 1년 후에 다시 오세요.”라고 했다. 레이저 치료로 망막 열공 부분은 잘 메워졌다고 했다. 눈앞에 점점이 떠 있는 날파리는 여전했지만 그것은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수술을 안 했기 때문에 눈 속에 고인 핏물이 서서히 빠질 수밖에 없고, 없어지려면 한 달이 걸릴 수도 있고, 3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감사했다. 수술을 안 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아직도 눈앞에 점 몇 개는 여전하지만…

2021년 1월 6일, 1년 만에 다시 안과병원을 찾았다. 1년 뒤 오라는 담당의사 말을 지켰다.

망막 열공과 유리체 출혈로 치료를 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눈앞에 날파리 몇 개는 날아다니는 상태였다. 눈도 찌릿찌릿 묵직할 때가 더러 있지만 어쩌랴! 눈을 혹사시킨 대가임을 잘 안다.

1년 만에 또 다시 이것저것 검사를 했다. 암실에서 위·아래로, 좌우로 눈동자를 굴려가며 검사를 했다. 모든 검사가 끝났을 때 담당의사는 “별 이상은 없다.”고 했다.

“아직도 날파리 같은 점이 몇 개 떠 있다.”고 하자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 같다면서 만약 증상이 더 심해지면 그때는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이로써 어느 날 갑자기 실명 위기를 불렀던 망막 열공과 유리체 출혈은 일단락되었다. 비록 일 년 뒤에 또 다시 정기체크를 해야 하지만 그래도 수술하지 않고 실명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행운처럼 느껴진다.

이 일을 겪으면서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안저검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거였다.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듯 안저검사만 했더라면 망막에 실금이 생겼다는 것도 알 수 있었을 테고, 그랬으면 혹독한 고통도 겪지 않았을 텐데…물밀 듯 밀려드는 후회로 많이 괴로웠다.

이번 기회에 독자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 안저검사도 건강검진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1년에 한 번, 그것도 힘들면 2년에 한 번이라도 안저검사를 받아봤으면 한다. 간단한 안전검사를 통해 실명 위기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안과 전문의로부터 듣다!

실명 위기 막을 수 있는 안저검사 뭐기에?

【도움말 | 누네안과병원 망막센터 김주영 원장】

 

 

Q. 안저검사란 무엇입니까?

김주영 원장: 안저검사는 안구 내 신경조직들 황반, 망막혈관, 시신경유두의 이상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당뇨망막병증 등의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검사입니다. 자세한 안저 확인을 위해 산동제를 점안하고 동공이 커지면 검안경을 통해 망막을 관찰하게 됩니다.

Q. 안저검사를 통해 눈의 어떤 증상을 알 수 있습니까? 꼭 받아야 하는 대상자는 누구입니까?

김주영 원장: 안저를 촬영하면 시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망막, 시신경 등을 확인해 실명의 주된 원인인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실명 위험질환인 녹내장, 황반변성 등은 일반적으로 40대부터 유병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40대 이상은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건강검진에서는 안저촬영만 가능해 이상이 있는 경우 정밀검사가 가능한 안과병원에 내원해 정확히 진단받는 게 바람직하겠습니다.

Q. 안저검사는 몇 년 단위로 받는 것이 좋습니까?

김주영 원장: 한 번 손상된 망막이나 시신경은 다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저검사를 통해 안질환을 예방하고 조기 발견하는 것이 눈 건강을 지키는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안저검사의 주기는 개인의 눈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노화가 시작되는 40세 이상의 중장년층은 1년에 한 번 정도는 받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고도근시 환자라면 6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꼭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Q. 망막 열공, 망막 박리까지 망막 관련 질환들은 실명 위기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경각심이 높습니다. 망막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주영 원장: 근시를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근시는 먼 곳을 바라볼 때 물체의 상이 망막의 앞쪽에 맺히는 굴절 이상으로 먼 곳은 잘 안 보이고 가까운 곳은 잘 보이는 상태의 눈을 말합니다. 고도근시는 심한 근시를 말합니다. 시력검사표의 가장 큰 글씨도 구분하기 힘들고, 가까이 있는 물체도 잘 안 보여서 안경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렌즈의 굴절력, 도수를 나타내는 단위를 D(디옵터)라고 합니다. 마이너스는 근시, 플러스는 원시, 정상적인 정시는 0디옵터입니다. 고도근시는 -6D(디옵터)입니다. 초고도근시는 -9D(디옵터)이상을 말하는데 그 자체를 질환으로 보기 때문에 병적근시라고 부릅니다.

고도근시인 사람은 정상인보다 망막과 시신경이 약한 경우가 많고, 눈의 구조가 특이하기 때문에 망막 변성, 망막 박리 등의 안과 질환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풍선의 원리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풍선은 불면 불수록 크기가 커지면서 표면이 얇아집니다. 근시가 생기면 안구가 커지면서 안구의 길이도 앞뒤로 늘어납니다. 이때, 안구 내면을 이루는 신경막 조직인 망막도 함께 얇아지게 됩니다. 또한, 풍선을 계속 불면 어느 정점에서 터져버리듯이 망막 또한 근시가 심해지면 망막에 구멍이 나는 망막 열공, 찢어지는 망막 박리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Q. 날파리 같은 점이 나타나면서 망막에 문제가 생겼는데 망막에 문제가 생겼을 때 놓쳐서는 안 되는 증상들은 무엇입니까?

김주영 원장: 망막 박리의 초기에는 망막이 찢어지면서 출혈이 생겨 다수의 까만 점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비문증이 나타나고, 찢어진 망막이 잡아당겨지면서 마치 플래시가 터지듯 번쩍이는 불빛이 보이는 ‘광시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망막 박리가 진행되면 시야의 한쪽 부분에서부터 흔들리는 커튼이 처진 것처럼 가려져 보이거나 물체가 찌그러져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비문증은 눈앞에 검은 점이 보이는 증상이지만 망막 열공이나 망막 박리 등의 초기 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비문증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망막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망막 열공과 유리체 출혈이 동반하여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주영 원장: 나이가 들어 눈의 노화가 진행되면 겔 형태의 유리체가 물로 변하는 액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주로 40세 이상 중·노년층에서 대부분 나타나며, 근시가 있는 경우 더 빨리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유리체의 액화와 함께 유리체막과 시신경층인 망막 간의 연결이 약화되어 움직임이나 충격에 의해 출렁거리면서 유리체겔 막이 망막에서 분리되어 떨어지는 후유리체박리가 일어납니다.

이 같은 후유리체박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유리체가 망막을 강하게 잡아당기면서 혈관이 파열되어 유리체 출혈이 생기기도 하고, 망막이 손상 받아 찢어지거나 구멍이 생기는 망막 열공, 망막층이 떨어지는 망막 박리와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Q. 요즘 들어 망막 박리, 망막 열공 등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많다는 통계자료가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망막 손상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김주영 원장: 평소 눈 상태에 이상이 느껴지면 즉시 안과를 찾아 망막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한쪽 눈에 생긴 망막 박리는 반대편 눈에도 발생하는 확률이 10%에 달하는 만큼 바로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망막 열공이나 망막 박리를 예방하려면 평소 눈에 자극이나 충격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안면부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격투기 같은 운동을 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망막 박리 환자 중에는 비문증 증상을 느껴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마이너스 6디옵터 이상의 고도근시가 있다면 젊은 층도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안과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주영 원장은 한국망막학회 정회원, 한국포도막염학회 정회원으로 망막, 포도막, 백내장을 중점으로 진료하고 있다. TV나 언론매체를 통해서 다양한 눈 정보를 제공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허미숙 기자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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