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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이야기] 마음챙김 명상으로 만성통증이 낫는 이유

기사승인 2021.02.15  14: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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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2월호 142p

【건강다이제스트 | 차움 면역증강클리닉 오수연 교수】

1980년대에 환자 치료에 마음챙김 명상을 활용하기 시작했던 매사추세츠 의대 존 카밧진(Jon Kabat-Zinn) 박사는 명상이 환자들에게 일종의 “안전망(net) 역할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만성통증 환자들이 병원치료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지 못했는데, 그러한 환자들에게 병원치료를 대신할 수 있는 좋은 대체요법이 되었고, 의사들에게는 진료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카밧진 박사는 많은 만성통증 환자들이 결국에는 “평생 통증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You’re going to have to learn to live with this).”는 판정을 받게 되는데, 마음챙김 명상이 만성통증과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teach themselves the how of living with chronic pain) 말한다.
명상이 이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이유는 뭘까?

 

 

마음챙김 명상이 통증을 완화시키는 기전에 대해 의학은 소기의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명상이 어떻게 통증을 경감시키는지 증명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명상 시 자연스럽게 이완하게 되는데, 명상의 효과가 단순히 이완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것이다.
또 명상에서 가르치는 방식으로 주의를 두다 보니 주의가 분산되어 나타나는 효과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플라시보 효과처럼 효과가 있으리라는 기대나 믿음에 의해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샌디에고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뇌신경학자 파델 지덴(Fadel Zeidan) 박사는 이러한 점들을 모두 변수로 고려에 두고 명상이 효과를 나타내는 기전을 규명했다.

명상을 하는 그룹과 비교를 하기 위해 단순히 이완을 하는 그룹, 잡지를 읽는 그룹, 1000에서 계속적으로 7을 빼는 산수그룹, 그리고 명상을 할 때와 취하는 자세나 환경은 동일하지만, 마음챙김의 속성이 설명되지 않은 가짜 명상그룹 등 다양한 대조군을 설정했다.

그 결과 다른 대조군보다 실제 마음챙김 명상을 했던 그룹에서 통증 완화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덴 박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명상을 할 때 뇌의 활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통한 연구도 진행했다.

그 결과 명상 시에는 대뇌 부위 중 안와전두피질과 전측대상피질이 특징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와전두피질은 주어진 자극에 대해 맥락에 따른 의미를 부여하는 곳이고, 전측대상피질은 통증에 대한 감정반응을 조절하는 곳이다. 즉, 통증이 주어질 때 통증에 대해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가, 또 어떠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통증에 대한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데, 바로 명상이 이 과정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파델 지덴 박사의 이러한 연구는 명상이 이완요법이나 기대 효과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기전을 통해 통증을 완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1차 화살을 맞을지언정, 2차 화살을 맞지 말라.”는 붓다의 가르침을 들어 설명한다.

1차 화살은 실제 화살을 맞아 생긴 통증이다.

2차 화살은 그 통증이 유발하는 감정적 반응이다. 즉, 실제 통증을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 통증이 유발하는 감정적 반응은 놓아버릴 수 있다(let go)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명상이 통증의 강도를 줄여주지 못한 경우도 많은데, 그러한 경우이더라도 통증이 주는 불쾌감은 줄여주었다는 점도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한다.

이렇게 통증에 대한 인지적 측면의 감각-감정의 분리(sensory-affective uncoupling)가 명상이 통증을 경감시키는 주요한 기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반응의 악순환 끊어주는 명상

우리는 어떠한 자극이 주어지면 그 자극이 어떠한 것인지 맥락에 따라 숙고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통증에 대한 자동반사적 반응도 그러하다. 통증은 자동적으로 우울하고 불안한 정서를 유발하고, 그러한 감정 상태는 또 다시 자동적으로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 하나?’라는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일으킨다.

또 비관과 부정성은 ‘죽을 만큼 아프다. 아파서 죽겠다.’로 발전하는데, 그러다 보면 통증이 더 심하게 느껴진다.

마음챙김의 핵심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자동반응의 악순환을 끊어주는 것에 있다. 아프다고 반드시 우울해 하거나 불안해 할 필요는 없고, 비관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브라운대 정신건강의학과 저드슨 브루어(Judson Brewer) 교수는 이 같은 자동반응의 악순환을 끊어주는 것이 금연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를 그의 TED 강의를 통해 이야기한다.

흡연자에게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하는 대신 담배를 피울 때의 느낌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마음챙김 흡연을 권유했더니 그 과정을 통해 ‘담배에서 역겨운 치즈냄새가 나고 화학물질 맛이 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금연에 성공하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챙김은 자동화된 반응 패턴을 제거함으로써 고착화된 감정습관과 행동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필자도 진료를 하며 명상이 자동반응의 악순환을 끊어주어 증상이 개선되는 사례를 종종 본다.

최근에 내원하셨던 40대 초반의 여성 A씨는 과민성 장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그녀의 증상은 결혼 후 악화되었고, “어떻게 이렇게 평생을 사냐?”며 “중한 병에 걸린 것 같다.”고 비관하며 내원하였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결혼 전에는 과민성 장증후군 증상이 심하지 않았는데, 결혼을 하고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또 임신이 잘 되지 않아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으면서 스트레스가 커졌고, 그러면서 과민성 장증후군 증상도 심해졌다고 했다.

그 환자에게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부정적 사고의 악순환을 끊어볼 것을 권유드렸다.

추적관찰을 시작한 후로 A씨의 증상은 날로 좋아졌다. A씨는 그동안 자신이 너무나 불필요한 걱정들로 초조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스트레스는 몸에 부담이 되어 과민성 장증후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힐링 여행도 다녀왔다.

그리고 컨디션이 좋아질 때까지 시험관 아기 시술은 중단하기로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시험관 아기 시술을 더 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힐링의 시간을 가지는 동안 A씨는 자연 임신이 되었던 것이다!

 

근본적인 치유를 돕는 명상

만성통증과 과민성 장증후군 같은 질환은 기능성 질환이라고 불린다. CT나 MRI 등의 정밀검사를 했을 때 문제가 되는 병변이 발견되는 기질적 질환과는 다르다. 검사에서 큰 이상소견은 없지만 불편한 증상이 있다는 의미이다.

두통이나 섬유근육통과 같은 만성통증성 질환,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장증후군과 같은 소화기 질환이 대표적인 기능성 질환이다.

기능성 질환은 심적 스트레스나 우울감과 불안감과 같은 심리 상태에 의해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마음챙김 명상은 기능성 질환의 악화 요인인 심리 상태를 직접적으로 교정해줌으로써 기능성 질환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실제로 기능성 질환을 진료하며 명상을 해볼 것을 권유드리면 약물치료를 조기에 종료하게 되고 환자분 스스로 건강해지는 법을 터득하여 진료보다는 안부를 물으러 병원에 들르신다.

명상을 진료에 접목하면서 필자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느낀다. 우리 몸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몸을 잘 보살펴주고 보듬어주면 건강을 회복하는 능력을 이미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환자분들이 명상을 통해 근본적인 치유에 이르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필자가 누리는 큰 기쁨이다.

 

오수연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로 차움의원 면역증강클리닉에서 진료하고 있다. 만성적인 위장장애, 통증, 피로감, 면역력 저하 등으로 병원을 찾는 많은 이의 불편 증상의 원인이 상당부분 마음에서 기인함을 깨닫고, 심신의 치유를 위해 명상을 진료에 접목하고 있다.

오수연 차움 면역증강클리닉 교수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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