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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전설이라 불리는 폐암 수술 명의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성숙환 교수

기사승인 2021.01.06  15: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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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월호 74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담배 안 피워도 폐암 정기 검진 필요합니다!”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먼저 나섰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야 했기에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무려 42년간. 지금까지도. 그래서 전설이라 불리는 외과의사가 있다. 대한폐암학회 회장을 역임한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성숙환 교수다.

성숙환 교수는 국내 최초로 흉강경 수술을 도입하는 등 멈추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폐암 생존율을 높여 온 주역으로 꼽힌다.

치료 성적도 최고로 꼽히지만 폐암의 조기 발견 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큰 힘을 보탰다. 2000년대 초반부터 폐암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최근 국가암검진사업에 저선량 흉부 CT 검사가 도입되기까지 발 벗고 나서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사에게는 전설, 환자에게는 희망으로 불리는 성숙환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꽃을 든 남자   

5년. 누군가에는 고작 5년이고 누군가에게는 까마득히 멀기만 한 5년이다. 암 환자에게 5년은 특별한 시간이다. 암과 싸워서 결국 이겨낸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이제 한숨 돌려도 된다는 시간이다.

5년 생존율이 다른 암에 비해 턱없이 낮은 폐암 환자에게 5년은 간절한 시간이다. 그래서 성숙환 교수는 치료 후 5년을 맞은 환자에게 축하의 의미로 장미 한 송이와 카드를 내민다. 카드에는 완치 축하 인사와 앞으로의 건강 관리법이 적혀 있다.

성숙환 교수가 축하 인사를 건네면 어김없이 감사 인사가 돌아온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에서 환자와 나란히 서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기념사진까지 찍으면 조촐한 ‘졸업식’ 파티가 끝난다. 

“암 환자에게 5년은 어떻게 보면 졸업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의사에게도 이날은 기쁜 날이에요. 한 해 한 해 관찰해오며 마음 졸인 건 마찬가지니까요. 이런 순간이 보람되고, 영광이죠.” 

성숙환 교수의 입에서 암이 해결됐다는 소리가 나오면 우는 사람, 절하는 사람 등 기뻐하는 모습도 다양하다. 성숙환 교수의 얼굴에도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졸업생’을 배출한 기쁨도 잠시! 암을 진단받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신입생’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성숙환 교수는 신입생을 어떻게든 암으로부터 졸업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 왔다.

 

국내 최초 흉강경 수술 도입

우리나라에 복강경 수술이 막 시작된 1990년, 당시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했던 성숙환 교수는 미국으로 연수를 가게 됐다. 외과 의사니만큼 미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수술법에 자연히 관심이 갔다. 배에 작은 구멍을 내어 내시경 카메라를 넣고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처럼 가슴 내부도 카메라를 집어넣어서 수술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오던 성숙환 교수는 마침 미국에서 흉강경 수술을 접하게 됐다. 미국에서도 동물실험을 하는 등 흉강경 수술이 막 시작되던 단계였다.   

“연수가 끝나갈 때 흉강경 수술 세미나에 갔었는데 그때 봤던 표지가 아직도 기억나요. 문을 여니까 아주 화창한 하늘이 보이는 표지였어요. 신세계로 간다는 의미였습니다. 그전처럼 크게 째지 않고  작게 절개해서 내시경을 넣는다는 것은 신세계로 가는 거였죠.”

미국 연수 내내 국내에도 흉강경 수술이 필요하다고 느낀 성숙환 교수는 귀국하자마자 흉강경 수술 장비 제작을 의뢰했다. 1992년, 성숙환 교수는 폐를 조금 잘라내는 기흉 수술, 혹을 떼어내는 수술 등에 흉강경 수술을 도입했다. 1994년에는 흉강경으로 전폐절제술을 실시해서 큰 화제가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흉강경 장비도 진화하고 성숙환 교수의 수술 실력도 발전을 거듭해왔다. 현재 성숙환 교수는 폐암 수술의 85~ 90%를 흉강경 수술로 한다. 처음에는 몸에 내는 구멍이 4개였지만 지금은 4~5cm의 구멍을 하나만 내어서 수술한다. 

폐암은 수술할 수 있는 1기와 전이가 되어 있고 넓게 퍼져 있어서 수술을 못 하는 3~4기의 5년 생존율 차이가 무척 크다.

“예전에는 폐암일 때 수술할 수 있는 확률이 20%가 채 안 됐습니다. 수술이 가능한 사람을 늘리는 것이 폐암 치료의 전체적인 치료 성적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폐암은 조기 발견이 무척 중요합니다.”

여전히 수술할 수 있는 폐암 환자보다 수술을 못하는 폐암 환자가 많은 안타까운 현실. 성숙환 교수는 수술 잘하는 의사임과 동시에 폐암 정기검진을 강력히 권장하는 의사가 되어야 했다.

 

담배 오래 피웠다면 1년마다 정기검사 필요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1cm 미만의 작은 결절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단순 흉부 X선 촬영으로는 작은 결절을 발견하기 어렵고 다른 장기에 가려지면 찾아내기 힘들다. 이에 반해 저선량 흉부 CT는 1cm 미만의 결절도, 다른 장기에 가려진 부위의 결절도 찾을 수 있다.

 

▲ 성숙환 교수는 폐암은 수술하기에 이미 늦은 심각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검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성숙환 교수는 이러한 흉부 CT 검사를 오래전부터 강조해왔다. 폐암을 안 걸리는 게 가장 좋겠지만 혹시 걸렸더라도 조기에 발견해야 수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암검진에 저선량 흉부 CT 검사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일에도 앞장섰다. 2019년 7월부터 폐암 고위험군에 한해 저선량 흉부 CT 검사가 국가암검진사업에 포함됐다.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는 저선량 흉부 CT 검사가 시작되면서 조금씩 변화가 있어요. 예전보다 저선량 흉부 CT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폐암 검진 대상 고위험군의 기준은 만 54~74세 남녀 중 30갑년(하루 평균 담배 소비량<갑> × 흡연 기간<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흡연자이며, 검진 주기는 2년에 한 번이다. 성숙환 교수는 고위험군이라면 2년 주기는 길고 1년에 한 번씩 받는 것이 좋다고 본다. 1년 만에 심각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국가암검진 폐암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아도 오래 담배를 피웠거나 간접흡연에 자주 노출되거나 폐암 가족력이 있는 등 위험 요소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권하면 방사선 노출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저선량 흉부 CT는 말 그대로 방사선량이 적은 검사입니다. 50세부터 80세까지 매년 검사를 받아도 30번을 하게 되는데 그 정도는 몸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봅니다. 더욱이 앞으로 2~3년이면 방사선이 더 적게 나오는 검사도 나올 것입니다.”

흡연은 폐암과 관련이 깊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당장 금연해야 한다. 그러나 담배를 안 피우면 폐암과 관련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말자. 최근 늘어나고 있는 여성 폐암 환자의 대부분은 비흡연자다. 60세부터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가 많아지므로 그 전에 정기검사로 폐 건강을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을 좋아하는 폐  

폐암은 조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수술할 수 있는 폐암이라면 운이 좋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수술했더라도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수술이 잘 됐을지 걱정되고, 무엇보다 재발하지 않을까 불안하다. 환자의 마음을 읽는 데도 베테랑인 성숙환 교수는 정기검사를 빼놓지 말라는 말과 함께 환자 마음 편하게 만들기에 돌입한다.

“수술 후에는 제가 책임지니까 암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려요. 다시 활력도 찾으시고, 인생을 즐기시라고요. 그리고 꼭 빼놓지 않고 운동을 많이 하라고 당부합니다.”

누구에게나 운동을 강조했더니 전국 방방곡곡 산에 올라서 몸이 좋아졌다는 등 운동에 재미를 붙인 환자가 많다. 생활습관을 바꾸고 건강관리를 잘하는 환자는 결과도 좋을 수밖에 없다. 폐암 ‘졸업생’이 되려면 운동은 필수 과목이다.

성숙환 교수도 환자에게 했던 말 그대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운동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평일에도 한두 번은 시간을 내서 운동하고 주말에는 일부러 많이 걸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환자가 편한 길이 나의 길

좋다는 걸 알아도 그 좋은 것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운동하면 건강해지는 걸 알지만 편안히 쉬고 싶고, 식단을 바꾸면 건강이 좋아지는 것을 알아도 먹는 습관을 바꾸긴 쉽지 않다. 

성숙환 교수는 환자에게 좋은 일이라면 편한 일 대신 번거로운 일, 안 해본 일, 어려운 일을 자처한다. 흉강경 수술을 할 때 폐를 손으로 최대한 만져보는 등 오감을 동원해 수술하고, 좋은 수술 방법이 있다면 익숙한 방법을 고집하지 않고, 치료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포기하지 않고 치료 방법을 찾아낸다.

치료 성적이 남달랐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1978년에 처음 의사가 되고 나서부터 환자에게 좋은 길이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제가 치료를 도와드린 환자가 ‘성숙환이라는 의사한테 괜히 갔다.’ 이런 생각만 안 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런 생각이 안 들게 하려고 치료 방법도 공부하고, 연구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본 셈이죠.”

올해로 의사가 된 지 42년! 여전히 만만치 않은 폐암이다. 그럼에도 성숙환 교수가 걸어온 길을 보면 폐암의 희망이 보인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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