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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기사승인 2020.09.23  13: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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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번방 최초 보도자이자 신고자 '불꽃'의 기록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2020년 3월,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 사건’의 핵심 운영자 ‘박사’로 추정되는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3월 25일 ‘박사’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되었다. 포토라인 앞에서 엉뚱한 사람들에게 사과를 했다. 피해자에게는 사과 한 마디 없었다.

경찰은 박사, 갓갓 등 주요 운영진을 포함해 총 664명을 검거했고, 이중 68명이 구속되었다(2020년 5월 27일 기준).

언론은 가해자의 나이나 어린시절 등을 조명하며 가해자 서사를 만들기 바빴다. 법원은 초범 디지털 성범죄자에게 1년 6개월 형을 선고하는 기존 법률에 입각해 판결했다.

대한민국은 제4차 산업혁명에 발 빠르게 준비하며 IT 강국임을 자랑하지만, 디지털 범죄에 있어, 특히 디지털 성범죄에 취약했다.

‘이것이 나라냐’라는 여성들의 분노와 지속적인 외침에 9월 15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권고 형량을 기본 5~9년, 최대 29년 3개월로 정했다.

이런 2020년 너머에는 세상에 텔레그램 N번방의 실체를 밝힌 두 대학생의 노력이 있었다. 바로 ‘추적단 불꽃’의 ‘불’과 ‘단’이다.

 
불꽃은 취업을 준비하던 평범한 대학생들

1년 전인 2019년 7월, ‘불’과 ‘단’은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생이었다. 기자지망생이었던 불과 단은 대한민국의 여느 대학생들과 다름없이 취업스펙 쌓기를 위해 공모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뉴스통신진흥회의 ‘탐사 심층 르포 취재물’ 공모전에 응모하기로 하고, 그동안 관심있게 지켜보던 ‘불법 촬영’을 주제로 취재를 시작한다. 취재팀 이름은 ‘불꽃.’

‘불법 촬영’이 주제가 된 이상, 불꽃의 취재 현장은 인터넷이었다. 불꽃은 구글에서 검색 10분 만에 ‘와치맨’이 운영하는 AV-SNOOP이라는 구글 블로그를 발견한다. 이 블로그에서 N번방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다.

AV-SNOOP의 링크를 따라 텔레그램의 한 대화방인 ‘고담방’에 잠입한 불꽃은 이 방에서 파생방 수십 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파생방에 잠입한다. 불꽃은 파생방 한 군데에서만 2500개의 불법 촬영물이 오가는 현장을 목격한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파생방 참여자들이 불법촬영물을 주고받는 이유에는 N번방 입장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비교적 쉬운 인증 조건을 내건 참여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불꽃은 마침내 N번방 중 1번방에 잠입하게 된다.

불꽃은 그때의 심정을 이렇게 기록한다.

“이게 정말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인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우리와 같은 시대에 살고있는 이들이 벌이는 짓인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끔찍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음을 목격한 불꽃은 ‘기사 하나 쓰자고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경찰에 신고한다. 그게 기사보다 먼저였다.

평범했던 두 대학생은 취재와 경찰 협조를 동시에 진행하며 <N번방 추적>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결코 평범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이 시대의 위대한 평범성

추적단 불꽃 앞에는 ‘N번방 최초 보도자이며 최초 신고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불꽃은 ‘최초’라는 말이 갖는 상징성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말이 붙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분노한다.

불꽃은 취재 중에 N번방의 존재와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행위 관련 글이 이미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신고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N번방 사건과 같은 성착취 피해는 2016년부터 트위터 등에서 꾸준히 발생했던 것으로 불꽃은 파악하고 있다.

오랜 시간 자행해온 범죄가 2020년 3월에야 공론화되어 불꽃에게 ‘최초’라는 수식어를 부여한 것이다.

추적단 불꽃이 ‘최초 신고자’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이 사건에서 불꽃이 본능적으로 ‘피해자’에게 집중했음을 알 수 있다. N번방 사건은 모든 피해자가 여성인 사건이다.

“신념 하나로 버티느라 가해자들에게 받는 정신적 충격이 가랑비에 옷 젖듯 우리에게 스며드는 줄도 몰랐다.”

“우리는 피해를 목격한 게 아니라 경험했으니까.”

언론이 가해자 보도에 집중할 때, 추적단 불꽃은 피해자 편에 섰다. 추적단 불꽃에 붙는 ‘최초’라는 수식어는 ‘피해자 편에 선 최초 보도자이자 최초 신고자’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지망생이었던 두 명의 대학생은 그 누구보다 보도준칙에 충실했기에 자신들의 보도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피해 사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에 경찰에 신고했고, 피해자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며 함께 피의자 검거에 나서기도 했다.

N번방 사건으로 우리는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을 두고 말한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기 바쁘다. 하지만 불꽃은 우리에게 ‘위대한 평범성’을 보여줬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범죄자들의 평범성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의 위대함일 것이다.

불꽃의 취재와 경찰 협력 방식은 성 착취가 일어나는 수십 개의 대화방을 지켜보며 증거가 될 만한 내용을 캡처해 신고하는 것이었다.

당신을 우리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시작했습니다.

“추적단 불꽃 영상만 보면 화가 나요.”

얼마 전 추적단 불꽃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추적단 불꽃은 지금도 디지털 성범죄 취재를 계속 이어가며 SNS에 성범죄 관련 내용을 알리고 있다. 범죄 사실을 알리는 일이 누군가에게 좌절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불꽃도 스스로 가해 사실을 반복적으로 증언할 때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꽃은, 우리가 관심갖지 않는다면 디지털 성범죄는 더욱 잔인한 범죄로 악화할 것을 잘 안다.

두 사람은 이 책에 언론에 보도된 적 없는 N번방 추적기와 자신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담았다. N번방 추적기는 1부에, 불과 단의 일상이지만 평범할 수 없었던 이야기는 2부에, 피해자들과의 연대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는 3부에 담았다.

“추적단 불꽃으로 활동하면서 우리가 두 명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혼자였다면 진작에 포기했을 일들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닫는 중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한다면 어떤 기운이 솟아날지 궁금합니다.”

이 책은 당신을 우리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다. 불꽃이 ‘우리라서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이제 우리가 추적단 불꽃의 손을 잡을 때다.

이봄, 320쪽, 1만 7000원.

이정희 기자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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