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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양기화 박사의 건강이슈 ‘톡’] 흑사병 판도라 상자 다시 열리는가?

기사승인 2020.01.17  19: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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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월호 140p

   
 

흑사병 판도라 상자 다시 열리는가? 

11월 한 달 동안 중국의 네이멍구(內蒙古)에서
3명의 흑사병 환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환자들 가운데 부부인 두 사람은 폐렴형 흑사병이고, 내몽고에서 베이징으로 이송되어 치료받고 있다는 점과 중국 보건당국이 흑사병 발생 상황을 열흘 동안 숨겼다는 의혹 등이 겹쳐진 까닭이다. 중세 유럽의 역사를 바꾼 전염병 흑사병! 그 판도라 상자가 다시 열리는 것일까?

글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책임위원 양기화 의학박사

 

흑사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은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이다. 보통은 토양 속에서 활동하지만 쥐벼룩을 매개로 하여 설치류 혹은 사람으로 옮겨져 흑사병을 일으킨다. 즉 페스트균에 감염된 설치류의 피를 빤 쥐벼룩이 사람을 물어 전파한다. 전파경로와 증상에 따라 패혈성 흑사병, 폐 흑사병, 림프절 흑사병으로 구분된다.

▶림프절 흑사병이 가장 흔하다. 전체 흑사병의 75%에 달한다. 페스트균이 쥐벼룩에 물린 곳에서 가까운 림프절을 침범하여 부종을 일으키는데, 초기에는 38~41°C의 고열과 함께 구토, 두통을 보이기 때문에 말라리아로 잘못 진단될 수도 있다. 진행되면 흑사병 특유의 검은 반점, 부종이 나타난다. 림프절 흑사병은 사람 사이에서 직접 전파되지 않는다.

▶폐 흑사병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다. 페스트균이 폐를 공격하여 폐부종을 일으키는 까닭에 사망률이 95%에 달하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발열과 기침, 흉통, 각혈 등의 증상을 보인다.

▶패혈성 흑사병 아주 드물게 발생한다. 원인균이 혈액에 직접 침투하여 일어나는데, 발병하면 단시간 안에 사망에 이른다. 발열을 주 증상으로 한다.

흑사병은 급성 전염병
흑사병과 스페인독감이라고 하는 인플루엔자 감염은 범세계적으로 많은 인명피해를 낸 대표적인 범유행 급성 전염병이다. 1346~1353년 사이에 대유행한 흑사병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최소 7500만, 최대 2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었다. 그런가 하면 1918년과 1919년 사이에 발생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최소 2500만에서 최대 5000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흑사병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많지만 대체로 중앙아시아나 인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처음에는 풍토병이었던 것이 비단길을 오가는 대상을 통하여 혹은 몽골제국의 서진(西進)에 따라 유럽 대륙으로 향한 것으로 짐작된다.

14세기에 들어서면서 유럽 대륙은 연 평균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개인위생이 더욱 열악해졌다. 1315~ 1317년 사이에는 대기근이 발생하면서 흑사병의 범유행을 불러올 조건이 갖추어진 셈이다.

당시만 해도 전염병의 원인은 물론 전파방식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예방이나 치료법을 알지 못했다. 13세기 말에서야 지금의 두브로부니크를 중심으로 한 라구사왕국이 동방교역을 통하여 들여온 페르시아의학으로부터 급성 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급성 전염병은 환경이 불결해서 생기는 병이고, 일정기간 동안의 잠복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따라서 국외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일정기간 격리,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여기에서 격리 조치를 의미하는 검역(quarantine)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19세기말 중국의 윈난성에서 시작한 흑사병이 세계적으로 범유행을 일으킨 이후로는 아직 범유행은 없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도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등에서 연평균 2500명의 흑사병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마다가스카르, 콩고민주공화국, 페루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흑사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과거에는 흑사병이 공포의 병이었지만 병원체와 전파경로 등이 밝혀졌고,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도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흑사병이 폭발적인 범유행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관리방안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흑사병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중국에서 발생한 흑사병을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이다.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 SARS)이 발생하였을 때도 초기 대응이 적절치 않아 여러 나라에 확산되었던 바 있었다. 이번에도 환자 발생 사실을 조기에 발표하지 않아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렸을 수도 있다.

둘째, 급성 전염병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먼저 급성 전염병이 유행하는 지역의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보건당국의 지시에 따라 검역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 전염병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보건당국에 신고하여야 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유행으로 186명의 환자가 발생하였고, 이 가운데 38명이 사망하였다. 중동호흡기중후군이 확산되는 과정을 검토해 보면 최초 환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뿐더러 확산 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조처가 적기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환자가 거쳐 간 의료기관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을 뿐더러 이들 기관에 대한 봉쇄와 격리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공항의 검역을 피하기 위하여 해열제를 복용하고 입국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셋째, 페스트에 대하여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포털에서 페스트의 발생현황, 원인, 잠복기, 증상 및 예방수칙 등에 대하여 잘 정리된 자료를 내려 받을 수 있다. 정부에서도 관련 정보를 제때 제공해야 할 것이며, 환자 발생 시 대응방안도 마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검역 및 의심 증상이 있을 때 신고 요령을 비롯하여 환자가 발생하였을 때의 기관봉쇄 및 환자격리 등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 역시 정부의 조치에 적극 따라 범유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페스트의 위험요인이나 임상 증상 등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페스트 위험요인 : 쥐나 쥐벼룩, 야생동물, 이들의 사체와의 접촉 등
•페스트 임상 증상 : 발열, 기침, 호흡곤란, 흉통, 혈담, 폐렴 증상, 두통, 구토, 설사, 현저한 쇠약감, 림프절 부종 등
•페스트 예방수칙 : 비누나 소독제를 이용한 손씻기, 오염된 손으로 눈, 코, 입 점막 부위 접촉 삼가 (출처 : 질병관리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평가책임으로 근무하는 양기화 의학박사는 병리학과 진단검사의학과를 전공하였다. <치매 당신도 고칠 수 있다(2017)>와 <우리 일상에 숨어 있는 유해물질(2018)> 등을 출간하였다.

건강다이제스트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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