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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비결] “주치의와 함께 평생 건강관리 하세요!”

기사승인 2019.12.07  18: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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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2월호 20p

평생 건강관리. 건강은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당연한 말이지만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불과 4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잘 몰랐다. 건강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이 무너지면 치료를 받는 식이었다. ‘대비’ 없이 ‘대처’로 살았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는 대처가 전부인 줄 알고 살던 시절 대비할 방법을 찾는 일에 뛰어든 의사다. ‘한국형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기치 아래 평생 건강관리를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현재 국내 대학병원에서는 유일한 평생건강관리클리닉을 이끌어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요즘 김영식 교수는 평생건강관리클리닉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주치의의 필요성과 심·뇌혈관질환 1차 예방을 강조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5천만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의사로 남고 싶다는 김영식 교수를 만나 평생 건강하게 살 방법을 들어봤다.
글 | 정유경 기자

 

봉사하다가 찾은 길
우리는 몸이 아프면 그 부위를 전문으로 고쳐주는 병원에 간다. 눈이 아프면 안과, 피부가 간지러우면 피부과에 간다. 김영식 교수가 서울대 의대 재학시절 YMCA 의료봉사 동아리 회장을 하면서 의사 선배에게 종종 듣던 말이 있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과 의사라 △△과 질환 치료는 어려워.” 전문으로 진료하는 질환 환자가 아니면 치료에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생각했다. ‘나는 어디가 아프든 도움을 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당시 서울대학교병원에 막 만들어진 가정의학과에 마음이 간 것도 그런 이유였다. 가정의학과 의사라면 최소한 어떤 질환이든 치료의 방향을 잡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정의학과 의사가 되자마자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평생건강관리였다. 환자를 만나면 만날수록 병을 예방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캐나다, 미국 등 해외의 평생건강관리프로그램을 입수해 우리나라에 맞는 평생건강관리프로그램을 연구했다. 마침내 1995년 5월 서울아산병원에 평생건강관리클리닉이 문을 열었다.

“평생건강관리클리닉에 등록하면 한 개인과 가족의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주치의가 가장 안전하고 알맞은 예방 진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와 더불어 24시간 전화상담, 영양상담, 운동처방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내 몸을 잘 아는 나만의 주치의가 급성질환을 해결해주고 최소한의 조기진단 검사를 하는 평생건강관리클리닉의 진가는 환자가 먼저 알아봤다. 특히 이곳저곳 병원을 떠돌며, 이 검사 저 검사를 받느라 지친 환자에게 주치의 제도는 든든한 건강 동반자로 자리를 잡았다.

김영식 교수는 검사 안 해주는 주치의로 유명하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검사만 한다.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가족에게도 똑같이 처방할 검사만 한다. 

주치의가 필요한 이유
1995년부터 수많은 환자의 주치의를 자처한 김영식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주치의 제도가 외면받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다. 주치의가 없다면 평생건강관리에 구멍이 뚫리기 쉽다. 특히 건강검진을 해도 진료기관과 검진기관이 다르면 불필요한 검사가 매번 반복되거나 꼭 필요한 검사가 빠질 수 있다. 검진으로 문제를 발견했어도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받기 어렵다. 나의 건강 상태를 잘 아는 주치의가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의사에게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일이 허다한 현실이다.

나를 잘 아는 주치의는 몸의 문제뿐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문제도 발견하기 쉽다. 우울증 신호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주치의 제도가 없어서입니다. 나를 잘 아는 주치의가 있다면 심한 우울증을 금방 발견할 수 있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자살까지 예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은 1위지만 항우울제 사용량은 꼴찌다. OECD 자살률 3위인 일본 역시 우리나라처럼 주치의 제도가 없다. 반면 주치의 제도가 정착된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은 자살률이 OECD 평균을 밑돈다. 주치의는 우울증 가족력이나 과거력 등 우울증이 생기기 쉬운 상황에 처한 것을 알고 있어 최악의 상황을 막는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피곤하고 매사에 흥미를 잃었을 때는 우울증 테스트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흔히 우울증 사전 테스트는 우울한지, 즐거운 일이 있는지 등을 묻는다. 김영식 교수는 이런 일반적인 질문에 더해 꼭 취미가 있는지 물어본다.

“우울증 환자의 공통적인 특징이 취미가 없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취미가 있었어도 지금은 그만둔 상태가 흔합니다. 취미가 없다면 스트레스 해소가 안 되는 상태입니다. ”

여기서 취미란 생각하면 신나고 자꾸 하고 싶은 행동을 말한다. 김영식 교수는 취미가 있는지 없는지 묻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치료받는 내내 취미 활동을 하고 있는지 묻고 독려한다. 취미활동 이외에 봉사활동, 종교활동 등도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김영식 교수는 처음 보는 의사가 아닌 자신의 몸을 잘 아는 주치의에게 필요한 건강검진만 받는 것이 바람직한 건강관리라고 말한다.

우울함 날리는 1등 치료제는?   
김영식 교수가 우울증 예방을 위한 취미활동으로 적극 추천하는 것은 운동이다. 실제로 신체활동은 우울감을 감소시킨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 

김영식 교수의 취미 생활 역시 가족과의 운동이다. 가족과 함께 밖에서 하는 운동이 큰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단기적으로는 기분을 향상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배드민턴이나 탁구처럼 파트너가 있는 운동이나 요가, 에어로빅처럼 단체로 하는 운동이면 더욱 좋습니다.” 

김영식 교수는 우울증 예방을 위해 운동과 함께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당부한다. 우울증과 식생활은 큰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몸이 제 기능을 못 해도 우울해지기 쉽다. 심·뇌혈관질환, 암 등을 진단받아도 우울증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김영식 교수는 식생활을 조언할 때 자신의 이야기를 자주 한다. 커피 입맛을 둘둘둘(커피 2티스푼, 크림 2티스푼, 설탕 2티스푼)에서 아메리카노로 바꿨고, 진료하고 나서 기운이 떨어질 때 습관적으로 먹었던 단 간식도 끊었다.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는 국물 요리를 가능한 먹지 않는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도 의식적으로 피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눈치 빠른 누군가는 묻는다.

“혹시, 교수님도 당뇨병이 있나요?” “혹시 교수님도 혈압이 높나요?” 김영식 교수의 답은 언제나 ‘아니요’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굳이 꺼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특별한 병이 없는 김영식 교수도 실천하는 식습관이므로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인 환자라면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그래왔다. 이러한 피부에 와 닿는 조언 덕에 김영식 교수에게 ‘대사증후군 퇴치 모범상’을 받은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원망을 신뢰로 바꾼 뚝심 의사

‘환자에게 도움은 못 줘도 해를 주진 말자.’ 김영식 교수가 40년 가까이 의사로 살면서 늘 곱씹었던 말이다. 몰라서 환자의 몸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알면서도 해를 끼치지 않으려면 현실과 타협하지 말아야 했다.

환자를 해롭게 하지 말자는 신념은 ‘왜 검사를 안 해주나요?’ ‘왜 약을 안 주나요?’ 같은 원망 섞인 소리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그 신념은 얼마 안 가 신뢰로 이어졌다. 원망하고 의심했던  사람이 평생건강관리클리닉에 등록한 것이 그 확실한 증거다.

정년까지 3년 남은 김영식 교수는 퇴임한 후에는 도움을 주는 일에 치중할 예정이다. 지금하고 있는 의료봉사에 더 에너지를 쏟고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발 벗고 나서려고 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있어도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으로 조절하고 절제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담배, 술, 단 음식, 기름진 음식 생각을 꾹 참고 꾸준히 운동하다 보면 선물 같은 날이 펼쳐질 것입니다.”

김영식 교수의 조언대로 멋진 노년을 선물 받을 준비,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건강다이제스트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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